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저는 좋다고 하는 드라마를 나중에 보기 시작하는 스타일입니다. 이것도 4월 9일에 시작해 이미 6월 12일에 종영한 작품이라 많은 분들이 이미 시청하셨을 것 같네요. [넷플릭스에서 보기] [나무위키 소개]
몇가지 면에서 독특한 작품입니다.
- 제주도의 한 해녀촌을 배경으로 한 "제주도 토박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신라어나 백제어보다 훨씬 생소한 탐라어로 제작 되었습니다.
- 무려 "14명이나 되는 주연들"이 주연과 조연을 번갈아가며 하는 옴니버스 형식입니다.
- 14명 주연들 중 반 이상을 "진정한 주연급 국내 정상급 연기자들"로 채웠습니다 (고두심, 김우빈, 김혜자, 신민아, 엄정화, 이병헌, 이정은, 차승원, 한지민) 최영준과 박지환도 준 주연급으로 인정받는 최상급 연기자들입니다. 엑스트라를 제외하면, 조연 수보다 주연 수가 더 많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 장애인역을 연기하는 연기자가 아닌 진짜(?) 장애인들이 직접 출연합니다.
내용은 우정(남자들, 여자들, 남사친/여사친들), 애정(남과 여, 여와 남), 가족(형제, 자매, 모자), 동료(해녀들)간의 다양한 갈등과 수십년 묵은 오해/반목/애증을 차례로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알고 보면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열린 마음으로 진실되게 대화하면 결국은 다 풀리는" 것도 아니지만, 살다보면 누구나 한 두개씩은 생길수 있는 관계 속의 갈등들을 직설적인 담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결국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공감을 이끌어 내는 노희경 작가의 내공에, 그리고 그 갈등을 연기로 표현해낸 주연 배우들의 내공에 경의를 표합니다.
- 골프 신동 그러나 입스(YIPS)로 인한 슬럼프에 빠진 딸을 뒷바라지 한다고 노모와 본가 가족들을 팽개친 딸바보 월급쟁이 기러기 아빠
- 일찍 부모를 여의고 소녀 가장으로 결혼도 하지 않고 하루 20시간씩 평생 일해 동생들 뒷바라지를 해왔는데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커녕 호구 물주 취급이나 받는 생선가게 여주인
- 60년간 물질하면서 살면서 네 아들 중 셋이 죽고 남편도 폐병으로 죽은, 저주 받은 팔자의 상군 해녀
- 10살에 화재로 부모를 다 잃고 목포 식당에서 일하다가 알게된 남편을 따라 제주도로 와 해녀가 되었으나, 태풍에 남편 죽고 자신이 억지로 우겨 해녀로 만든 딸도 죽자, 삶에 자신감을 잃고 남편 친구의 첩이 되는 길을 택했고, 그 댓가로 외아들과 평생 반목하는 사이가 된 농사꾼
- 아버지 친구의 첩이 되어 아들 취급도 안하는 엄마, 분명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믿었지만 2번이나 처참하게 짓밟고 떠나버린 첫 사랑으로 인해 악과 냉소로만 가득차 버린 모태 솔로
- 엄마에게 버림 받고, 사업에 실패만 계속한 아버지는 자살해 버리자 심한 우울증으로 시종 고생하다가 결국 견디다 못한 남편에게 이혼 당하고 아들의 양육권도 빼앗긴 돌싱녀
- 화가였던 부모님들은 사고로 돌아가시고, 다운 증후군인 쌍둥이 언니를 부양해야 하는 현실의 벽과 중압감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탈출해 도망다니는 젊은 해녀
- 가난이 싫어 집에서 도망쳐 서귀포 나이트클럽 기도들의 우두머리가 되었으나, 아내에게는 이혼 당하고 어머니가 차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언때문에 다 집어치우고 홀로 아들 키운 싱글 대디 순대국집 주인
- 가난 때문에 사랑하던 사람에게 결혼 거절 당한 것이 한이 되어 큰 돈 벌려다가 도박 폐인이 되었고, 아내가 3살박이 딸 남기고 도망가자 홀로 딸 키운 싱글 대디 얼음집 주인
- 전교 1등과 2등. 같은 다세대 주택에 사는 아빠들끼리는 철천지 원수 지간. 대학 입시가 코 앞인데 갑자기 덜컥 임신한 것을 알게되어 멘붕에 빠져버린 고교생 커플.
각자의 입장을 잘 들여다보면 그렇게 결정하고 행동했던 것은 다 나름대로의 사정과 이유가 있었던 것을, 나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망하고 분노하면서 수십년의 시간들을 그렇게 보낸 이 해녀촌 사람들의 이야기... 청소년기의 혼전 임신이라는 황당하고 진퇴양난의 상황을 (낙태 옹호론자들의 비평도 만만치 않으나) 기특하게 풀어내는 착한 아이들 이야기... 장애인들이 떳떳이 살 수 있는 세상까지는 아직도 갈길이 멀기만 한 한국의 현실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이 드라마는 실망하고 좌절하고 지친 이들에게 "우리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맙시다"라고 토닥이며 조용히 말해주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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