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마음을 움직이는 우크라이나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기도 시간에 앞서 제일 먼저 우크라이나 전황을 확인하고 그 나라를 위해 기도를 드립니다. 제가 원래 박애주의자라던가 세계 정세에 대한 관심이 남 달라서가 아닙니다. 예전에 매체를 통해 접했던 많은 분쟁과 재난의 소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크라이나 소식을 접하면 접할수록 마음이 뭉클해지고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됩니다. 아마도 저는 지금 전 세계에서 우크라이나에 성원을 보내는 이름 없는 수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전례 없었던 지원이 우크라이나를 향하고 있습니다. 워낙 복잡하게 돈으로 얽힌 글로벌 시대 속에서 러시아가 차지해 온 위치를 생각하면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유럽 연합 (European Union) 소속 27개국은 지원과 발빠른 제재에 어느때보다 신속하게 연합된 모습을 모여주고 있고, 일반 시민들의 성원 또한 괄목할만큼 표출되고 있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독일인 듯합니다. 유럽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와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아,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러시아와의 관계 손상을 조심해야 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 1000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공급하기로 결정했고, 베를린에서는 최소 10만명 ~ 최대 50만명으로 추산되는 대규모의 반전집회가 벌어졌습니다.
독일은 2015년 시리아 난민중 89만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가 사회적 갈등을 겪은 후유증으로 불과 6개월전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게 점령 당했을 때에는 빗장을 걸어잠갔던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국민들이 기차역에까지 나가 자발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자기 집으로 초청하는 호의를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진 현대 사회라, 한국에서조차도 곤란한 친척들을 받아들여 함께 살자고 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생면부지의 난민들을 자기 집으로 불러들이는 상황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3월 7일자 업데이트]
러시아군과의 전투에 참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건너온 외국인 의용군이 약 2만명에 달한다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이 6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서 이런 놀라운 호응과 후원을 끌어낸 것은 전적으로 현직 우크라이나의 정치인들과 국민 스스로 해낸 것이라는 것에 아마도 대다수가 동의할 것입니다. 며칠전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중부/서부 농업지역과 동부 공업지역이 사용하는 언어부터 시작해서 러시아에 대한 태도가 상반된다고 이해하고 있었는데, 푸틴의 크림 반도 침공이 계기가 되어 동부 친러시아 지역에서도 반 러시아 정서가 계속 커지면서, 양 지역간에 반목과 배척 없이 서로 결속하여 우크라이나 내부 단결력이 점점 커져왔다는 2018년 Washington Post 기사를 읽었습니다. 가장 뿌리 깊은 정교회의 종교적 연결 고리부터 시작해서, 무역과 경제의 고리, 음악/서적등 문화의 고리, 심지어는 언어의 고리마저도 끊어내는 대형 수술을 지난 몇 년간 우크라이나는 연달아 해 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1/5에 밖에 안 되는 땅에서 삼국시대부터 2천년이 지난 지금도 영남 호남 갈라져서 티격태격하는 우리나라... 타산지석으로 좀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푸틴의 러시아 군대가 침공하자마다 놀란 기색도 보이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대통령과 정치인들과 전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고향, 자신의 나라를 지키려고 일어났습니다.
지난 77년간 세계에 벌어졌던 큰 전쟁은 대부분 인종/종교 간의 갈등이 쌓이다가 터져나온 내전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옆 집 부부가 머리 터지게 싸우면, 좀 살살 싸우지... 혹은 말로 좀 하지... 하는 마음은 들어도, 싸울 때 양쪽 편 말을 다 들어보면 서로 주장하는 바에 나름 일리가 있는 법이듯, 선뜻 어느 쪽 편 들어주기가 힘들었던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상적인 측면으로만 판단해 썩을데로 썩어버린 국가 지도자들과 지배층 편에 서서 내전에 끼어들었다가 현지인들에게 되려 배척 받으며 고생당하다 결국 철수한 경우들도 있습니다. 침략을 당한 경우 거의 대부분 제일 먼저 도망가는게 대통령과 정부 수뇌부들이었고, 실질적 무정부 상태가 된 국가는 힘 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을 보면서 안타까와 해줄 수는 있어도 그 상황에 발 담그고 싶어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침공때 서방 정부들은 제일 먼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망명을 제안했던건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단칼에 그 제안을 거절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대통령에 그 국민들인지, 누가 봐도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인데도, 이들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힘겹게 하루 하루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전쟁나면 도망가고 싶은 것이 공통된 마음일텐데, 심지어는 외국에 나와있는 교민들 중 상당수도 고국에 참전하러 속속들이 귀국하고 있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는 유럽 최대 원전이 공격을 받자 시민들 수천명이 몰려 나와서 가로 막는 일도 있었습니다. 총탄도 포탄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도 종종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사로잡힌 러시아 병사에게 먹을 것을 주고, 고국 부모들과 통화를 하도록 배려해주면서 "이 젊은이들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오히려 위로해 주는 영상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전황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절대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변방", "끝자락"으로만 알려졌던 먼 나라 우크라이나는 세계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운' 그리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보유한' 위대한 나라로 오랫동안 각인 될 것 같습니다.
- Why Vladimir Putin has already lost this war (Yuval Noah Harari):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전 세계의 미래 모습을 빚어낼 것이다
- People around the world are booking Airbnbs in Ukraine. They don't plan to check in: 3월 2일~3일간에 만도 61,000일치의 이상의 숙박 예약이 몰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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