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umeliousness (무례함)
Contumeliousness (무례함)
지난 삶을 돌아보며, 내게 그간 힘들었던 일들, 혹은 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일들을 보면,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관계 속의 어려움입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그저 그런 사이, 소원한 사이, 반목하는 사이였다면 스스로 마음 추스리기도 그리 어렵지 않은데 부부 간, 부모와 자녀 간, 연인 간, 형제 간, 혹은 절친 간인 경우라면 그 치유도 더딜뿐더러생전 원수처럼 갈라서 버리는 상황까지도 가 버리곤 합니다.
이런 상황을 들여다보면, 많은 경우 깊어지는 관계 속에서 상호간의 헌신과 수고가 커지는 것과 비례해 "무례함"도 함께 커진 것을 발견합니다. 이 무례함이란 절친 사이에 쉽게 볼 수 있는 단순한 '짜식', '쌔~끼', '임마', '기집애' 등의 애교 섞인 호칭이나 그에 동반하는 다소 폭력적(?)일 수도 있는 육체의 교감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난 너와 보통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네게 이래도 돼"라는 마음 가짐에서 비롯되는 행동들을 말합니다. "함부로" 하고 "막" 대하는 행동들이지요.
친밀하지 않은 사이 혹은 남 이었다면 '체면'이나 '교양' 혹은 때문에 차마 입 밖에 꺼내지 않았을 말을 내어 뱉고, 절대 요구하지 않았을 것을 요구하고, 아예 체념했을 것 조차도 기대하고, 조심스러워 망설였을 것을 서슴 없이 하고,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시 합니다.
내가 위급하면 상황과 관계 없이 달려와 주는 것,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좀 불편하더라도 참아 주는 것, 내가 외롭거나 힘들 때면 함께 있어주는 것, 내 짐을 기꺼이 대신 져 주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기 때문에 감사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에 불편함을 초래하기 때문에 무례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무례함으로 인한 역작용은 평소에는 헌신과 수고로 인한 순작용과 섞여 "애증"이라는 형태의 화합물로 축적됩니다. 그러나, 본인이 쏟는 "수고X시간" 과 비례해 상대방에 대한 expectation (기대)이 올라가고, 그에 반해 reality(현실)가 그렇지 못하면 그 격차는 고스란히 관계 속의 스트레스로 남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한 시점에 그 스트레스가 임계치(critical limit)를 넘어 버리면, 이 화합물은 "배신감"이란 격렬한 핵 융합 반응을 시작합니다.
"내가 지금껏 너를 어떻게 아끼고 사랑해 왔는데..."
"우리가 어떤 사인데 이런 정도도 못 해주니?"
"내가 너에게 이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존재였단 말이야?"
"네가 어찌 감히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
그러나 특별한 사이라도 가까운 사이라도 그래서는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도 착각해서도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힘든 것은 늘 수고와 희생을 동반하므로,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도 안되고, 여전히 고마와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수고와 상대방의 보답을 저울질 하는 것을 그만 두어야 했습니다. 함부로 대하고 막 대하는 곳에서는 결코 소중한 것들이 지켜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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