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요세미티 당일치기 여행: 오후
요세미티에서 하이킹을 하는 것은 크게 산길을 오르는 산책로 (trail)과 평지를 걷는 산책로로 나뉩니다. 겨울에 눈이 쌓인 산길을 오르는 것은 아이젠 (crampons) 이 있어야 하고 체력 소모도 큽니다. 아이젠은 미리 사두면 저렴하게 $20대에 구할 수 있고 가져가지 않았으면 Yosemite Valley Visitor Center 에서 살 수 있습니다. 평지를 걷는 것도 최소한 방한화 (snow boots, 발목을 감싸주는) 정도는 필요하고, 길이 나지 않은 평원을 걸어 다닌다면 눈신발 (snowshoes) 이 필요합니다.

평지 산책에 무난한 코스 중 하나는 미러 레이크 (Mirror Lake) 입니다. 왕복 1시간만 걸으면 한 여름에 물이 완전히 말랐을 때를 제외하면 좋은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장애자 차량을 제외한 차량 통행 제한 지점까지 셔틀 (shuttle) 을 타고 가면 편도 2Km 정도 걷는데, 겨울에는 셔틀이 여기까지 가지 않아 커리 빌리지 (Curry Village)에서 내리거나, campground 지역에 주차를 하고 가야 하므로 편도 2.7Km 정도 됩니다.


산책로가 시작되는 부근의 다리입니다.

조그만 언덕에서 눈썰매 타는 가족들이 많이 있네요.

테나야 크릭 (Tenaya Creek) 을 건너 갑니다.

포장도로라서 제설을 했을거라는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다행히 사람들이 계속 다녀 걸을 수 있는 길은 나 있습니다. 방한화 신고 오지 않았으면 좀 고생을 할 뻔 했네요.


곳곳에 패인 눈 구멍이 파르스름하게 빛을 내는 것이 마치 빙하의 일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사람이 다니지 않은 곳은 잘 못 디디면 푸~~~욱 빠집니다 😅

온도가 그리 낮지 않아 길은 아마도 녹고 쌓이기를 반복한 듯합니다. 응달의 나무에는 족히 2배 정도 되는 두께의 눈이 쌓여 있군요.

이 작은 나무를 보니 해바라기의 노래 "고개를 숙인 사람" 이 생각 나네요.

큰어치 (bluejay) 의 일종인 Steller's jay가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파란 몸색과 뾰족한 뒤통수 머리가 특징입니다.

암벽도 나무도 눈옷을 입고 있습니다.

이 큰 바위 뒤가 목적지인 Mirror Lake입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50분 걸렸네요.

나무 사이로 멀리 구름 사이로 보이는 설산이 멋집니다.

올때마다 우러러 보게 되는 해프돔 (Half Dome)이 이 날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1,500m 더 높은 암벽을 올려다 보는데도 경외감이 드는데, 마터호른이나 에베레스트 같은 산을 올려다 보는 느낌은 어떨지...


주변을 돌아 다니며 조금 더 사진으로 담아 봅니다.




주차한 곳에 돌아오니 오후 3시가 거의 되었습니다. 산 속이라 4시 반이면 해가 지는데, 폭포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요세미티 폭포 (Yosemite Falls) 입니다. 셔틀 정거장에서 평지로 500m만 걸으면 됩니다. 2단 폭포인데 멀리 윗 폭포 (upper fall)이 보입니다.

구름때문에 어렴풋이 보이는 폭포의 모습이 마치 천공의 성이라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곧 집에 돌아가야 하니 출석 사진 한장 😜

요세미티 밸리를 벗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군데 더 들렀습니다. 요세미티 밸리 뷰 (Yosemite Valley View). 오전에 들렀던 터널 뷰 (Tunnel View) 와 같은 앵글인데 낮은 지대에서 보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다행히 엘 캐피탄 (El Capitan)은 어렴풋이나마 보였고, 맞은편의 브라이덜베일 폭포 (Bridalveil Falls) 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네요.

왕복 운전시간 약 10시간, 점심식사 포함 산책 5시간. 하루가 아깝지 않은 좋은 당일치기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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