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 예배의 시작은 연습부터
내일은 추수 감사주일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1년 반 동안 virtual choir로만 했던 성가대가 특별한 교회 절기를 맞이해서 짧지만 오랜만에 다시 모여 연습을 했습니다. 평소처럼 길게 연습할 상황이 되지 못해 곡도 무척이나 쉬운 곡으로 골랐습니다.
오래전 일 하나가 기억나서 적어봅니다. 대학 졸업후 교회 동기들과 1년 후배들 중 20여명이 서울 거여동 변두리에 있는 장애인 복지 시설에 인연이 닿아 1989년 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방문을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것은 없고 장애인들이 먹고 싶지만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하는 음식 (햄버거, 김밥, 치킨, 과일 등) 을 준비해 가서 나눠 먹고 1~2시간 함께 어울려 놀다 오는 일정이었습니다.
다른 방문자들은 보통 일년에 한번 정도 특별한 날 (부활절, 추수 감사설, 크리스마스) 에 오는데 저희가 1년을 매 달 찾아가자, 원장님께서 오후 예배에 특송을 정기적으로 불러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을 하셨고 크게 부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후로 찬송가 1곡을 고르면 준비 모임때 2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을 할애하여 연습을 해서 예배 시간에 부르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번은 다들 개인 일정들이 바빠서 불가피하게 연습할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2명은 음대 출신이었고 3명은 초등학교때부터 성가대를 해서 찬송가쯤은 (?) 다 외우다시피 했었으며, 예배 참석하는 사람들의 90%는 정신 박약에 나머지 10% 중에서도 음악을 아는 사람은 없어 보였기 때문에 기본 실력으로도 충분히 때울 수 (?) 있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 날 가보니 공교롭게도 다른 교회에서 방문을 하고 있었고 그 교회에서 특송을 준비해 왔었기 때문에 저희는 특송을 부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우연히도" 상황이 맞아 떨어져 한 번을 그렇게 넘어 갔는데, 몇 달 후 비슷한 이유로 또 연습할 시간을 내지 못할 상황이 한 번 더 있었고, 그 주에도 저희는 다른 교회의 방문으로 특송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우연"은 저희가 방문을 마무리하게 되던 1996년까지 6년간 한 번도 예외 없이 반복 되었습니다. 20분 남짓한 짧은 연습이었지만, 그 20분을 미리 할애하지 못한 달이면 단 한 번도 저희는 그 예배에서 특송을 부를 수 없었습니다. 저희에게는 고작 20분의 연습이 미미하게 생각 되었는데, 하나님께는 그 미미한 시간조차도 다르게 바라보고 계셨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 저는 제가 연습에 소홀히 했다고 생각하면 그 주에는 성가대에 서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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