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슈퍼밴드 2: House I Used to Call Home
JTBC에서 만드는 음악 프로그램들을 아주 좋아합니다. 요즘은 2년만에 다시 열린 슈퍼밴드 시즌2 경연 대회를 월요일마다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미국 OnDemandKorea.com). 시즌 1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남성 참가자만 받았던 것을 이번 시즌에는 여성 참가자들도 받았습니다. 여성 뮤지션들이 보컬과 드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군요.
노래 자랑이 아니라 밴드이다 보니 아무래도 록 (rock) 음악 성향이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시즌 본선 진출자들은 평균적으로 시즌 1보다 한수 위 같아 보입니다. 음악적인 실력만 본다면 전혀 다른 분야일 뿐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 못지 않은 실력자들은 단연 록 음악 하는 사람 그룹에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보컬들 역시 록 보컬들은 음역대나 성량 면에서 폭발적이라서 노래에 호소력이 강하게 담기지요.
반면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 음악은 아무래도 감성적인 쪽입니다. 과거 록 음악이 엄청난 열풍을 일으키던 시절에도 헤비메탈 밴드 (heavy metal band) 가 부른 곡 중 인기를 끌었던 것들은 거의 감성적인 곡들이었습니다. 본선 경연이 시작 되면서 록 보컬들 중 감성적인 곡에 도전해 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요, 자칫하면 너무 평범해질 수 있는데 어제 들은 "House I Used to Call Home"은 가슴 깊이 젖어드는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JTBC의 YouTube 채널에는 웬일인지 전혀 올라오지 않아서 비공식 풀영상 클립 하나를 찾아 올립니다만, 저작권 문제로 며칠 뒤에는 삭제당할것 같아요. 한국에 계신분들은 다음동영상에서 보세요.
이 곡은 미국에서 올 봄에 발표된 신곡인데 가사가 참 좋습니다.
제가 5년 이상 살았던 집이 3개 있었는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10년간 살았던 서울 도봉구 수유리 개천가의 집... 하천 복개 공사 구역으로 지정되어 철거되면서 (예... 저희 가족 도시 철거민이었네요 😔) 떠나왔습니다. 그렇게 이사 해서 한국 떠나올 때까지 20년간 살았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집... 다니는 버스 노선 하나이고 주변은 거의 배밭, 소달구지와 기마경찰이 다니고, 양재동이 말죽거리로 불리던 시절부터 살았던 집은 어머니께서 타계하시고 아버지께서 아파트로 이사 하시면서 팔렸고, 그 후로 카페 건물로 사용되다가 15년 쯤 후에는 허물려서 다세대 주택자리가 되었지요. 미국에 와서는 제가 대학원 다니고, 제가 졸업 하면서 와이프가 같은 학교에서 대학원을 입학해서 학교내 타운 하우스에서 9년 간 살았습니다. 그 타운 하우스도 몇년전 허물로 고층 건물이 들어섰더군요.
[VERSE 1]
It was here on this floor that I learned to crawl
And I took my first steps in the upstairs hall
Crazy back then how it seemed so big to me
I can still see the marks on the closet door
Mom and dad started measuring me at four
That was always my favorite spot for hide and seek
[VERSE 2]
There’s the window where I would sneak out at night
Had my first kiss right under the back porch light
When she broke my heart, didn’t leave my room for weeks
18, backing out of the driveway
Even though everything was about to change
It’d be there at the end of the street waiting for me
[CHORUS]
so to whoever lives next
I have only one request
Promise me that you’ll take care of the place that knew me best
I’ll pack my memories and go
So you’ll have room to make your own
Just be good to the house that I used to call home
일단 반주를 해준 남성 밴드 3명은 모두 엄청난 정상급 프로 클래식 연주자들입니다. 바이올린 Danny Koo, 피아노 오은철, 어쿠스틱 기타 17세 김진산. 이 엄청난 연주자들이 감성적인 발라드 곡 하나를 위해 자신의 내공을 꾹꾹 눌러가며 정말 절제된 그러나 너무도 섬세한 연주를 하는 것이 첫 소절부터 가슴을 후벼 파고 들어옵니다.
여성 보컬인 김예지는 계속 록 보컬의 모습을 유지 하다가 클래식 연주자들을 영입해서 서정적인 곡을 불러 변신을 꾀했는데 결과가 가히 폭발적입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중음대역의 음성을 가졌는데 파워풀한 발성 덕에 실제 음보다 엄청 높은 음역대로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이 곡을 잔잔하게 부르다가 중간에 한번 풀 보이스 (full voice)로 시원스럽게 F5 (높은 파) 음을 뽑아 냈는데, 심사위원인 유희열과 윤종신 조차도 끝난 후 음을 물어보고 "파" (F)라고 대답하니 F6 (높고 높은 파) 인 것으로 착각을 하며 "파를 진성으로 그렇게 내는거에요?" "박정현도 파 간신히 내는데..." "사실 저 정도의 발성이면 듣기 거북할 수 있는 음역대 잖아요? 그런데 그게 안 그렇더라고요." 라며 감탄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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