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요세미티 당일치기 여행: 오전
눈 내리는 겨울의 운전은 사고위험이 높아 부담스럽지만, 그 결과로 얻을수 있는 감동이 너무 커서 도전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12월 마지막 주 거의 일주일 동안 북가주에 단비가 내리면서 산간지역에는 매일 10~20cm 정도의 눈이 내렸습니다. 일기 예보를 계속 지켜 보다가 눈 내리는 마지막 날 당일치기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다녀왔습니다. 보통 몇년에 한번 정도 가는 곳인데, 올해는 10월, 11월, 12월 한 번씩 다녀 왔군요.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새벽 5시에 출발해 차에서 미리 준비한 샌드위치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서쪽 입구 (Arch Rock Entrance)에 도착하니 오전 9시 20분입니다. 눈 내리지 않을 때와 비슷한 시간이 걸린거지요. 요세미티 입구가 총 4개 있는데요, 120번 도로 동쪽의 Tioga Pass Entrance는 고도가 높아 일년에 4~9개월간 폐쇄하므로 겨울에는 진입 불가하고, 남쪽에서 41번 도로로 가는 길은 눈이 내리는 동안에는 폐쇄 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북쪽에서 120번 도로로 가는 길이 저희 집에서는 최단 거리이지만 산 높은 곳으로 꼬불꼬불 올라가는 구간이 하나 있어서, 겨울에는 가급적 이용하지 않습니다. 20~30분 더 돌아가기는 해도 겨울철에는 서쪽에서 Mariposa 거쳐 들어가는 140번 도로가 고지대를 통과하지 않아 가장 안전합니다. 출발하기 전 반드시 도로상황을 안내 웹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 산간지역은 "Chain Controls" 법규가 있어서, 11월~3월에 산간지역을 통과하는 차량은 반드시 스노우 체인을 가지고 가야만 합니다. 날씨에 따라 9월~5월에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통행이 가능하되 통제 정도를 정하는데, 그 레벨은 다음과 같고 눈이 내리면 보통 R0 ⇌ R2 를 오갑니다.
- R0: No restrictions.
- R1: Tire chains or traction devices required unless you have snow tires.
- R2: Tire chains or traction devices required unless you have snow tires and 4-wheel/all-wheel drive.
- R3: Tire chains or traction devices required on all vehicles.
요세미티 밸리 (Yosemite Valley) 의 이날 온도는 -5°C ~ 0°C 로 포근한 날씨라 서쪽 입구 (Arch Rock Entrance) 까지는 비에 젖은 도로였고 입구를 통과한 후로 밸리 안은 눈길이었습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펄펄 내리는 눈만 봐도 기분이 들뜨고 좋습니다.
일단 밸리에 진입하자 마자 40번 도로로 빠져서 터널 뷰 (Tunnel View)로 가봅니다. 시계(visibility, 視界) 가 그리 좋지 않아 안보일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맑은 날씨면 이런 뷰인데...
예상대로 이 날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꿩 대신 닭으로 평소에는 잘 찍지 않는 터널 자체를 좀 찍어 봅니다. 고드름이 주렁 주렁 달려있습니다.
4륜 구동 차로 갔으나, 눈길이라 안전을 위해 체인을 끼우고 밸리로 돌아왔습니다. 길 가에 세운 차들이 많습니다. 대체로 한명은 체인을 열심히 끼우고, 나머지 일행들은 눈밭에 들어가 눈싸움도 하고, 누워서 스노우 앤젤 (snow angel)도 만들며 놀고 있습니다.
눈에 파 묻힌 길을 천천히 음미하며 달려봅니다. 운전하며 들으려고 가져간 CD가 머라이어 캐리 (Mariah Carey)의 "Music Box"였는데 설경과의 분위기가 찰떡 궁합이었습니다.
요세미티 밸리 대부분은 돌/콘크리트 다리인데, Swinging Bridge라고 나무 다리가 하나 있는 피크닉 장소가 있습니다. 나무 다리와 머세드 강 (Merced River), 숲과 들판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장소라 사진으로 담을 것이 참 많습니다. 연인들이 로맨틱하게 산책하기 딱 좋은 곳이지요.
요세미티 밸리에서 가장 탁 트인 개활지는 쿡스 메도우 (Cook's Meadow) 입니다. 숲으로 둘러싸인 넓은 평지에 눈이 덮이면 하얀색 캔버스를 보듯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센티널 브리지 (Sentinel Bridge) 는 해프돔 (Half Dome)을 비교적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인데, 가시거리가 수십미터 정도라 여기서도 해프돔은 보지 못했습니다.
점심 먹으러 어화니 호텔 (The Ahwahnee Hotel) 로 갔습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테이블에서 주문을 받지 않고 미리 주문을 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11월에 왔을때 꽤 오래 기다려야 했기에 개점하는 11시 30분에 맞춰 들어갔는데도 앞에 이미 10여명이 줄을 서 있어 15분 정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한사람만 줄을 서 주문하면 되고, 나머지 일행은 먼저 들어가 마음에 드는 테이블에 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해물 파스타가 내용물 실하고 양 많네요. 강추!
따뜻한 방에서 큰 창문으로 내다 보는 설경은 언제 봐도 참 좋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배가 고플뿐, 보통 관심이 별로 없지요 😁)
일찍 갔는데도 식사 마치고 나오기까지 1시간 15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어화니 호텔 (The Ahwahnee Hotel) 의 작은 안뜰의 풍경은 언제 봐도 참 좋습니다. 저 구름이 없다면 밸리의 암벽이 위엄있게 보여 더 좋겠지요. 제가 죽기 전에 과연 여기서 하루밤이라도 묵어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여름 성수기에는 일박에 $900이 넘는 곳인데 겨울에는 $500~$600 대로 떨어지기는 하네요.
어화니 호텔에서 다음 행선지로 운전해 가는 길에, 간간히 차를 세우고 길가 풍경을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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