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현: 공황장애와 싸우는 한 가수를 응원하며...
"내일은 국민가수"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멘탈이 완전 갑인 출연자들도 많지만, 얇은 유리장 같은 출연자들도 여럿 있습니다. 자기 소개하는데 긴장한 나머지 어버버 하는 사람도 있고, 들고 있는 마이크가 덜덜 떠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중에 노래를 부를 때에는 극도로 긴장해 보이지 않았는데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는 한 명을 예선전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박장현... 제가 대중가요를 잘 알지 못해 생소한데 5년전 그룹 브로맨스 (VROMANCE) 의 리더로 데뷔한 프로입니다. 그 뒤로 잘 활동을 하다가 2018년 한번 열린 음악회에서 치명적인 음이탈로 무대를 한번 망친 적이 있는데 그 일로 정신적으로 심하게 타격을 받은 나머지 공황장애가 왔다고 합니다. 참 선해 보이는 멋진 웃음을 가졌기에 상상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예선전에서 박장현은 총 13명 중 10명에게서만 별표를 받았습니다.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올 하트 (all ❤️, 합격판정) 를 받지 못한 것에 많이 실망하고 좌절했던 것 같습니다. 심사평을 들으면서 시작된 마음의 동요는 가라앉지 않았고 대기석에 돌아오자 마자 호흡곤란이 왔고 밖으로 바람을 쏘이러 나갔어도 쉽게 진정이 되지 않고 호흡곤란이 계속 되어 응급차까지 와서 대기하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 장면을 본 뒤로 박장현이 출연할 때마다 제 마음이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심정으로 조마 조마해 가며 '잘 해라'고 마음으로 응원을 했습니다. 아마도 저와 같은 심정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꽤 많을듯 합니다.
제 지인 중에서도 절망스러운 현실에 시달리다가 공황장애를 겪은 사람이 있습니다. 무척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었기에 듣고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습니다만, 이번 방송으로 공황장애가 얼마나 심각한 병인지를 똑똑히 보게 되었습니다.
3일전 본선 1:1 데스매치 (Death Match) 에 나와서도 계속 초조함이 가시지 않자 자신의 순번이 되기 전에 밖에 나가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그리고는 "한숨"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가사가 박장현의 현실과 너무도 극적으로 오버랩 (overlap) 되다 보니, 그의 상황을 알면서 듣고 있는 심사위원들은 물론이고 스트리밍으로 듣고 있는 저 조차 감정이입이 너무 되어 눈물을 참느라고 참 힘들었습니다. 원래 탄탄한 실력인데다, 자신의 마음이 100% 담긴 노래라서 극찬을 받고 결선 30명중 당당 2위를 차지 했습니다.
이 곡을 작사했던 샤이니 종현은 이 곡을 쓰고 1년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지만, 부디 박장현은 공황장애를 끝까지 잘 극복해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조용히 기원하며 응원을 보냅니다.
아래 동영상은 노래는 편집을 많이 해서 좀 듣기가 힘들지만 박장현의 상황을 잘 모아놓아서 올렸습니다.
노래는 아래 공식 동영상을 봐주세요.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숨을 크게 쉬어봐요
당신의 가슴 양쪽이 저리게
조금은 아파올 때까지
숨을 더 뱉어봐요
당신의 안에 남은 게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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