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관점에서 보는 인류 역사 (1) : 성경과 과학
학창 시절, 문과 과목을 잘 못하고 좋아하지 않아서 "역사"라는 과목과는 먼 거리를 두고 살았습니다. 대학 2학년부터 교회를 제대로 다니면서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성경을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뒤늦게 "역사"라는 과목을 조금이나마 진지하게 대하게 되었지요. 꽤 오래 전부터 창세에서 현재까지 벌어진 큰 사건들을 아주 대략적으로나마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을 막연히 가지고만 있다가, 한번 시간을 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정리를 했기에 그 내용을 몇개로 나눠서 올리려고 합니다. 주 목적이 역사에 무지한 공돌이가 자습하는 것이라서 아주 빈약하고 피상적인 수준일테니 큰 기대하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제목에서 알수 있듯 "제가 이해하는" 성경의 관점에서 본 역사입니다. 앞 부분은 "창조과학 (creative science)"의 입장을 옹호하는 입장이라, 편향되었다고 느끼실 분들이 많이 계실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론 제기하셔도 됩니다만 제가 조리있게 답변하는 것은 어려울 듯 하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예전부터 가졌던 조각난 생각과 지식을 총정리 해보는 것이라서 과거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과 중복되는 내용들도 꽤 있을 것입니다.
현대인의 대다수는 성경을 비과학적(unscientific)인 내용으로 가득찬 책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성경의 제일 앞 부분인 창세기 1장의 천지창조(the creation)에 대한 기록과 그 외에 동정녀 탄생, 부활, 병고침 등 수많은 기적(miracles)에 대한 기록들 때문일 것입니다.
성경이 어떤 책인지는 여러가지의 정의가 가능하겠으나 저는 다음 3가지의 특징으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 믿는 사람들의 믿음을 제고(提高)하고자, 혹은 믿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어 주고자 하는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쓰여진 책
- 과학책(검증과 재현이 가능)도 아니고, 신화(사실이 아니며 의미만이 중요)도 아닌 책
- 연대/이름/지명/숫자/크기등 무척 상세한 역사적 사실들을 많이 담고 있어 고고학적으로 확인 검증이 가능한 책
성경과 과학 간의 상관 관계를 짚어보기에 앞서 "과학(science)"이란 단어를 먼저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과학은 라틴어의 '지식(scientia)'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기원전 35~20세기의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물질계(physical world)의 현상을 자연적 원인에 근거해 설명하려는 "절차적 시도(formal attempts)"를 과학이라고 불렀습니다. 유럽 르네상스 시대 직후부터 급격히 진행된 과학의 발전은 사실 창조된 자연의 법칙 (laws of nature created by God) 에 대한 확신 하에 그것을 찾아 규명하려는 기독교인들에 의해 주도된 것이었습니다. 입자 물리학(particle physics)에서 다루는 10-15m의 극소 세계와 천문학(astronomy)에서 다루는 1027m의 거대한 우주 공간 간의 유사성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오묘하기만 합니다.
잡음(noise)이나 무작위 추출(random sampling)등 사람 보기에는 그것이 혼돈스럽고 무작위적인 (chaotic & random) 것 같아 보이는 비균일성(non-uniformity)이, 알고 보면 질서가 있고 체계적 (ordered & systematic)이라는 놀라운 과학적 발견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Non-Uniformity"]
과학이라는 도구로 발견하는 내용은 실로 놀라운 것들이고, 그 발견들은 공학(engineering)이라는 도구를 통해 인간의 삶에 많은 혜택과 편리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우주만물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이해하는 것은 늘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도표에서 예시하듯 우리의 제한된 관찰(핑크빛 점들) 만으로는 빨간 선과 파란 선의 다름을 구분해낼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학이라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현상을 "관찰(observation)"하면서 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설(hypothesis)"을 세우는 것이 시작입니다. 이 부분까지는 지극히 객관적이고 귀납적(inductive)입니다. 본격적인 연구는 그 가설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증명하는 일로 채워집니다. 실험을 해야 합니다. 생각하고 설계한 대로 작동할 때까지 무한 수정과 반복을 해야 하지요. 실험이 제대로 작동해서 결과가 나오면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합니다. 도출된 결론이 시작점이었던 가설과 일치하지 않으면 가설이 잘못된 것이므로 수정되어야 하고, 다행히 일치하면 가설은 "학설(theory)"로 인정 받을 수 있으며 그 데이터는 학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채택되어 학계에 보고되게 됩니다.
"학설"로 인정 되는데 사용한 모든 실험 데이터는 반드시 관찰/검증/반복재현이 가능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자연의 모든 만물은 변화와 분포(variation & distribution)를 가지기 때문에 학설이 100% 반복재현이 가능한 경우는 무척 드물고 결과가 일치하는 표본수(sample size)가 클수록 그 학설은 권위를 인정받게 됩니다. 따라서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표본들을 무시하거나 감추고 싶은 "조작"의 유혹에 늘 노출 되는데, 한국에서 2005년 큰 파란을 일으켰던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이 그런 유혹에 빠진 연구자의 실상이 표면화된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정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과학으로 인정되는 학설들 조차 후반부인 실험~결론까지의 과정은 "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뚜렷한 목적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지극히 연역적(deductive)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연구자의 세계관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추후의 글에 몇가지 사례를 들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InterVarsity Press 편집장이었던 James Sire는 그의 저서“The Universe Next Door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 에서 "A worldview is a set of presuppositions (or assumptions) which we hold (consciously or subconsciously) about the basic makeup of our world." "세계관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기본 구조에 대해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우리가 가지는 전제 (또는 가정)의 집합이다." 라고 정의합니다. 혹자는 아주 쉽게 말해서 세상만사를 바라볼 때 각자가 쓰는 “안경”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글을 시작했던 내용으로 돌아가면, 만물에는 법칙이 있고 우리 삶의 대부분은 "과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그 법칙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졌습니다. 아직도 그 법칙을 벗어나는 설명 불가능한 일들이 가끔이나마 벌어지는데 우리는 그런 영역을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성경의 많은 내용이 재현 가능한 과학적 사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벌어진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이기 (N.T. Wright) 때문에, 대부분의 문명권 사람들은 성경은 비과학적(unscientific)이며, 기독교는 과학과는 무관한 하나의 종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학으로 설명/재현이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며, 이런 일들은 비과학적인 것이 아닌 초과학적(superscientific)인 것입니다. ["The Flaw of the Excluded Middle - 발췌"]
자연과학이, 자연과학 만이, 삶과 세계의 모든 해석에 대한 절대적 권위를 가진다는 관점 또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 “The God Delusion (만들어진 신)”, “The Selfish Gene (이기적 유전자)” 등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옥스포드대 교수 리차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를 들 수 있습니다. ["Probably no God?"] 이런 관점은 "과학(science)"가 아닌 "과학주의(scientism)"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배우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한 세계관에 갇힌채로 세상만물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믿음"은 자신의 세계관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때까지 지속됩니다. 과학이 발전되면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은 계속 늘어나겠지만, 여전히 과학의 영역이 아닌 역사의 영역으로만 남아야 하는, 그러나 엄연한 사실(facts)들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그 사실들은 직접 경험한 증인들(witnesses)이나 고고학적 수단을 통해 검증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성경에 기록된 내용은 증거(evidences)가 아닌 징후(signs)들일 뿐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아무리 큰 기적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우주만물을 창조하셨다는 증거도,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증거도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확인할 수 있는 제한된 징후들을 토대로, 성경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여전히 "믿음(faith)"의 몫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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