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연: 쓸데 없는 오랜 기억들
"마리아 스클로도보스카"
"예"
"스타니슬라스 오거스투스에 대해 말해 보아라"
"스타니슬라스 오거스투스 포니아토프스키는 1764년에 폴란드의 왕이 되었습니다 (blah~ blah~)"
아마도 초등학교때 (당시에는 국민학교) 교과서에 있던 내용일겁니다. 세계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인 퀴리 부인 이야기를 배웠는데, 이름들이 너무 긴 것이 인상적이어서 반복해서 읽다보니 제 머리 속에 새겨져서 지금도 "마리아"라는 흔한 이름을 들으면 마치 최면 걸린듯 머리 속에서 이 부분이 자동 재생됩니다. 😛
저는 암기력이 무척 약한 사람입니다. 적성 테스트때 다른 것들은 뭐 그럭 저럭 괜찮았는데 암기력 점수는 100점 만점에 40점인가? 60점인가? 뭐 하여간 그런 아주 우스운 성적을 받았습니다. 한번 통성명하면 이름으로 불러줘야 하는 문화의 미국에 와서 살면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서 여러번 난처한 상황을 겪었어야 했고, 대신 사람 눈/코/입 생김새는 잘 기억해서 (옷이나 헤어스타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함) 근근히 사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안과 더불어 기억력 감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렇게 치매의 문턱(?)을 매일 넘나들다 보니, 그나마 자신 있던 눈/코/입 생김새의 기억력마저도 감퇴해, 이제는 실수를 안하기 위해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인사는 몇 년전부터 절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 아이 학비 대려면 아마도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더 일해야 할 것 같은데 벌써 이러니, 거의 80세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ederal Reserve System) 의장으로 일했던 앨런 그린스펀 (Alan Greenspan) 이나 79세 넘어까지 국가 총수직을 맡았던 고 김대중 대통령 같은 분들의 비범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기억이 사라져가면서 많은 불편함이 생기고 있는 반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과거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줄거리가 저~~~~~~ㄴ혀 기억이 나지 않아 마치 새로운 것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합니다 😜
단기 기억이 급격히 나빠지는 가운데에도 무척 오래된 기억들은 비교적 잘 남아 있는것이 다행입니다 (응??? 이거 뒤끝 엄청 오래간다는 말? 🤫 ). 그런데 잘 남아 있는 것들 중 상당 부분은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그야말로 '쓸데 없는' 것들이네요. 뇌에도 delete key 하나 있어서 새로운 기억을 담을 공간을 늘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 우랑바리다라나 바로웅 무따라까 따라마까 뿌라냐~ 야~~~~~잇! (손오공의 주문)
-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동방삭, 치치카포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위, 허리케인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바둑이는 돌돌이 (작명소에서 받은 5대 독자 아들 이름)
- 아~~~ 그랬냐~~~ 발발이 치와와 스치고~~~ 왜냐~하~~~~~면 왜냐~하~~~~~면~ (영화 라이온 킹의 "Circle of Life" 앞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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