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어 우즈 레드우드 숲 (Muir Woods Redwood Forest)
1996년 방영된 MBC 드라마 "애인" 2회에서 유동근이 황신혜에게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시간 쯤 가면, 레드우드라고 커다란 붉은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 전 답답하면 그 나무 생각을 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레드우드 (redwood) 숲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Redwood National Park인데 그곳은 6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고, 샌프란시스코에 가까운 또 하나 유명한 레드우드 숲으로 뮤어 우즈 국립 기념물 (Muir Woods National Monument)이란 곳이 샌프란시스코 북단에서 20여분 거리에 있습니다. 자연을 좋아하고, 자동차가 있다면 다녀오기를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하루 종일 회의가 없는 날이어서, 하루 휴가를 내고 산책 삼아 다녀왔습니다.
(사진 장 수만 엄청 많고, 다 막샷이라 그저 그렇습니다. 구름 하나 없는 쨍한 캘리포니아 날씨의 숲 속에서 사진 찍기 참 힘드네요 😅 )
가기 전에 반드시 주차 예약을 미리 해야만 합니다. ($9, 주차중 전기차 충전을 원하면 $12) 주말과 휴일에는 Mill Valley의 Pohono Park & Ride 에서 출발하는 셔틀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약 사이트] 예약은 오전 8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신청하며, 일단 들어가면 주차 시간의 제한은 없습니다.
US-101 고속도로에서 편도 1차선의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6.7Km를 가면 4거리가 나오고 그곳에서 좌회전하여 계곡 안으로 더 꼬불꼬불한 도로 2.6Km를 내려 가면 주차장이 나옵니다.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 네비게이션 없이도 찾아가기는 쉽습니다.
4거리 부근에서 내려다 본 샌프란시스코 만 (San Francisco Bay). 멀리 보이는 것은 버클리 주립 대학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쪽으로 넘어가는 베이 브리지 (Bay Bridge) 와 여바 부에나 섬 (Yerba Buena Island).
입구에서 제일 먼저 주차권 검사를 합니다. 국립공원 대부분이 그렇듯 이 곳도 핸드폰 신호가 터지지 않는 곳이라 주차권을 반드시 프린트 하거나 전화에 저장해두어야 합니다.
주차장 화장실 앞에 조류별로 날개 길이를 비교한 목조 "What's Your wingspan?" 제일 큰 것이 California Condor (독수리) 로 9피트 (2.7m), 제일 작은 것이 Oak Titmouse (박새)로 9.5인치 (24cm).
청동으로 부어 만든 부근 지형. 이곳 뮤어 우즈는 계곡 안쪽에 형성된 레드우드 숲입니다.
일인당 $15씩 입장료를 따로 받습니다. 주차 예약을 하면서 미리 지불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국립공원 일년 출입권 (annual pass) 이 있어서 본인 포함 4명까지는 무료입니다. 일년 출입권이 $80인데, 이것만 해도 최대 $60의 혜택이라서 미국 거주하시면서 여행 종종 다니시는 분들이면 당연히 일년 출입권이 이득입니다. 일년 출입권은 하나로 2명이 공유할 수 있습니다.
입장권 판매소 앞의 기부함. $1권, $5권, $20권...
입구입니다. 아침 햇빛이 세서 간판이 얼룩덜룩하니 잘 보이지 않는군요.
입구 통과해서 반대편 주차장 쪽으로 뒤돌아 봄.
길을 다듬어 놓은 곳 끝까지는 (노란색 도로) 평지로 왕복 1시간 반이면 갔다 올 수 있는 크지 않은 숲입니다.
레드우드 (Redwood)는 세쿼이아 (sequoia, 미국 삼나무)의 일종으로 오레건주 남쪽과 캘리포니아주의 해안 지역에만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촌격 나무는 캘리포니아주 동쪽 산간 지역에 자생하는 자이언트 세쿼이아 (giant sequoia)가 되겠습니다. 세쿼이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종 (樹種)으로, 3200년 묵은 가장 큰 자이언트 세쿼이아는 높이 94.8m 직경 12.2m 나 되고, 조금 더 날씬하고 키가 큰 레드우드 중 2000년 묵은 가장 큰 것은 높이가 115.5m (40층 건물 높이) 직경 6.7m에 달합니다. 높이로만 따지면 세계 제일의 꺽다리 나무입니다.
이곳 뮤어 우즈는 하늘을 찌를 듯 엄청난 높이로 뻗은 레드우드로 가득찬 숲입니다.
일반적으로 나무의 뿌리에서 흡수된 땅의 수분은 이파리까지 모세관 현상을 통해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100m 까지도 자라나는 레드우드는 이것으로 설명이 도저히 되지 않아 학자들이 오랫동안 연구를 하였는데, 특이하게도 바다 안개등 습한 공기에서 이파리가 직접 수분을 흡수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것이 레드우드의 자생 지역이 일부 해안지역으로만 제한된 주 이유입니다.
주 산책로(trail)는 계곡 평지를 따라서 나무 덱 (wood deck) 으로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저와 같은 노약자들은 쉬어가라고 곳곳에 친절하게 벤치도 마련되어 있고요.
계곡 중간에 작은 개울이 있습니다. 올해는 가물어 예전에 비해 물이 거의 없네요.
개울물 좌우로 산책로가 있고, 작은 나무 다리가 3개가 중간 중간 연결을 해 줍니다.
조금 더 긴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주 산책로 옆으로 빠지는 산책로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언덕길로 3~4개가 있습니다. 제일 길게 다녀오면 반나절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 산책로를 걷습니다.
골짜기의 레드우드 상당수는 직경이 2m가 넘습니다. 군데 군데 그루터기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이 구멍을 거위, 닭 등을 비롯한 가축 우리로 쓰곤 했기 때문에 "거위 우리 (goosepen)"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 구멍들은 대체로 큰 산불이 났을 때 아래쪽이 타서 생깁니다.
이곳에는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큰 구멍을 가진 나무가 있고, 캘리포니아 북부에는 차가 다닐 정도로 큰 구멍이 난 샹들리에 나무 (Chandelier Tree)라는 것도 있습니다.
나무들이 워낙 커서 마치 걸리버 여행기 속의 소인국에 들어온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레드우드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나무들 몇그루가 마치 한 형제처럼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얼핏 보면 한 뿌리에서 자라난 나무들 같은데, 한 뿌리는 아니고 뿌리끼리 서로 얽혀서 (intertwined) 스크럼 짠 것처럼 서로 지탱을 해주는 모양을 취하고 있습니다.
레드우드는 모양 자체가 일단 휘는 것 없이 길고 곧게 쭉쭉 뻗는데다가, 자연 그대로도 잘 썩지 않고 불에도 강해서, 목재로 아주 인기가 높습니다. 덕분에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보호를 하기 전까지 오래된 나무들 대부분이 벌목되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작은 산불이 레드우드 숲을 유지하는데 필수 요소라는 점입니다. 새로 나무가 자라려면 씨앗이 땅에 닿아야 하는데, 돌처럼 굳어진 썩은 낙엽 (duff) 들 때문에 땅까지 내려가지 못합니다. 산불이 나면 썩은 낙엽층을 태워 없애고, 씨앗에 해로운 박테리아와 곰팡이까지 다 태워 죽입니다. 반면 레드우드 자체는 두꺼운 스폰지와 같은 껍질과 그 안의 탄닌 (tannin)성분이 내화(耐火)성 장벽이 되어주어 불을 견뎌 냅니다. 레드우드 솔방울도 불을 잘 견뎌 내면서 열을 받으면 비로소 솔방울이 벌어져 씨앗을 밖으로 내어 보냅니다. 숲이 유지 되려면 약 20~50년 주기로 작은 산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런 생태과정을 이해한 후로는 이 과정을 돕기 위해 국립공원에서는 주기적으로 인위적인 불 (controlled fire, prescribed burning) 을 내곤 합니다.
레드우드가 죽는 주 된 요인 중 하나는 뿌리째 넘어지는 것입니다. 키가 100m씩이나 되면 그 무게가 무려 500톤에 달하는데도 그 뿌리는 의외로 무척 얕아 고작 2~4m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얕은 뿌리로도 잘 버텨내는 비결은 먼저 옆으로 절대 눕거나 휘지 않고 오로지 하늘을 향해서는 곧게 자라는 모양새 자체이고, 그 다음은 앞서 언급했듯 옆 나무와 서로 얽히고 설킨 독특한 상호 의존적 뿌리 구조 덕입니다.
조용한 레드우드 숲 속 그늘에는 무척 다양한 종류의 새들과 짐승들이 몇가지 들꽃들과 더불어 공생하고 있습니다.
계곡 주 산책로 끝에는 언덕 위 길 (Hillside Trail) 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주 산책로가 내려다 보이는 산 중턱 길인데, 높이로는 5층 건물 높이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길입니다.
다만, 주 산책로가 거의 일직선인 것에 반해, 이 길은 무척 꼬불 꼬불해서 걷는 거리로는 몇배가 더 깁니다.
그리고 가끔 가다가 길을 가로막는 나무 때문에 갑자기 좁아지기도 해서 유모차 (stroller) 같은 것은 가지고 가지 못합니다.
산책을 마치고 입구 쪽으로 다시 나오면 화장실과 기념품 가게가 있습니다.
크지 않은 건물 한 쪽 구석에는 간단한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파는 카페테리아 (cafeteria)가 있고 나머지는 기념품들입니다.
다른 곳에 비해 기념품들이 재미있는 것이 꽤 있습니다. 집에 가져가 심을 수 있는 세쿼이아 (sequoia) 솔방울도 팔고
귀엽고 개성 있는 공예품 같은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10년 넘게 만에 가보았는데 여전히 좋군요. 평일이라 사람들은 거의 없고 한적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 혹 샌프란시스코에 오실 일이 생기면 한번 방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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