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싱어게인 3: 이번엔 누가 1등 할지?
음악 서바이벌(survival) 프로그램들이 참 많은데, 그 중 제게 취지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JTBC의 싱어게인입니다.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한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미국 OnDemansKorea.com 방영중]
2:2 혹은 1:1로 대결을 자꾸 시켜서 잘하는 사람들도 중간에 탈락시키는 경선 시스템은 맘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경선 방식이 나름 공정한 편으로 보이고, 슈퍼 어게인(개인 자격으로 진출을 시키는 권한)이라는 카드를 심사위원들에게 주어서 약간의 보완을 해주는 것도 있어서 좀 낫습니다.
시즌 3가 시작되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제가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것을 아는 지인이 4주 지났을 때 알려줘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보는 눈이 아주 없지는 않았는지 시즌 1 우승자와 시즌 2 우승자는 다 미리 맞췄는데요, 이번 시즌은 잘 모르겠네요. 시즌 1 우승자 이승윤은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이, 시즌 2 우승자 김기태는 독보적인 목소리에 폭발적 가창력이 돋보였던 것에 비하면, 참가자들의 평균 수준은 참 높지만 앞 두 시즌에서처럼 압도적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요.
이번 주 방송에서 16강 참가자들이 확정되었습니다. 두세명은 대진운 덕에 올라온 것으로 보이지만 대체로 납득은 갑니다. 제 소견에 top 3를 꼽아 봅니다만 이번에는 자신이 서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음악 실력이 중요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결국 최종 결정은 인기 투표가 좌우하거든요.) 제 선발 기준은 도입부(verse)와 절정(climax)에 자신의 진심을 담아 완전히 표현할 수 있고, 자신만의 분명한 색채와 희소성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감동을 주는 가수입니다. 아무리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노래를 해도 듣는 사람의 입에서 장탄식이 나오지 않는 가수는 3위 내에 들을 수 없다고 봅니다.
- 27호 임지수 : 미국 Berklee 음대 출신입니다. 제 기준에서 가장 압도적인 가창력과 함께 다양한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스펙트럼(spectrum)을 가졌다고 보는데요, 외모만 조금 더 받쳐줬더라면 1등 쉽게 먹을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 (그래도 결선 전 까지만이라도, 나이나 외모에 상관 없이 음악 실력만으로 평가해주는 무대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요) 그리고 한국 여성치고는 무척 보기 드문 낮은 음색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3라운드에서 부른 노래가 많이 주목 받고 있는 것에 기대를 걸어 봅니다.
- 58호 홍이삭 : 역시 미국 Berklee 음대 출신이고요, 무척 좋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음색이 큰 매력입니다. 음악의 완성도도 높아 흠 잡을데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잔잔히 들려주듯 부르는 노래의 가사 전달력이 아주 발군입니다. 외모도 아주 잘 생겨서 인기도 투표에서 1위에 올라 섰습니다. 다만, 희소성이 있는가에 의문이 좀 남습니다.
- 25호 강성희 : 1980년대에 이정선, 김현식, 한영애 등이 만들었던 그룹 '신촌 블루스'의 현재 보컬입니다. 국악의 느낌이 나는 독특한 창법이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곤 하는데요, 음악 실력으로만 보면 3위권 안에 충분히 들어갈만 하다고 봅니다만, 노래말고 시청자들을 열광시킬만한 요소가 없어 보여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 음악적으로는 정말 나무랄데 없지만 3위권에 들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3명을 뽑아 보았습니다.
- 16호 신호림 : 예명 호림으로 활동하는 탁월한 리듬 앤 블루스 (rhythm & blues) 가수입니다. 아주 완성도 높은 무대를 계속 보여주는데 절정(climax) 표현이 없는 스타일인 것이 한계점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같은 리듬 앤 블루스 계열이라도 문명진 같은 가수에 비하면 감동의 레벨이 떨어집니다.
- 49호 소수빈 : <사랑의 불시착> OST "좋다"를 부른 가수입니다. 무척이나 감미로운 목소리에 절제된 감정 표현이 좋네요.
- 46호 신해솔 : 한림예고를 거쳐 현재 서울예대 1학년인 앳된 가수입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연천군의 캠핑장에서 초딩시절부터 주말마다 라이브 공연을 8년간 하면서 쌓인 내공에 배짱과 끼가 엄청나네요. 희소성과 장래성을 중시하는 심사위원들에게는 대단한 매력이 아닐수 없습니다만, 제가 보는 기준에서 보면 가슴을 후벼파는 감동을 주는 가수는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1등을 차지하려면 결승에서의 인기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담] 인기 투표 10위권에는 들어오지 않아 상위 입상은 어려울 것 같으나 56호 손예지의 자세가 참 인상적입니다. 맞대결에서 8명의 심사위원 중 단 한명이라도 자신의 노래쪽이 더 좋았다고 표를 던져주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것이 느껴져서 '자존감이 높고 참 건강한 삶의 자세를 가졌구나' 싶었어요.

[12월 28일 Update]
Top 10이 확정되었습니다. 일단 제가 찍었던(?) top 6 명단 중에 탈락한 사람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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