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가사를 써내는 가수 이승윤
얼마전 JTBC "싱어게인" 시즌 2 진행 중에 김기태 라는 가수 딱 한 명을 찍었는데 이 사람이 우승했습니다. 작년 이맘 때 "싱어게인" 시즌 1 진행 중에는 이승윤 이라는 가수 딱 한 명을 찍었는데 그 사람도 우승했습니다. (응? 이거 돗자리 하나 장만해야 하나? 🤔 )
가수 김기태가 독보적인 목소리로 우승했다면, 가수 이승윤은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로 우승했다고 하겠습니다. 이승윤의 곡들을 보면 가사 한줄 한줄이 참 시적이고 서정적이고 철학적입니다. 이적(李笛) 것과 같은 느낌도 나고, 영국 밴드 Coldplay 것과 비슷한 분위기도 돌고...
"무명성 지구인"
이름이 있는데 없다고 해
명성이 없으면 이름도 없는 걸까
이름이 있는 것만으로
왕이 부릴 수 없는 그런 곳은 없을까
명왕성에나 갈까
"구겨진 하루를"
구겨진 하루를 가지고 집에 와요
매일 밤 다려야만 잠에 들 수 있어요
종일 적어내렸던 구구절절한 일기는
손으로 가려야만 진실 할 수 있어요
거짓말이 시들은 어스름에
쉬이 머물던 약속은 먼저 자릴 뜨네요
"정말 다행이군"
좋은 아침이란 말 대신
고된 하루라는 말로
우린 아침인사를
대신 하곤 하지
고된 나날들을 함께
빈정거리면서 낄낄대고
시시콜콜한 헛소리를
진지하게 할 수 있어서
그 중에도 특히 3년 쯤 전에 발표한 노래 "달이 참 예쁘다고"라는 노래의 가사가 참 좋습니다. '달'이라는 위성(衛星)을 의인화해서 쓴 가사가, 마치 삶에 지친 여사친 곁에 조용히 앉아 그녀를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제게도 이런 친구 한명 있어서 힘들때 어깨 빌려달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아~ 무거워! 머리 치워 새X야!! 사내 새X가 징그럽게~~ 쯧!)
밤 하늘 빛나는 수만 가지 것들이
이미 죽어버린 행성의 잔해라면
고개를 들어 경의를 표하기 보단
허리를 숙여 흙을 한 웅큼 집어들래
방 안에 가득히 내가 사랑을 했던
사람들이 액자 안에서 빛나고 있어
죽어서 이름을 어딘가 남기기 보단
살아서 그들의 이름을 한번 더 불러 볼래
위대한 공식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거대한 시공에 짧은 문장을 새겨 보곤 해
너와 나 또 몇몇의 이름
두어가지 마음까지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 줄거야
달이 참 예쁘다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 줄거야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 줄거야
울고 싶은만큼 허송세월 해 줄거야
진심이 버거울 땐 우리 가면 무도회를 열자
달 위에다 발자국을 남기고 싶진 않아
단지 너와 발 맞추어 걷고 싶었어
닻이 닫지 않는 바다의 바닥이라도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 줄거야
달이 참 예쁘다고
좋은 가사 좋은 선율의 곡인데, 격이 다른 가수가 한번 부르면 또 다시 격이 껑충 뛰게 되지요. 이선희가 짧게 앞 부분 두 소절만 부른 것이 있는데, 30년 넘게 현역 가수 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그녀의 압도적인 감성과 가창력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됩니다. 선희 누님, 뤼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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