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Joyeux Noël)"
메리 크리스마~~~스!!!! 2월 말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결국 우려하던대로 장기화 되면서 2022년을 넘기게 되는 듯 합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동방 정교의 전통에 따라 1월 6일 밤이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우크라이나를 생각하면서, 서로 죽고 죽이는 1차 세계대전의 비참함 속에서 맞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평화의 아들로 오신 그리스도 예수를 생각하며 휴전(truce, ceasefire, 혹은 정전)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한편을 소개합니다.
이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은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첫해 1914년의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졌습니다.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왕위 후계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세르비아 국민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에게 암살당한 사건이 방아쇠가 되어 1개월 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를 침공했고, 수십년에 걸쳐 맺어진 국제적 동맹으로 강대국들이 연달아 참전하여 '패싸움'을 벌인 이 전쟁은 시작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길어야 2~3달내에 끝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각종 강력하고 파괴적인 신무기들은 곳곳에서 서로 진퇴를 반복하는 교착 상태를 유발하면서 4년이 넘도록 지속되었습니다.
이런 교착 상태 속에서 참전국들의 병사들은 대포, 기관총, 탱크, 전투기, 독가스등의 신무기를 피하고자 벌레와 쥐가 들끓는 참호(trench)에 갇혀 지내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던 중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자, (신교/구교의 차이는 있으나) 같은 종교, 같은 명절을 지내는 교전국 병사들은 조촐하게나마 나름대로의 행사를 가졌습니다. 당시 독일 점령 지역이던 프랑스 북부 지역에서는 독일/영국/프랑스가 대치 중에 행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런 가운데 부른 캐롤송 (carole song)의 소리가 적군의 참호에까지 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노래 소리를 들은 독일군 측에서 참호 위로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들을 참호 위로 올려 놓았고, 급기야 한 독일병사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고 참호 밖으로 올라왔는데 모두 깜짝 놀랐지만 아무도 그를 쏜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 일이 발단이 되어 양측의 병사들이 비무장 상태로 몰려 나왔고, 부대장들이 모여서 그날 밤 만이라도 교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합의가 이루어지자 3개국 병사들은 술, 담배, 간식등을 서로 선물하며 나눴고 축구 시합도 벌였습니다. 이 사실은 병사들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외부로 알려졌고, 이로 인해 군 수뇌부가 발칵 뒤집어졌던 것은 당연지사였겠지요. 2000년 작 <공동경비구역 JSA>나 2011년 작 <고지전> 도 비슷한 상황을 그렸던 영화지요.
이 이야기를 2005년에 영화로 제작한 작품이 소개드리는 <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Joyeux Noël)> 입니다. (상영등급 PG-13, 15세 이상) 주인공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유명한 독일 성악가 커플 (Diane Kruger와 Benno Furmann 扮)을 주연급으로 추가했고, 이 성악가가 참호 밖으로 올라와 캐롤송을 부른 장본인으로 나옵니다. 당시 오랫동안 서로 원수로 여기며 지냈던 각 나라의 뿌리 깊은 증오심부터 시작해서, 끊임 없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전쟁터에서 목적 의식을 상실한 각 나라의 병사들, 고향이 적에게 점령 당하여 지척의 거리에 있으면서도 가족들의 생사 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전쟁으로 인해 갑자기 생겨난 부부 사이의 국경 등을 특별한 긴장감이나 반전 없이 잔잔하게 그려 냅니다.
- <영화 'Joyeux Noël'(Merry Christmas)> from 뉴스 제이
- <크리스마스 휴전, 전쟁을 막은 와인> from 한국일보
- <영국 세이즈버리즈 수퍼마켓의 크리스마스 광고> - 1차대전 100주년 기념 광고. 이 글을 통해 영화를 알게되었음.
아래 동영상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크리스마스 이브의 캐롤송 장면입니다.
캐롤송의 계기가 되어, 장교들이 휴전에 상호 동의를 하자 양측 참호에서 몰려 나온 3개국 병사들의 만남
스코틀랜드 병사에게서 백파이프를 빌려 불어보는 독일 병사
적군들과 함께 모여 드리는 크리스마스 미사. 그 미사 중에 청아한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아베 마리아> (Philippe Rombi 작곡)
아름다운 노래는 병사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다시 적대 관계로 돌아가야할 시간이 되어 작별 인사를 나누며 헤어지는 3개국 병사들
다음 날 사망자들의 시신을 서로 교환하고 매장해주자고 제안하는 독일군 장교
또 찾아오더니, 10분 후에 있을 대대적인 포격을 알려주며 자신들의 참호로 대피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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