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슈퍼밴드 2: 천재성이 번뜩이는 뮤지션들
2년 전 시즌 1 참여자들 중 몇은 프로로 활동하던 뮤지션(musician)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 2에는 상당수가 찐 프로들이고, 이에 비례해서 연주의 평균 수준과 곡의 완성도가 정말 높아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천재성이 번뜩이는 뮤지션이 몇 있네요.
1. 거문고 박다울
국악계에서는 아주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1992년생으로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했으며 고등학교 때부터 동아 국악 콩쿨, 세종 음악 콩쿨, KBS 국악대경연 등에서 대상을 여러번 받은 바 있습니다. (Mugazine 2021년 인터뷰) 단정하게 잘 차려 입으면 좀 음악인스런(?) 포스가 풍기는데...
이번 슈퍼밴드에서는 츄리닝을 걸쳐 입은 촌동네 노총각 스타일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단 연주가 시작 되면 경이로운 음악의 세계를 선사합니다. 거문고의 한계가 대체 어디일까 싶을 정도로, 루프 스테이션 (loop station)을 비롯한 전자음악도 자유자재로 시도하고, 타악기로도 쓰기도 하고 활을 이용해 첼로처럼 쓰기도 합니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 (Niccolò Paganini) 가 이런 류의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헐렁한 외모와는 달리 퍼포먼스 (performance) 까지 세밀하게 연출해서 깨알 같은 재미도 더하고, 연주 중에 거문고 줄을 칼로 싹둑 끊어 버리는 전위 예술성까지도 시도합니다.
매 라운드마다 이미 치밀한 공연의 설계도가 머리 속에 그려진 듯, 원하는 뮤지션들을 한줌의 주저도 없이 단호하게 지명하고 맞춤복처럼 완성된 공연을 보여줍니다. 마치 바람의 파이터가 도장 깨기를 하듯 자신에게 가장 인상 깊은 뮤지션의 팀을 주저 없이 지명한 후 가차 없이 승리하고, 그 다음에는 경쟁 상대였던 팀원들을 다음 공연팀으로 영입해서 자신의 음악 세계로 끌어들입니다. 어제 방영분 마지막 부분에서 1라운드 부터 그려왔던 설계도의 핵심 보컬 (18세 김한겸)을 영입하는 것이 잠깐 보여져서 다음 라운드가 무척 기다려집니다. 실험정신에 대중성과 감성이 조금 더 보강 된다면 한국 음악계에 길이 남을 인물로 보입니다.
2. 일렉기타 황린
1996년 생. 약관 21세의 나이였던 2016년, 최우수 록 음반 상을 수차례 수상한 바 있는 정상급 록 밴드 ABTB(Attraction Between Two Bodies)의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후 같은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40대 정상급 뮤지션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밴드를 해왔기 때문에 연주 실력은 당연히 탁월하고, 다양한 장르 음악에 대한 식견과 이해도가 상당히 넓고 탄탄해 보입니다. 입으로는 마치 자신 없는듯, 큰일 난 듯 말하는데 눈빛에서는 계속 강한 자신감이 흘러 넘치고 그 자신감이 음악 프로듀싱에 그대로 반영되어, 어떤 주저함이나 버벅거림도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그러면서도 완성도 만점인 무대를 보여 주네요. 본인의 주 종목은 록 기타리스트이지만, 향후 이 사람의 음악 행보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3. 싱어 송라이터 녹두
30~32세 정도로 추정. 본명 정지원.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설립한 영국 리버풀 공연 예술 전문학교(Liverpool Institute for Performing Arts, LIPA)에서 음악을 공부하였고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자주 사용하며 레트로 음악으로 최근 몇년간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심사위원인 유희열이 라디오에서 우연히 몇번 듣고 그의 뛰어난 프로듀싱 실력에 놀라 백방으로 찾아 다녔다고 합니다.
탁월한 작곡/편곡 실력에, 악기도 다양하게 연주하고, 따뜻하면서 밝은 감성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통상 밴드에서 쓰이지 않는 비브라폰 (vibraphone) 연주자 윤현상과 좋은 합을 이루면서, 2회의 경쟁 라운드에서 모두 승리했습니다. 앞의 두명이 광기 서린 천재라면, 녹두는 대중에게 호소력이 있는 감성으로 엄청 완성도 높은 음악들을 만들어내는데, 함께 연주하는 뮤지션들의 능력을 200% 뽑아 내는 작곡/편곡의 능력이 정말 천재적입니다. 마치 모범 답안지를 가지고 시험 치르는 사람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중창과 마찬가지로 밴드의 생명 역시 1+1+1+1 >> 4 라는 것을 생각할 때 필살 레시피 (recipe)의 비밀을 잘 이해하고 있는 밴드 리더로서 그의 능력은 참 돋보이네요. 앞으로 있을 무대에서 그의 파격적인 변신의 모습도 혹 볼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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