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멈출수 없는 자전거 바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지구상 모든 나라를 혹독하게 때리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작년 초에 잠시 주춤했던 증시가 회복세를 넘어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어, 괜찮다고 볼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듯 합니다.
순수한 공산주의는 사실상 거의 없어지다시피하고 전세계가 어떤 형태로건 자본주의를 거의 받아들인 이 상황에서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원리를 피상적으로나마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저 같은 무지한 공돌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개념으로 자본주의를 설명해 준 유발 하라리의 베스트셀러인 "사피엔스"의 내용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자본 (capital)"이란 "부 (wealth)"와 다른 개념입니다. "부"가 비생산적 활동에 사용되는 것임에 반해, "자본"은 생산에 투자되는 돈, 재화, 자원을 말합니다. "자본"은 미래의 이익실현을 기대하여 투자하는 것으로 약 15세기 정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자본은 "실물" (예: 금)에 근거하는 재화(goods & money)였지만, 근대로 오면서 그 개념이 몹시 희박해졌는데, 그 이유를 책에서 언급한 예를 아래 그림으로 설명해보았습니다.
위 그림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대의 자본주의의 핵심은 "돌고 돌고 또 도는 자본의 순환"입니다. 2주 전 희대의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를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가 감옥에서 사망한 기사가 나왔는데, 엄밀히 말해서 전세계 돈줄들이 공모해서 합법적(?)으로 벌이는 것일뿐 제 눈에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리 크게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단계에서 자본의 순환이 멈추거나 역으로 돌기 시작하면 그 시스템은 붕괴되고 말지요. 마치 멈추면 쓰러지는 두발 자전거와도 같습니다. 그러니 전 셰계의 지도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어떻게든 이 자전거를 멈추지 않고 계속 굴러가게 하려고 밤낮으로 고민합니다.
이 자본의 순환을 조절하는 가장 큰 요인중 하나가 금리입니다. 예를 들어 50만불 (약 5억원)짜리 집을 15년 상환으로 100% 융자를 받아 구입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지요. 매년 집값이 평균 7.18% 상승한다면 이 집은 10년후 가격이 2배가 됩니다. 실질적인 소득은 집값 상승분에서 은행에 지불하는 이자 총액을 뺀 나머지가 되는데, 대출 이자가 연 10.6%라면, 15년간 총 50만불 (원금과 동일한 액수) 의 이자를 지불해야 하고 7년째까지는 이자가 집값 상승분보다도 더 커서 오히려 손해입니다. 하지만 연 2.5% (현재 미국 주택융자 금리) 라면 15년간 지불하는 총 이자는 10만불 밖에 되지 않아 총 소득은 약 2배이며 혹 중간에 팔게 되더라도 절대 손해는 보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너도 나도 융자 받아 집을 구입 하려고 할 것이고, 그럼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집 값의 상승률은 더 가파르게 올라가게 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으니 사업 자금으로 더 많은 돈을 빌려오지요. 전세계 주요 선진국은 GDP의 80%에 달하는 가계 부채가 있고 한국은 작년 3분기에 100%를 넘어섰습니다. 정부와 기업까지 합치면 GDP의 300%에 육박합니다.
지난 30년 간 전세계 모든 국가의 금리는 계속 낮아져서 제로 금리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한지가 무려 10년이 넘었습니다.
융자 금리와 주택 가격을 비교해 보면 둘이 얼마나 상관관계가 큰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이 폭락했던 2007~2009년은 잘 아시다시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 의 시기로 특별한 상황이었습니다. 다단계로 감추어져 있던 부실 주택 융자가 채무 불이행 ⇨ 주택 차압 ⇨ 주택 가격 폭락 ⇨ 채무 불이행의 역순환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의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지요.
어쨌거나 그 뒤로 금리는 더 내려가 심지어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거론되고, 그 덕에 주택값은 다시 미친듯 오르니 과거 절대 빚 지지 않고 한푼 두푼 저축으로 돈 모아 집 사던 시절은 현 세대가 알 수 없는 전설의 고향 이야기가 된지 오래 되었습니다.
최근 몇년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뛴 한국 아파트 값은 물론 국토 교통부 장관의 반복된 일차원적 정책 실수도 크게 작용한 것이 맞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전 세계의 금리 추세때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금리인데, 코로나로 인해 자본의 순환 사이클이 멈출것 같은 위기감이 시작되면서 각국은 어쩔 수 없이 돈을 더 찍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원론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새로운 자원, 에너지, 생산성이었는데 그것으로 유지가 안될것 같으니 자본에 물을 타서 양을 뻥튀기하는 꼼수를 벌이는 것입니다. 현 상황에서 묘수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은 더해가기만 합니다.
이런 이상 저금리를 타고 뛰기 시작한 것 중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bit coin으로 대표되는 소위 "암호 화폐"이지요. 생산 없는 재화의 집결과 분배, 제로섬 (zero sum) 게임...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도박, 복권 같은 것인데 암호 화폐도 같은 조건을 충족한다는 면에서 맥락이 같은 것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엄청난 이익을 취한 사람 한명의 그늘에는 반드시 수 많은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있는 것인데, 여기에 올인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마치 그 몇 안되는 이익을 얻는 사람이 될거라는 확신 (혹은 강한 소망) 으로 빚을 내서 투자하기까지 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가지고 근면하게 일하면서 평범하고 소박하게 사는 행복은 점점 사라져가고, 상대적인 박탈감과 열등감으로 어떻게든 "대박"을 터뜨리지 않으면 인생의 의미가 없는듯 살아가게 만드는 현대사회... 이 시대의 젊은이들 그리고 내 아이들은 과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감당해 나갈지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부채로 만든 세상> 신보성(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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