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용품들
요즘은 잘 살펴보면 주변에 왼손잡이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약 10%, 한국인들의 약 5%가 왼손잡이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수저나 포크 없이 오른손으로만 집어 먹는 (왼손은 반대의 용도) 인도(India) 수준은 아니어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왼손잡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기록이나 문화적 흔적들은 많다고 합니다. 한국도 1980년대까지는 왼손잡이에 대한 차별이 심했기 때문에, 제게도 매사에 왼손을 고수하는 친구는 무척 적었습니다.
21세기 들어 전세계적으로 왼손잡이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왼손잡이용 제품들도 여러가지 나오는 것 같아, 호기심에 좀 찾아봤습니다. The Left Handed Store라는 곳이 좋은 참조가 되었습니다. 한국도 쿠팡을 비롯한 쇼핑 사이트에 왼손잡이용품을 별도로 정리해 놓았네요.
주방 용품 & 식기 | 운동 용품 | 악기 | 문구 | 기타 | |
물품 자체는 구분이 없는 것 |
젓가락, 숫가락, 포크, 나이프, 대부분의 식칼 |
공, 야구 배트, 라켓 |
필기도구 (펜, 연필) |
손톱깎이 | |
왼손잡이 전용이 '비교적' 많은 것 |
일본 식칼, 깡통 따개, 주걱 |
야구용품 (글로브, 헬멧) 골프채 |
기타 종류, 프렌치 호른 |
가위 | 호미 |
없을 것 같지만 있는 것 |
와인 코르크 따개, 계량컵, 온도계 |
자, 줄자, 노트 | 총, 마우스 | ||
있지만 잘 쓰지 않는 것 |
관악기 대부분, 현악기 |
컴퓨터 키보드 | |||
실질적으로 없는 것 |
피아노 | 카메라, 캠코더, 자동차, 수류탄 |
- 많은 것들이 왼손잡이건, 오른손잡이건, 같은 물건을 구분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었습니다.
- 왼손잡이 용품이 가장 많은 분야가 주방용품인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서도 언급되었던 부분인데, 일본 식칼의 경우 칼날을 한쪽으로 세워 연마하기 때문에 왼손잡이의 경우 반대로 연마한 칼이 있습니다. 힘을 많이 주어야 하는 깡통 따개나 와인 코르크 따개도 왼손잡이용이 있고요, 자주 쓰는 손의 방향을 따라 만들어진 주걱, 계량컵, 온도계등도 왼손잡이용이 있네요.
- 악기의 경우 양손을 다 사용하는 것이 상당수라서 굳이 왼손잡이용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여전히 차이는 있다고 하는군요. 왼손잡이 악기를 생각하다보니 예전에 무심코 지나갔던 여러가지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 동서양을 통틀어 찰현(擦絃, rubbed)악기와 발현(撥絃, plucked)악기들이 공히 왼손으로 현을 짚고 오른손으로 현을 문지르거나 튕기게 만들어진 것을 보면 현악기의 연주의 궁극적 수준은 결국 현의 위치를 정확히 짚는 것보다 짚어진 현을 얼마나 섬세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해보게 됩니다. 🤔
- 프렌치 호른 (French horn)이 관악기 중 유일하게 밸브 운지(運指)를 왼손으로만 하네요. 프렌치 호른이 애초에 밸브 없이 만들어졌다가 나중에 밸브가 추가된 것이 이유라고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왼손잡이 연주자들을 옹호하는 악기가 된 듯 합니다. 😁
- 클래식 현악기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 베이스)의 경우 왼손잡이용으로 줄을 역순으로 매고 좌우손을 바꿔 연주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기는 한데, 오케스트라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을 보면 대단한 솔리스트로 갈 자신과 각오가 없는 바에야 오른손잡이를 따라하는 수 밖에 없나 봅니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연주자들이 활을 켜는 방향을 맞추어 주는 것이 비주얼 상 중요한 요소중 하나라서 그런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
- 피아노 (& 오르간) 만큼 양손을 다 부지런히 사용해야 하는 악기가 또 없어, 왼손잡이용 피아노는 당연히 없을거라고 지레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있기는 있네요 😱 일본 카와이 (Kawai)에서 2013년에 upright piano를 만들었고, 독일 블뤼트너 (Blüthner)는 피아니스트 게짜 로조 (Geza Loso) 와 협력하여 2001년부터 왼손잡이 전용 피아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구하기도 어렵고 사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 실질적으로는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 사실 왼손잡이 용품을 찾아보게 된 이유는 갑자기 '왜 카메라는 왼손잡이용이 없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찾아보니, Exakta 라고 1936~1972년 사이에 세계 최초의 35mm 필름용 SLR을 만들며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던 네덜란드 카메라 회사가 있었는데요, 모든 카메라를 왼손잡이용으로만 만들었답니다 (생산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라이카, 콘탁스와 더불어 무려 38크로나짜리 (요즘 시세로 무려 380만 달러) 초고가 카메라를 만들어 팔면서, 사려면 사고 말려면 말라고 배짱을 튕긴 것인데 카메라 디자이너가 왼손잡이여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오른손잡이 놈들도 한 번 고생 좀 해보라고 😅 이후로는 왼손잡이 카메라가 시판된 적이 없는 듯 합니다. 니콘에서 오래 전 왼손잡이용 필카 FM2n 시제품 (prototype)을 만든적은 있다는데 실제 생산은 하지 않았던 것 같고, 2019년에 니콘에서 왼손잡이용 DSLR이 출시된다는 기사가 NikonRumers.com에 올라왔는데 이건 만우절에 뜬 거라 무시 ㅋㅋ
- 위에 열거한 것들은 모두 개인용품들이 그렇다는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사용해야 하는 모든 것은 결국 오른손잡이에 맞춰 하다보니, 왼손잡이들은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예: 책상이 붙어 있는 의자, 자판기, 버스요금 카드 단말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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