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들의 의도치 않은 물고기 양식
주말 산책 코스에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말이 연못이지, 비가 9개월간 오지 않는 캘리포니아라서 거의 일년 내내 말라붙어 있다가 비가 좀 내리는 때만 잠시 약간의 물이 고이게 됩니다. 겨우 1주일이었지만, 12월 말에 비가 내려준 덕에 고인 물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곳에도 오리가 날아와 산다는 사실입니다. 오리가 산다는 것은 먹을 물고기도 산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빗물외에는 유입 경로가 없이 고립되고 평소에 말라 있는 이 연못에 어떻게 물고기가 있을 수 있는 것일까가 늘 궁금했습니다.
당연히 궁금한게 저만이 아니었네요. 한 후배의 도움으로 2020년 7월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보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USA)" 에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는 기사를 찾았습니다. (기사원문 링크)
수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물고기 알이 물새의 깃털이나 발에 올라 타서 (hitching rides) 고립된 호수와 연못에 도달하는 것으로 추측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연구의 첫 번째 저자인 아담 로바스키스 (Ádám Lovas-Kiss)가 부드러운 식물 물질 (soft plant material)이 새의 배설물 (bird feces) 에서 산채로 발견되는 것을 본 후 물고기 알이 먹혀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이들은 청둥오리 (mallard ducks) 8마리와 2가지 종의 잉어 (carp) 알을 구해, 오리 한 마리 당 약 500개의 잉어 수정란을 종류 별로 먹였습니다. 배설물에서 소화되지 않은 18개의 온전한 알이 발견되었는데, 이중 12개는 생존 가능한 살아있는 배아 (viable living embryos) 를 가지고 있었으며, 최종적으로 3개는 정상적인 아기 물고기로 부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물고기 알은 오리의 소화기관을 얻어타고 (hitchhike)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한 거고, 오리는 의도치 않게 외딴 연못에 물고기를 번식시킨거지요. 결국 이 물고기들은 오리의 밥이 되는 것이니, 양식 (farming) 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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