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 "소리, 그 너머의 세계를 찾아서"
"객석" 2015년 8월호: 조진주의 The Art of Practice 중에서 발췌
태초에 동서양 음악은 비슷했어요. 이후 서양에선 음악이 수학과 물리학에 의해 정리되기 시작했죠. 1초당 몇 헤르츠(Hz)가 발생하는지 연구하고, 거기에서 비롯된 평균율을 갖고 절대적인 '음의 위치'를 만들었어요. 이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음'의 정의입니다. 예를 들어 F#과 G♭은 수치상 다르지만, 화음 안에서는 같은 높이를 일컫는 음정으로 분 류해 세계 공통의 12음계를 만든 겁니다. 음과 음 사이 관계엔 수학 개념이 적용되죠. 또 서양의 '튜닝'이 우리에게 '음정'이라는 단어로 번역되어 한국에선 '튜닝=음정'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튜닝'은 '포지션 (위치)'의 개념이고, 음정은 '음의 정도 (범위)'입니다. '작곡'을 뜻하는 'composition'을 보면 'com-' 'position', 즉 포지션들을 조합하고 합쳐 놓은 걸 의미하죠. 포지션의 이동을 단조롭지 않게 하려고 화성학의 규칙들이 생겨났고요. 이렇게 복합적인 포지셔닝 으로 만든 것이 서양음악의 정체입니다. 그러니 '그 포지션 (위치)'를 '음정 (범위)' 로 받아들여 연습하는 건, 제대로 된 연습이 아닌 셈입니다.
동양권에서 다뤄지는 '음정'은 한 '음' 안에서 변화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국악 연주를 떠올려보면 한 '음'으로 호흡 을 계속 지탱한다고 표현하지만, 정확하게는 개별의 1개음이 아니죠. 관념적으로 서양의 도◇레◇미◇파◇솔◇라◇시◇도 와 성질이 다른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 음악의 음계인 궁}◇상◇각◇치◇우는 서양음악의 계이름과 비교되곤 하지만 실제론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녔죠. 박자도 마찬가지예요. 수학에서 1과 2의 차이를 이야기 할 때, 서양에서는 1+1=2, 즉 똑같은 것을 두 개가 만났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동양에서 2는 하나의 존재가 둘로 나누어진 것으로 정리됩니다. 1 과 2의 양이 같을 수도 있다는 거죠. 수를 세는 방법이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박자를 세는 개념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소절에 4박을 치라고 했을 때, 1박을 동일하게 네 번 치느냐, 아니면 한 소절이 단지 4개의 박으로 이루어 졌느냐의 차이는 다른 정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서양음악에서는 4박, 동양음악은 3박을 기본으로 한다는 차이도 있어요.
서양음악을 제대로 할 거라면 '내가 틀렸다'라는 개념에서 시작해야 해요. 나의 배경과 본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그때부터 진짜 시작할 수 있죠. 그런데 정작 최고 일류라는 아이들은 남의 것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연습만 하면 잘하 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념, 즉 아이덴티티를 먼저 만들고 연습하는 것과, 연습하다가 개념이 생기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거든요. 서로의 다름을 알고 시작한다면… 어쩌면 그들을 이길 수도 있어요. 또 자신의 일 앞에선, 펑펑 울며 스스 로 자신에게 신랄하게 해야 해요. 그 분야에서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는 각오로 해야죠. 자신이 틀렸 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다고, 부족한 지점에서 시작하면 안 돼요.
언제든 원하는 박자와 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연습을 합니다. 메트로놈의 다운 비트에 박자를 맞추고, 포지션 익히는 연습을 하죠. 내 몸이 그것을 확실히 짚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음도 비슷합니다. 정확한 위치를 '땅' 치는 힘으로 모든 음을 시작해야 돼요. 밀면서 그 음에 들어가면 더 가거나 덜 가죠. 공명과 힘이 공존하는 상태에서 음을 시작할 수 있 도록 훈련해요. 이 기본적인 것들이 숙달되어야 우리가 규정한 음계 그 너머, 모든 소리를 가져갈 수 있거든요. 결국 사람이 감동을 느끼는 순간은 '소리'에 달려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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