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Forgiveness
Love & Forgiveness
서양교회의 뒤를 이어 한국교회도 점점 세련(?)되고 합리적(?)이 되어져 갑니다. 사랑받음, 내적 치유, 상담, 화합, 가정 사역, ... 이런 단어들을 교회에서 시간이 갈수록 더 자주 접하게 됩니다.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해주고 함께 아파해주며 다독여 주는 측면이 강조되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것이겠지만, 그 힘든 연단의 과정을 믿음으로 견뎌냄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 봅니다.
크리스찬 상담 사역자가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이혼하세요." "부부가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부모님이 우선 순위가 되면 안되지요." 라고 권고하는 것이 그다지 놀랍지 않은 시대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게 되어있기에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보통 자신이 해준 것, 상대방이 내게 서운하게 한 것, 자신이 느끼는 섭섭함과 아픔과 고통만을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기 마련입니다.
까다로운 시부모, 성격이 맞지 않는 배우자, 반항적인 자녀, 신의를 저버린 친구, 괴롭히는 직장 상사.... 흔하기만 한 이런 상황 속에서 그 상황을 벗어나거나 피하는 결정을 누군가 내리는 것을 볼 때 우리가 그 사람들을 향해 감히 잣대를 들이대며 정죄하는 짓을 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당연하고 정당한 결정을 한것이라고 치부해 버리기만 한다면,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을 돌려대고,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오리를 가라면 십리를 따라가주고, 원수를 사랑하며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하신 주님의 radical한 '명령'은 어디에 자리하겠습니까?
얼마전 한 동호회 게시판에, 무교인 남자분이 기독교인 여자분과 결혼을 했는데, 부인 왈 "일년에 2번 이상 시댁에 가자고 하면 이혼. 자신의 신앙생활을 반대하면 이혼. 자녀 출산후 세례주는 것과 교회 가는 것 반대하면 이혼."이라는데 어떻게 해야겠냐고 물었고, 상당수가 "기독교인 여자와 결혼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라고 답한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교회나 성경공부 모임이나 선교회 활동에서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훌륭한 신앙인'이라고 평가 받을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도 시부모와 장인장모를 정성으로 섬기는 모습이나, 가정과 자녀들을 지극한 사랑으로 돌보는 모습이나, 초월적이고 희생적인 베풂을 보이는 모습, 억울함을 변명치 않고 인내하는 모습, 옳은 일을 위해 자신의 손해를 감내하는 모습은 사실 거의 자취를 감춘지 꽤 된 듯 합니다. 교회에서도 손에 물 한방울, 얼굴에 땀 한방울 없이, 돈과 lip service만으로 섬기는 것 역시 세대가 갈수록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어 갑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합리, 공평, 정의라는 그럴듯한 단어 뒤로 숨어버리는 한, 아마도 우리는 기독교 신앙의 참된 본질을 절대 맛볼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라,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라" (故 박용익 목사의 유언)
몇년 전 사람과 음식을 끊고 일주일간 홀로 서는 시간을 보낸 후에 제게 응답으로 다가온 말씀입니다. 우리의 신앙의 선배들의 상당수는 아마도 이런 명령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사셨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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