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타 스타일 "Marufuku Ramen" in Redwood City
국가 불문 모든 면(麵) 음식을 좋아하는 면식범(麵食犯)의 식욕을 자극하는 "라멘 총정리" 글을 며칠 전 읽고나니 라멘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라멘을 좋아해서 1시간 이내 거리에 맛있는 곳 생겼다고 하면 메모해 두었다가 근처 갈 일 있으면 꼭 들러보려고 노력하는데요,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라멘 (ラーメン) 3가지로 토쿄의 쇼유 라멘 (醤油ラーメン, 간장 라멘), 삿포로의 미소 라멘 (味噌ラーメン, 된장 라멘), 그리고 하카타(博多)의 돈코츠 라멘 (豚骨ラーメン, 돼지뼈 라멘)을 보통 꼽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루후쿠 라멘 (まるふくラーメン)"이라고 하카타(博多) 오리지널 스타일로 돈코츠 라멘을 만드는 곳이 생긴 것을 알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돈코츠 라멘 숱하게 먹어봤지만 정작 정통 하카타 스타일로는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카타(博多)는 큐슈(九州)의 후쿠오카(福岡)현 북쪽의 현청 소재지 후쿠오카시의 다른 이름입니다. 원래 후쿠오카와 하카타가 별도 구역이었던 것을 철도역과 항구이름만 하카타로 남기고 후쿠오카로 합병했습니다. 음식 만화 <아빠는 요리사>의 배경이기도 하지요. 서울에서 제주도와 비슷한 거리에 있고, 부산에서는 오히려 더 가깝습니다. 먹거리 풍부하고 일본에서 최저 물가 지역이라서 제주도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관광이 가능하기 때문에 코로나 이전에 한국에서 많이들 여행 가는 지역이었습니다.
마루후쿠 라멘 (まるふくラーメン)은 2010년 San Francisco의 Japan Town에 첫 점포를 열였다고 하고, 현재 북가주에 총 3군데 점포가 있습니다. 그 중 저희 집에서 제일 가까운 Redwood City점의 Yelp 점수가 제일 높네요 (4.5/5.0). 다른 2곳도 4.0/5.0으로 준수한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남가주에 2점포 (Irvine, Del Mar), 텍사스 (Frisco)와 뉴욕 (NY East Village) 에도 각각 1점포가 있군요.
점포가 Redwood City downtown의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네요. 저렴하지만 주차비를 내야 합니다 (1시간에 $1.00). 주차한 곳에 있는 번호와 주차할 시간을 입력하고 카드로 결제합니다. [2022년 7월 6일 업데이트: Jefferson Avenue Garage가 가장 편리합니다.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면 식당 바로 옆 문으로 나오고, 1시간 반 동안 무료, 그 후에도 $0.25/시간으로 가장 저렴하네요]
시 이름에 걸맞게 시청 앞에 높이 솟은 레드 우드들이 심겨져 있습니다.
비가 내린 후 개인 날이라 마치 가을처럼 높고 푸른 하늘에 조각 구름들이 예쁘게 떠 다니네요.
목적지에 거의 다 왔습니다. 이 골목은 Cinemark 극장이 있는 곳이라 차가 다니지 않고 Theater District라고 부릅니다. 왼쪽에 보이는 돔 지붕은 산마테오 카운티 역사 박물관 (San Mateo County History Museum)입니다. 이 지역이 영화 <마스크 오브 조로 (The Mask of Zorro)>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목적지인 마루후쿠 라멘에 도착했습니다.
11시 점포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가니 사람들 거의 없이 한산하고 좋습니다. 점원의 양해를 구하고 식당 내를 몇장 찍어 왔습니다. 식당 웹페이지에서 보면 모든 점포들이 나무를 써서 인테리어를 트렌디하게 잘 했습니다.
깨끗하고 좋긴한데 라멘집을 이렇게 크게 해서 요즘 같은 상황에 유지가 될지 좀 걱정이 많이 되더군요.
완전 개방형 주방은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고, 위에 라멘 담는 그릇들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잔뜩 쌓아 두었습니다.
(아래 그릇 사진은 식당 웹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입구 쪽에 작은 바가 있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실내도 텅텅 비어 있었지만 저는 바깥 자리에 앉았습니다. 가스불이 켜지는 커다란 8인석 테이블도 있고 4인석 테이블이 여러개 있습니다. 파라솔이 있어 대낮에도 햇빛 염려는 안해도 되니 좋네요.
메뉴만이 아니라 주문도 핸드폰에서 직접 합니다. QR 코드 읽으면 주문 페이지로 접속 되고, 테이블 번호도 자동 입력 되네요.
테이블에 계절 한정 메뉴가 몇가지 있는데, 저는 "하카타 스타일 돈코츠"라는 뚜렷한 목적으로 온 것이라 패스.
돈코츠 라멘 기본은 $15.50. 저희 동네 물가로 그리 나쁜 가격은 아닙니다. 매운 정도를 1~5로 고를 수 있습니다. 저는 3으로 주문했는데 신라면 블랙보다 조금 덜 매운 정도네요.
다른 라멘집에서도 늘 그렇듯 유료 고명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부타가쿠니(豚角煮, 익힌 돼지고기) 하나 추가.
주문 내역
최종 결제.
주문 하고 6분 만에 라멘이 나왔습니다. 금방 나온 것은 좋았는데, 젓가락도 안 주고 그냥 가버림 😓
비주얼 좋네요. 고명은 계란 하나, 숙주 나물 (신씨 가문에서는 녹두 나물이라 부름), 차슈 (叉焼,양념 돼지구이의 중국 광동어) 2점, 송송 썰은 파, 채썬 목이버섯, 깨, 그리고 붉은 생강 초절임. 전형적인 하카타 스타일 맞군요.
따로 나온 부타가쿠니(豚角煮, 익힌 돼지고기)도 투입했습니다. 먹음직스러운 것은 좋은데 $4이란 가격으로 상상했던 것의 1/4 정도 크기가 나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야마다야 (山田屋)" 것에 비하면 1/5 정도나 되려나? 다시 오게 되면 이건 안 시킬 것 같아요.
꼬불거리지 않는 가느다란 면발은 하카타 오리지널 스타일보다 살짝 두꺼운 듯? 개인적으로 두꺼운 면을 선호하지만, 돈코츠처럼 진한 육수에는 가는 면발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진하고 묵직하면서도 잡내 전혀 나기 않는 육수가 상당히 훌륭하네요. 아마도 생강을 충분히 써서 잡내를 잡지 않았나 싶습니다. 향미유의 매콤한 맛도 진한 육수의 느끼함을 잘 잡아주고요.
가격은 사악하지만 부타가쿠니(豚角煮, 익힌 돼지고기)도 맛은 훌륭합니다. 육즙 좔좔 넘치고, 쫍쪼름하니 너무 세지 않은 양념도 좋네요.
계란도 완벽한 반숙. (이 계란은 노른자가 왜 이리 큰겨? 기분 좋게스리) 인색하게 반쪽만 주는 곳 많은데 여기는 하나 통째로 줘서 좋습니다.
총평 하자면, 점포 깨끗하고 음식 금방 나오고 맛도 나무랄데 없이 너무 좋았습니다. 맛만 본다면 북가주에서 제 입맛 기준 3위권 이내. 유일한 불만은 추가 고명이 가격에 비해 너무 양이 적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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