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포도나무의 열매
요한복음에서 반복되는 "나는 ~이다 (ἐγώ εἰμι, 에고 에이미, I AM)"의 표현법으로, 예수께서는 14장과 15장에서 자신을 "길 (the way)", "포도나무 (the vine)" 라고 하셨습니다.
믿음의 삶은 믿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긴 여정입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널린 정보로 많은 것을 미리 알 수 있지만, 그래도 처음 가는 생소한 곳으로 여행을 가보면 그저 "길"을 찾아 그것을 따라 묵묵히 걸어갈 뿐, 그 과정에 무슨 일이 있을지,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험할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종착지가 어떤 곳일지도 잘 몰라 호기심과 기대감이 교차하곤 합니다. "나는 길이다" 라고 하신 말씀은 "나를 따르라" 고 명령하신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예수께서는 그 여정에 초청을 하시면서 자세하게 설명된 안내서나 지도 같은 것은 주지 않으시고 그저 막연하게 길을 따르라고만 하셨습니다. 대신 안내자(guide)를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다. 그리하면 아버지께서 다른 보혜사(the Helper)를 너희에게 보내셔서, 영원히 너희와 함께 계시게 하실 것이다. 그는 진리의 영(the Spirit of truth) 이시다. 세상은 그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므로, 그를 맞아들일 수가 없다. 그러나 너희는 그를 안다. 그것은, 그가 너희와 함께 계시고, 또 너희 안에 계실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고아처럼 버려 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 (요한복음 14:16~18)
안내자를 따라가는 긴 여행길에서 우리가 할 일은 그저 매일 매일 안내자의 안내에 귀를 기울이며,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것, 꼭 해야 할 것, 조심해야 할 것,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멈춰서야 할 때와 장소, 멈추지 말고 계속 진행해야 할 때와 장소와 상황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안내자는 가는 길마다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감상해야 할 곳을 알려줘 고된 길일지라도 매일을 즐기며 갈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화창한 날씨에 길이 평탄한 곳도 있으나, 때로는 폭우와 강풍 속에 험준한 곳을 지나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있는 이유는 실패 없는 안내자가 우리 곁에 있는 것과, 이 여정이 길어봤자 기껏(?) 70년, 길어야 80년, 엄청 길어봤자 120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어차피 한번은 죽습니다. 목숨을 일부러 버리려는듯 몸을 함부로 굴릴 이유는 없겠지만, 사형수가 마지막 계단을 올라가다 발을 헛디디자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어휴~~ 하마터면 죽을뻔 했네"라고 말하는 코미디를 벌일 필요도 없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하루 하루 가다 보면 약속하신 목적지에 다다르게 될 것입니다.
집에서 2시간 북쪽으로 가면 세계적인 와인(wine)의 산지로 유명해진 나파 밸리 (Napa Valley)가 있습니다. 술은 좋아하지 않아 마시지 않지만, 훌륭한 음식들과 너무도 멋진 포도원 풍경이 펼쳐진 곳이라서 저희 가족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하늘에서 본 Napa Winery]
집 부근에도 산자락에 소규모의 개인 포도원들이 간간히 있어서 포도나무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멀리서 보는 포도나무는 예쁜 나뭇잎들과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포도 덕에 너무도 멋지지만, 바짝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면 키도 작고 마치 말라 죽어가는 나무처럼 너무나도 빈약하고 볼품이 없습니다. 어떻게 그 굵기로 커다란 열매를 잘 붙들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줄기는 끈처럼 가늘고, 가지는 거칠고 얇고 뒤틀려서 건축이나 가구는 커녕 소품 하나 만들기에도 부적합 합니다. 말하자면 열매 외에 볼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존재의 이유가 오로지 포도열매 뿐인 나무지요. 성경 말씀대로 열매가 없다면 기껏해야 땔감으로 쓰여질 수 있을 뿐 다른 아무데도 쓸데가 없는 독특한 나무입니.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사람이 내 안에 머물러 있고, 내가 그 사람 안에 머물러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이 내 안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그는 쓸모 없는 가지처럼, 버림을 받아서 말라 버린다. 사람들이 그것을 모아다가, 불에 던져서 태워 버린다." (요한복음 15:4~6)
가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저 나무에 붙어 있는 것 뿐입니다. 여전히 나무에 잘 붙어있는지, 아니면 모르는 사이에 떨어져 버렸는지 확인할 수 있는 단 한가지의 길은 "열매"를 맺고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성경에서 "열매"라는 표현을 사용한 곳을 찾아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행위의 결단 : 회개에 알맞는 열매를 맺어라. 너희는 속으로 '아브라함은 우리의 조상이다' 하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만드실 수 있다. 도끼가 이미 나무 뿌리에 놓였다. 그러므로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다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진다." 무리가 요한에게 물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 세리들도 세례를 받으러 와서, 그에게 말하였다. "선생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요한은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에게 정해 준 것보다 더 받지 말아라." 또 군인들도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요한은 그들에게 말하였다. "남의 것을 강탈하거나 거짓 고발을 하지 말고, 너희의 봉급으로 만족해라." (눅 3:8~14)
- 전도와 양육의 결과 :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이것을 아시기 바랍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가려고 여러 번 마음을 먹었으나, 지금까지 길이 막혀서 뜻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다른 이방 사람들 가운데서 열매를 거둔 것과 같이, 여러분 가운데서도 그것을 얼마만큼 거두고자 하였습니다. (롬 1:13) 그리고 그들의 집에서 모이는 교회에도 문안하여 주십시오. 나의 사랑하는 에배네도에게 문안하여 주십시오. 그는 아시아에서 그리스도를 믿은 첫 열매입니다. (롬 16:5)
- 성품 : 육체의 행실은 분명합니다. 곧 음행과 더러움과 방탕과 우상 숭배와 마술과 원수맺음과 다툼과 시기와 분노와 이기심과 분열과 분파와 질투와 술취함과 흥청거리는 연회와, 또 이와 비슷한 것들입니다. 내가 전에도 여러분에게 경고하였지만, 이제 또다시 경고합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기쁨과 평화와 인내와 친절과 선함과 신실과 온유와 절제입니다. 이런 것들을 금할 법은 없습니다. (갈 5:19~23)
- 선행 :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지 않고, 또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나무는 각각 그 열매를 보면 안다.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가시덤불에서 포도를 따지 못한다. 선한 사람은 그 마음 속에 선한 것을 쌓아 두었다가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마음 속에 악한 것을 쌓아 두었다가 악한 것을 낸다. 마음에 가득 찬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눅 6:43~45)
성경에서 말하는 열매는 종교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성경공부를 열심히 하고, QT를 열심히 하고, 교회 봉사를 많이하고, 그런 것들이 아닌 삶 속에서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삶에서 직면하는 어려움(가정에서의 어려움,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어려움)의 돌파구로 교회 봉사와 모임에 전념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심리학적인 입장에서 볼때 ‘문’이 막혀 있는 현실에서 자신만의 ‘창문’을 만들어 그것을 통해 탈출해 보려는 심리인데, 우리가 삶의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고 도피해 버린다면 우리는 영영 예수께서 말씀하신 열매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Love & Forgiveness"]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교회가 아닌 ‘삶의 자리’로 돌아가서 길을 따라 가라고, 나무에 붙어 있으라고, 그러면 열매를 맺게 될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이 우리를 향한 부르심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글 "하나님께서 사랑하신 세상"에서 조금 더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요 12:24)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잘 해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사람을 축복하고, 너희를 모욕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네 뺨을 치는 사람에게는, 다른 뺨도 돌려대고, 네 겉옷을 빼앗는 사람에게는, 속옷도 거절하지 말아라. 너에게 달라는 사람에게는 주고, 네 것을 가져 가는 사람에게서 도로 찾으려고 하지 말아라. 너희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여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면, 그것이 너희에게 무슨 장한 일이 되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너희를 좋게 대하여 주는 사람들에게만 너희가 좋게 대하면, 그것이 너희에게 무슨 장한 일이 되겠느냐? 죄인들도 그만한 일은 한다. 도로 받을 생각으로 남에게 꾸어 주면, 그것이 너희에게 무슨 장한 일이 되겠느냐? 죄인들도 고스란히 되받을 요량으로 죄인들에게 꾸어 준다. 그러나 너희는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좋게 대하여 주고, 또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 그러면 너희는 큰 상을 받을 것이요, 너희는 가장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은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시기 때문이다.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과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남을 심판하지 말아라. 그러면 하나님께서도 너희를 심판하지 않으실 것이다. 남을 정죄하지 말아라. 그러면 하나님께서도 너희를 정죄하지 않으실 것이다. 남을 용서하여라. 그러면 하나님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눅 6: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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