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Putin)과 크세르크세스 (Xerxes)
지금의 이란(Iran) 페르시아 왕국의 최고 전성기는 다리우스 1세 (Δαρεῖος)가 통치하던 기원전 5세기였습니다. (아래 지도 참조) 서쪽으로 터키 전체를 지나 불가리아/루마니아 지역까지, 동쪽으로는 카자흐스탄을 제외한 남쪽의 "-stan"으로 끝나는 이름의 모든 나라와 인도 북부, 남쪽으로는 이집트/리비아/에티오피아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정복하였지요. 그런 다리우스 1세가 끝내지 못했던 것이 그리스 전쟁이었습니다. 3차에 걸쳐 그리스 전쟁을 일으켰지만, 1차 원정은 마케도니아 등 일부 지역을 점령했으나 여러가지 사고로 중단했고, 2차 원정에서는 유명한 '마라톤 전투'에서 패해 후퇴했고, 3차는 원정을 준비하던 중에 결국 다리우스는 지병으로 숨지게 됩니다.
35세에 거대한 제국을 이어받은 그의 둘째 아들 크세르크세스 (Ξέρξης) 1세는 엄청난 규모 (최소 36만명으로 추산,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Ἡρόδοτος)는 그의 저서 <역사>에 500만명이라고 기록)의 병력을 일으키고, 해협에 부교(浮橋)까지 놓으며 준비를 하여 아버지가 끝내지 못한 그리스 정벌에 나섰지만, 살라미스 (Σαλαμίς) 해전에서 완패를 당하고 물러나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무척 중요한 인물이고 큰 사건이라 곳곳에 이를 주제로 기록되거나 만들어진 것들이 꽤 있지요.
- 영화 <300>과 <300 : 제국의 부활>: 300대 1 의 절대적 열세 속에서 페르시아를 상대로 승리한 전쟁을 그렸습니다. 크세르크세스를 주술로 빚어져 나온 인도+이집트 풍 괴인처럼 묘사했는데, 헤로두투스의 기록에 의하면 키가 259cm라고 하니 뻥튀기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거인은 맞는듯 합니다.
- 구약 성경 <에스더>: 한글 개역 성경은 히브리어 기록인 아하쉬에로쉬 (אחשורוש) 발음을 따라 '아하수에로' 왕이라고 기록.
"이것은 인도에서부터 이디오피아까지 127도를 다스린 메디아-페르시아 제국의 크셀크세스황제 당시에 일어난 일이다. 크셀크세스황제는 수산궁에서 즉위한 지 3년 만에 성대한 잔치를 베풀고 그의 모든 신하들과 고위 관리, 그리고 메디아와 페르시아의 군 지휘관들과 각 도의 총독과 귀족들을 모두 초대하였다. 꼬박 6개월 동안 계속된 그 잔치에서 황제는 부강한 자기 제국의 화려함과 위엄을 과시하였다. 그 잔치가 끝나자 황제는 다시 수산성에 사는 모든 일반 백성을 위해 궁전 뜰에서 7일 동안 잔치를 베풀었다. (중략) 잔치 마지막 날에 황제는 얼큰하게 취하자 기분이 좋아 그를 시중드는 일곱 내시 곧 므후만, 비스다, 하르보나, 빅다, 아작다, 세달, 가르가스를 불러 황후 와스디에게 면류관을 씌워 데려오라고 명령하였다. 이것은 황후가 아름다우므로 잔치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의 미모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황후 와스디가 내시들의 말을 듣고 오기를 거절하므로 황제는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러자 므무간이 대답하였다. '와스디황후는 황제에게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 황제께서 다스리시는 각도의 모든 귀족들과 백성들에게도 잘못하였습니다. (중략) 황제 폐하께서 좋게 여기신다면 칙령을 내려 와스디를 다시는 황제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하고 그것을 페르시아와 메디아의 국법으로 정하여 변경할 수 없게 하며 황후의 위를 그보다 나은 사람에게 주십시오.' " (에스더 1장 1절~19절) - 만화가 신일숙의 걸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 크세르크세스를 중심으로 한 것은 아니어도, 중반부에 황후 와스디 이야기, 그리고 후반부에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에 휘말리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와스디 황후가 참수를 당하는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아르미안은 가상의 나라로,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아르메니아 (Armenia) 와 직접적 관련은 없는듯 합니다.
그리스 정벌에 실패하면서 30여만의 병력과 천여척에 달하는 해군의 궤멸과 함께 에게 해 (Aegean Sea)의 제해권을 완전히 상실한 페르시아 제국은 기원전 333년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사라질 때까지 140여년의 내리막길을 시작하게 되었고, 크세르크세스 본인도 퇴락의 길을 걷다가 13년 후에 일어난 쿠데타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요즘 우크라이나 전황 소식을 접하면서 푸틴의 얼굴이 크세르크세스의 얼굴과 겹쳐 보입니다. 예, 악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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