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entennial Camp Picnic Area
토요일에 일년에 한번 있는 성가대 야유회를 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실상 몇 년만에 간 야유회였지요. 보통은 30분 이내의 가까운 곳으로 부담 없이 가는데 제가 설득을 해서 (? 꼬드겨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조금 늦게 출발한 사람들은 2시간 넘게 걸리기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멋진 곳이라서 다행히 다들 만족도 100%였습니다.
이 장소는 제가 2018년에 사진 찍으러 이 근처를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요, 유명한 관광지 금문교(Golden Gate Bridge)에서 직선거리로 겨우 4.25Km 떨어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너무도 한적하고 좋은 곳입니다.
금문교 관광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리를 건너자 마자 오른쪽에 있는 주차장입니다 (H. Dana Bowers Memorial Vista Point, 이번 글 제일 마지막 사진 찍은 곳) 그 다음으로 많이 찾는 장소는 금문교 서쪽에 있는 산꼭대기 입니다 (Marin Headlands 혹은 Hawk Hill).
예전 글에 소개했듯이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심지어 대부분의 북가주 거주민들 조차도) Hawk Hill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는 U-turn을 해서 다시 금문교로 돌아 가지만, U-turn을 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있는 일방통행 1차선 도로로 내려가면 태평양을 향해 절경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도로의 끝자락에 저희가 야유회를 다녀온 Bicentennial Camp Picnic Area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80m 떨어진 곳에는 BBQ grill과 picnic table이 딸린 3개의 camp site도 있어서 최대 3개월 이전에 예약을 하면 캠핑도 할 수 있습니다 ($25/일).
저희가 간 곳은 예약제가 아닌 선착순(first come, first served)인 곳으로 총 6개의 grill과 picnic table이 있습니다.
도로변에 약 15대 정도가 (장애자 주차 공간 2개 별도) 주차할 수 있고 화장실도 있고 쓰레기 통도 여러 개 있습니다. 단, 수도물이 나오지 않는 곳으니 참조하세요. 이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Conzelman Rd라는 일방통행 도로변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도로는 앞서 말씀드린 Hawk Hill에서 내려오는 길로서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도로인데, 그나마 Hawk Hill을 구경한 사람들 대부분은 이 picnic area 전에 곁길로 빠져서 돌아 나갑니다. 그래서 이곳을 원래 알고 일부러 찾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Hawk Hill을 거쳐서 인근의 Point Bonita Lighthouse로 가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이 이 곳을 지나치게 됩니다.
커다란 나무들 아래에 하루종일 완전 그늘인 테이블 하나, 살짝 햇빛이 드는 테이블 하나가 있고 나머지 4개는 일몰 전 2시간 정도에만 그늘이 생깁니다. 저희는 10시에 한 가족이 먼저 가서 그늘 테이블 2개를 차지 했습니다.
이 picnic area의 장점은 단연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가 보이는 멋진 경치입니다. 게다가 이런 멋진 경치의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아 한산하기까지 합니다. 이 두가지를 다 만족시키는 곳이 대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리 하나 건너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요. 저희가 이날 10am~7pm까지 있었는데, 저희를 제외하고는 점심때 2시간 있다 간 3명 그룹 하나, 저녁때 도시락 싸가지고 와 40~50분 있다 간 4명 그룹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사실상 전세를 낸 것처럼 쓴 것이지요.
샌프란시스코는 일년 연교차가 거의 없다시피하지만, 화창하게 맑은 날씨인 날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 도시인데요, 이날은 구름 한점 없고 25°C의 기온으로 야유회 하기에는 완벽한 날이었습니다. 금문교 너머로 떠 있는 요트들 좀 보세요. 여태껏 제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본 것 중 가장 많은 요트들이 바다에 떠 있었습니다.
주차하는 곳이 picnic area 바로 옆이라 짐을 옮기는데 부담이 없다 보니, 다들 개인용 의자들을 포함한 소장 outdoor 용품들을 전부 바라바리 싸가지고 와 쾌적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의자들이 마치 관람석인것처럼 한쪽을 향한 것을 혹 눈치채셨나요? 모르고 갔는데, 이 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에어쇼(air show)가 있더라고요. 호젓하고 경치좋은 것 하나 믿고 밀어붙인 장소였는데 완벽한 날씨에 덤으로 에어쇼까지 느긋이 구경을 해서 같이 간 성가대원 가족들이 다들 신이 났습니다. 😄 (에어쇼 찍은 사진은 다음 회에)
바베큐 준비 시작. 다 좋은데 grill의 불판 높이 조절이 되지 않는 것은 옥의 티였습니다.
삼겹살부터. 숯으로 살짝 구워 불향을 입힌 후에 돌판 위로 옮겨 더 익혔습니다. 돼지 삼겹살, 소목살, 소등심등 먹은 고기만도 일인당 족히 1근씩은 먹은것 같습니다. 경치가 좋아서 그런지, 다들 무한 흡입 😜
점심 먹고 근처의 등대로 산책을 갔습니다. 왕복 2.6Km = 52분, 오르막 40m = 아파트 16층.
상당히 험한 지형이지만 보행로를 아주 잘 닦아 놓아서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작은 인공 터널을 거쳐서 등대로 가게 되는데, 입장료는 없고 주 4일 금~월 12:30pm~3:20pm 만 개방합니다. 그리고 9월 말~5월 초에는 토요일 저녁마다 sunset tour를 추가로 제공합니다 (성인 $16, 청소년 $10).
Point Bonita Lighthouse 등대입니다. 원래 1855년에 해발 93m에 세워졌다가 심한 안개로 잘 보이지 않자 1877년에 해발 38m인 현 위치로 이전했으며 현역으로 가동중입니다.
낮은 위치에 안개가 심한 지역이라 등대 자체도 그렇고 다리도 그렇고 부식이 계속 심하게 진행되어 10~20년마다 한번씩 전면 보수를 합니다. 지금 있는 다리는 2012년에 새로 만든 목조 현수교인데 금속 부품들은 이미 심하게 녹이 슬어 있었습니다. 등대 쪽으로 건너가 있는 총 인원을 49명으로, 동시에 다리를 건너가는 인원도 10명으로 통제 합니다.
산책 다녀와서 저녁을 먹고나니 해가 지고 어두워져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몰 후에 땅거미가 지고 점등이 된 금문교를 담아 보았습니다.
완전히 어두워진 길을 따라 집을 향하다가 진하게 물든 태평양 바다를 지나치기가 아쉬워 한장 더 찍어봅니다. 구름 한점 없지만 진한 주황색의 노을빛이 멋졌습니다 (아래 사진은 보정빨이 아닌 실제 상황)
여담으로 혹 이 곳에 가시게 되면 꼬옥 Sausalito의 Lappert's Ice Cream 에 들르셔서 환상적인 affogato를 드셔보시기를 권합니다. 돌아가는 길에서 북쪽으로 빠져 5분만 가시면 됩니다. 단, 주말에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니 낭만있게 앉아 드시는 것은 기대하지 마세요.
카메라/삼각대 다 가지고 한밤 중에 금문교 오는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닌지라 (사실은 처음 😅), 온 김에 금문교 야경을 담아 봅니다. 금문교 북단의 주차장에서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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