빈란드 사가 (Vinland Saga) 애니메이션
핀란드(Finland)가 아니고, 빈란드(Vinland) 사가 (Saga, 전설)입니다. 2005년부터 발간이 시작되어 아직 연재중인 유키무라 마코토(幸村 誠)의 만화 <빈란드 사가>가 원작이며, 2019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1부가 넷플릭스에 올라왔습니다. 편당 25분, 총 24편인데 9회까지 본 결과 스토리가 무척 탄탄하고, 상당한 인기몰이를 해서 일찌감치 2부도 제작을 결정 했고 내년 1월에 방영을 한다고 하여 추천을 드립니다. 맛보기로 1분 30초 분량의 영상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1부는 전쟁과 싸움 장면이 주를 이루고, 일본 작품이라서 유혈이 낭자하며 사지는 물론이고 목이 뎅겅 날아가는 장면들도 종종 나와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원작은 당연히 일본어로 나오는데 서양사람들이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져서 저는 영어로 설정해서 봤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11세기. 콜롬부스보다 500년 일찍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했던 아이슬란드인의 서사시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빈란드(Vinland)의 존재는 아이슬란드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던 전설 정도로만 치부되다가, 1960년 고고학적 증거가 발견되면서 사실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빈란드(Vinland)란 캐나다 북동부 끝의 뉴펀드랜드(Newfoundland)를 말합니다.
이야기는 엄청나게 눈이 내린 겨울의 아이슬란드에서 시작됩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서쪽으로 한참을 갔던 사람들이 새로운 땅을 발견했는데, 그곳은 따뜻하고 풍요로운 목초지(vin)에 전쟁과 노예상인들이 없는 평화로운 땅이라서 '빈란드'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1부의 대부분은 영국의 잉글랜드(England) 평야지대에서 벌어지는 일에 할애 됩니다. 문명과 재물과 아름다운 초원이 있는, 그래서 바이킹들이 탐을 낼만한 땅으로 묘사됩니다.
웨일즈(Wales) 산악지대도 잠시 나오고,
앞 부분에는 페로 제도 (Faroe Islands)도 잠시 나오네요. 5월에 페로제도와 아이슬란드 여행을 갔을 때, 두 곳의 언어나 문화가 비슷한 부분이 무척 많아 보였는데 이 애니메이션을 보니 아이슬란드/페로제도가 결국 한 뿌리인 것이 쉽게 이해가 됩니다.
먼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되는 중세의 바이킹 족에 대해 잠시 살펴보도록 하지요.
1부 이야기보다 훨씬 전인 8세기에 덴마크(Dane 데인족)의 바이킹들은 대규모로 영국을 침략하였는데, 영국이 앨프레드 대왕을 중심으로 침략을 물리친 후 공존 정책을 펼쳐 많은 수의 바이킹들이 비교적 평화롭게 영국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980년부터 소수의 데인족들이 잉글랜드 해안을 반복적으로 침략을 해오자, 화가 난 잉글랜드 국왕 애설레드 2세(Æthelred Ⅱ, the Unready·46세)가 성 브릭티우스 축일인 1002년 11월 13일(금요일)에 잉글랜드 내의 모든 데인족을 말살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 학살로 인해 자신의 여동생까지 희생됐다는 소식을 들은 덴마크-노르웨이의 국왕 스벤 1세(Svend, forkbeard)가 1003년 작은 아들 크누트(Knud)와 함께 1003년 대군을 이끌고 와 10년간 잉글랜드를 짓이기게 됩니다.
이 작품은 잉글랜드에서 학살이 벌어졌던 해의 겨울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최소한 1부의 내용들은 99% 픽션(fiction)이라고 봐야하지만, 역사적 실존 인물들과 실제 사건들을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으로 잘 배치해서 줄거리의 구성이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주인공은 당시 6살로 다른 바이킹 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장차 훌륭한 전사가 되기를 바라며 친구들과 전쟁놀이를 즐기는 평범하고 천진난만한 아이 토르핀(Thorfinn)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이 토르 Thor라서 주요 등장인물 중 이름이 '토르'로 시작되는 사람들이 여럿 나오네요) 11세기에 북아메리카 초기 식민 원정대를 지휘했던 토르핀 카를세프니(Þorfinnur karlsefni)가 실존 모델입니다.
이 아이가 참혹한 일을 겪으면서 악바리로 변해버렸습니다.
이 평범한 아이 토르핀(Thorfinn)는 토르즈(Thors)라는 (실존 인물 아님) 엄청난 체구의 그러나 무척 좋은 인품을 가진 사람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욤 전사단(Jomsviking, 욤스비킹)이라는 바이킹 용병대(실존 부대)가 군선(軍船)을 타고 토르즈를 찾아옵니다. 마을 사람 누구도 알지 못했으나, 토르즈는 욤의 전귀(戰鬼)라 불리던 욤 전사단의 최고 전사이자 대대장이었는데, 어느날 끊임 없는 살상과 만연한 노예 매매로부터 멀어지기 원하게 되면서, 한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위장하여 욤 전사단을 빠져나왔고, 그 후로 덴마크-노르웨이에서 멀리 떨어진 아이슬란드에서 농장을 일구며 15년간을 평범하게 살아왔던 것이었지요. 찾아온 용병대의 전언에 의하면, 영국 정벌에 앞서 욤 전사단의 수장이 토르즈의 복귀를 요구하며, 만약 거절할 경우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겠다는 협박을 하자 토르즈는 어쩔수 없이 복귀를 결심합니다.
그런데, 토르즈를 찾아온 욤 전사단의 대장은 탈영했던 토르즈의 복귀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청부살인 집단에게 덴마크로 돌아가는 토르즈의 암살을 사주합니다.
토르즈 일행은 잠시 들른 페로제도에서 청부살인 집단에게 둘러싸입니다. 혼자서도 적 전체를 쉽게 제압할 엄청난 힘과 무공이 있었던 토르즈였지만, 배에 몰래 밀항한 아들 토르핀이 인질로 잡히자 아들을 살리기 위해 더이상 대항하지 않은채 화살을 맞고 장렬히 죽습니다. 이 사건은 6살 난 토르핀의 가슴 속에 지울 수 없는 죄책감과 분노로 새겨집니다.
이 청부살인 집단의 우두머리는 아셰라드(Ashlad, 애쉬래드, 재투성이 소년이라는 뜻. 노르웨이 전승에 나오는 Askeladd 아쉬켈라드가 모델)라는 사람으로, 1부의 핵심인물 중 한명입니다. 잔인하며 교활하지만, 토르즈와 일대일 대결을 벌일 정도의 무공과 지략이 넘치는 인물입니다. 분명 악당인데, 마냥 미워만 할 수는 없는 캐릭터지요.
주인공 토르핀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고 계속 결투를 신청해오자, 아셰라드는 전투에서 토르핀이 큰 전과를 올리는 것을 조건으로 몇년에 한번씩 결투에 응해줍니다. 그렇게라도 응해준 이유는 드러내지는 않았아도 토르즈의 영웅다운 죽음에 진한 감동을 받기도 했고, 죄책감과 증오에 불타오르는 토르핀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주종 관계가 아닌 원수지간이면서도 토르핀은 아셰라드와의 결투를 위해서 11년에 걸친 잉글랜드와의 전쟁 내내 아셰라드가 부여하는 어려운 임무들을 수행하게 됩니다. 1부의 내용은 이 전쟁 기간 동안 토르핀이 6세의 아이에서 17세의 청년으로 성장하며 겪는 전쟁들, 아셰라드와의 관계등을 실제 역사에서 있었던 인물들과 사건들에 연결해 그려나갑니다.
1부에서는 중간에 몇번 등장할 뿐 중요한 인물로 부각되지 않으나 아마도 2부에서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레이프(Leif)입니다. 주인공 토르핀과 같은 마을에서 사는 모험가로 나오는데, 아이슬란드의 탐험 역사의 선구자로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소재 할그림스키르캬(Hallgrimskirkja) 성당 앞에 동상이 세워져 있는 레이퓌르 에릭손(Leifur Eiríkson)이 모델입니다.
그 외에도 토르핀과 동갑이며 후에 잉글랜드/스코틀랜드/덴마크/노르웨이 전체의 왕이 된 크누트 왕자(Knud, the Great) , 욤 전사단(Jomsviking, 욤스비킹)의 거인 전사 토르켈(Thorkell) 등이 주요 실존 인물들입니다.
'영화&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오베라는 남자(A Man Called Ove)" (12) | 2023.05.12 |
---|---|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 (6) | 2023.04.19 |
오드리 헵번 (Audrey Kathleen Hepburn) (6) | 2023.01.20 |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Joyeux Noël)" (10) | 2022.12.24 |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떠나 보내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두 편 (15) | 2022.11.08 |
드라마 "작은 아씨들" (12) | 2022.09.25 |
제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한 영국 영화들 (4) | 2022.09.02 |
영화 "가을의 전설 (Legends of the Fall)" (10) | 2022.08.16 |
넷플릭스 먹방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9) | 2022.08.12 |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8) | 2022.06.30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오드리 헵번 (Audrey Kathleen Hepburn)
오드리 헵번 (Audrey Kathleen Hepburn)
2023.01.20 -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Joyeux Noël)"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Joyeux Noël)"
2022.12.24 -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떠나 보내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두 편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떠나 보내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두 편
2022.11.08 -
드라마 "작은 아씨들"
드라마 "작은 아씨들"
202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