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슈퍼밴드 2: 통념을 깬 조합의 승리
본선 3라운드 B조의 순위 쟁탈전이 방송되었습니다. A조보다 훨씬 재미있게 봤고, 특히 밴드에 대한 통념을 깬 조합들이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점수와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녹두팀의 점수가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네요.
1등을 한 기탁팀은 이례적으로 심사위원들의 점수 편차가 거의 없었습니다. 보는 내내 신선하면서 자유와 즐거움이 넘치는 연주가 참 좋아서 이 팀은 이대로 결승까지 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심사위원들도 같은 생각을 해서 언급을 하더군요. 전형적인 4인조 밴드의 구성에서 보면 메인급 보컬이 2명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프론트맨이자 메인 보컬인 기탁이 전혀 다른 음색의 메인급의 보컬인 임윤성을 영입한 것이 신의 한 수였던것 같습니다. 자신의 장점과 한계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 보완점을 찾은거지요. 지명 당한 임윤성에게는 너무 의외라서 계속 갸우뚱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멤버들도 그 조합이 어떨지 상상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4명 모두 프론트맨 경험이 있고, 이중 과반수는 탁월한 음악 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다, 4명 모두 악기를 제대로 다루고 이중 3명은 뛰어난 연주자, 화룡점정으로 좋은 보컬이 2명!! 이들이 보여주는 사운드는 마치 물을 만난 물고기들과도 같았습니다. A조 우승팀이었던 윌리K 팀도 완성도 면에서는 너무 좋았지만 American rock이나 British rock의 모방 밴드중 하나라는 느낌이 컸는습니다. 반면 이 팀은 독창적이면서도 훨씬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됩니다. 이번 시즌 최종 우승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멤버 지명권 추첨시 끝에서 2번째였던 제이유나가 3가지의 다른 기타 연주자들을 모두 데려가 결성한 팀입니다. (끝까지 남겨진 6명 중에서 고른것이라 아마도 자신이 생각했던 베스트 조합은 아니었겠지만) 제이유나가 미리 머리속에 그려본 멤버들이라고 자신있게 지명은 했습니다만, 통기타, 클래식 기타, 일렉 기타의 짬뽕 조합은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의 통념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기에, 함께 하게된 멤버들도 "미친거 아니야?"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이유나는 기타만으로도 충분히 채워진 음악을 만들수 있다고 확신 했고, 그의 확신은 옳았습니다. 일단 멤버들의 기본 음악성들이 너무도 훌륭했습니다. 멜로디 악기인 기타의 고수들이기 때문에 화성과 선율을 만들어내는 것에 모두 발군의 실력들을 보이면서 누가 가이드해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한사람이 운만 떼면 곧바로 그에 맞는 연주를 만들고 한 것이지요. 멤버들 모두가 연습하는 것 자체가 너무 떨리고 즐거웠다고 합니다. 이런 멤버들이라면 jam (즉흥연주, improvisation) 으로 하루종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보낼 것 같습니다. 헤비메탈 그룹이라면 좀 많이 오버해가며 분위기를 내곤 하지만, 이 그룹은 그런 것과는 무관한데도 연주하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솔직히 전에는 제이유나가 보컬로서 비호감적인 비음이 늘 섞여 제게 매력적이지 않았는데, 이 밴드의 이 곡 연주에는 참 잘 어울리게 자신의 잠재력을 100% 발휘하는 것 같더군요. 시즌 1에서 베이시스트 조원상이 통기타 3명을 끌어모아 Adventure Of A Lifetime를 놀라운 수준으로 편곡해 연주한 적이 있는데 제이유나팀의 이번 연주는 그 수준을 뛰어 넘었다고 봅니다. 기타라는 평범한(?) 악기가 제대로 사용되면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내는가를 보여준 훌륭한 무대였습니다. B조 전체 연주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제 취향에 잘 맞았습니다.
악기 구성상 최종 라운드에서 다시 뭉칠 가능성은 낮지만, 멤버들이 서로를 너무 좋아하게 된 것 같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녹두팀은 곡 흐름의 해석적인 면에서 충분히 납득갈만한 인상을 주지 못해 순위로는 4위로 저조했지만 탑레벨 클래식 연주자들로 채운 연주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위를 주고 싶습니다. 첼로와 바이올린과 비브라폰의 연주로 만들어진 앙상블은 전율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프론트맨 녹두의 비브라폰 사랑은 결승까지 계속될 듯 합니다.
김예지팀은 리드 보컬 김예지 본인의 한계를 드러낸것 같습니다. 계속 프론트맨을 했었고 좋은 보컬이긴 하지만, 사실 김예지 본인의 음악 프로듀싱 능력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대신 그동안은 피아니스트 오윤철,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와 같은 좋은 음악성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계속 있었습니다. 이번 라운드의 경우 멤버들이 모두 좋은 세션맨들이긴 하지만 음악 전체를 봐줄 역량이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존에 호평을 받았던 좋은 구성의 감성적 노래 흐름은 없이 밴드연주와는 겉도는 긁는듯한 소리의 고음만 남발하다가 끝나고 말았지요. 오윤철이 계속 함께 했다면 훨씬 좋은 연주를 했을거라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4위를 주고 싶습니다.
5위를 받은 김준서팀 역시 처음 프로듀싱을 맡은 피아니스트 김준서의 역량의 한계 그리고 밴드 멤버들의 잘못된 방향성을 보여준것 같습니다. 김준서 본인이 주도한 방향은 아니었고 보컬의 색채와 프론트맨의 악기로 인해 팀원들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 것이었지만, 멤버들이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생소한 악기들을 동원해 가며 만들어낸 것은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4명이 탈락했습니다. 지난번 글에서 보컬로서의 양서진의 가창력 한계가 황현조의 상투적인(?) 프로듀싱 스타일을 초래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생각했기에, 양서진의 탈락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속 함께 활동해온 황현조는 이게 전화위복이 될지 아니면 위상의 동반 하락이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보컬 데미안 역시 밴드 음악의 역동성을 내기에는 너무 감성적이기만한 보컬이라서 이 프로그램에는 적절치 않았다고 봅니다. 월드 타악기 유병욱도 아기자기고 재미있는 연주는 좋은데 드럼에 비하면 역동성이 아쉬웠습니다.
다만 그간 진행된 팀들의 색채들을 볼 때 첼로 김솔다니엘 탈락은 나름 이해는 가지만 많이 아쉽네요. 시즌 1에서는 1위 팀 호피폴라에 홍진호의 첼로가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김솔다니엘의 연주가 홍진호보다 더 좋았거든요. 이번 라운드 연주만 보더라도, fff와 ppp를 넘나들며 vibrato늘 넣었다 뺐다 할때마다 가슴이 저려올 정도로 좋고, 첼로 하나를 가지고도 fretless bass guitar처럼도 연주하며 (예전에는 거문고처럼 연주도!!) 팔색조와도 같은 연주들을 선사했습니다. 첼로를 잘 활용하는 좋은 출연자들이 많았더라면 훨씬 빛이 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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