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 휘트니산의 반나절 하이킹
알래스카 (Alaska)주를 제외한, 미국 본토 (contiguous United States) 의 최고봉인 휘트니산 (Mt Whitney) 은 원래 제 여행 계획이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높은 산은 제 능력 한계치를 한참 벗어나는 것이라서요. 그런데 미주 중앙일보에 하이킹 글을 연재하시는 김인호님께서 출발 일주일전 올리신 유튜브에서 휘트니산을 하이킹하는 장면을 보니 장엄한 광경이 너무 멋져서 낮은 곳까지만이라도 한번 시도해 보자고 결정을 갑작스레 했습니다.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경로는 아래와 같습니다. 비숍 (Bishop) 숙소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전 내로 산행을 마치고 오후에는 쉬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도시인 론 파인 (Lone Pine) 에도 저렴한 모텔들이 있습니다. 마운트 휘트니 트레일헤드 (Mt Whitney Trailhead) 까지 도로가 잘 닦여 있습니다.

해발 4,421m의 휘트니산 (Mt Whitney) 은 막판에 450m의 험한 암벽을 포함하고 있어 아마추어가 도전 하기에는 꽤 무리가 많은 산입니다. (정상 등정기) 매년 2월 1일부터 3월 15일 사이에 등반 신청을 해서 추첨을 하여 받는 허가증 (permit) 이 있어야만 입장이 허용되는데, 허가증이 없이 갈 수 있는 경계선 부근에 론 파인 레이크 (Lone Pine Lake)라는 작은 호수가 있고 제 행선지는 거기 까지만입니다.
거리상으로만 보면 4.4Km니 얼마 되어도 해발 2,544m (한라산 1,950m 백두산 2,744m) 에서 시작하여 523m를 올라가야 하는 거라서 조금의 부담은 있습니다. 저질 체력인데다 요즘 무릎도 그리 좋지 않아 좀 걱정은 되었지만 더 나이 들면 못 갈것 같아 용기를 내었지요.

숙소에서 5:50am에 출발을 했습니다. 기온은 영상 0.5°C (33°F) 6:30am 정도 되니 멀리 여명이 밝아 오는군요.

아침 일찍 출발한 이유는 일출 사진을 찍고 싶어서였는데 목표한 7시 정각에 산 정상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정확히 도착했습니다. 너무 운이 좋았지요. 급하게 삼각대 펼치고 찍기 시작했습니다.










10분 간의 일출 촬영을 마치고 산속 도로로 15분 더 올라가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피크 시즌이 아니고 이른 아침이라서 캠핑하러 올라간 차들만 있었기에 주차 공간은 많이 있었습니다.


산책로 (trail)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편리하게 바로 앞에 화장실이 있습니다.

드디어 출발입니다.

길은 좁고 울퉁불퉁 자갈길이지만 잃을 염려 없는 잘 닦인 길입니다. 구름 한점 없이 맑고, 기온은 0°C (32°F) 에 바람도 없어 하이킹하기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씨였습니다. 덤으로 이른 아침에 올라간거라서 남쪽 산이 올라가는 내내 쾌적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앞으로의 내용은 자세한 설명 없이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가져간 파워에이드 (PowerAid)로 수분/당분/염분을 간간히 해주었습니다. 혈당 보충을 위해서 집 찬장에 남아 굴러다니는 블루베리 쵸코볼을 가져갔는데요, 이거 0°C에 가까운 날씨에 먹었더니 얼은 것은 아닌데 식감이 정말 별로네요 😅







폭포라고 부르기에는 귀여운 물줄기가 보입니다. 목적지가 가까와진 듯 합니다.

약 4.2Km의 계속된 오르막길 후에 나무 징검다리가 하나가 나옵니다. 살얼음이 낀 개울물을 건너서 조금 더 가면 작은 "Lone Pine Lake" 팻말이 나와 왼쪽으로 내려가라고 합니다.

커다란 바위들 사이로 조금 내려갑니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구글 맵에서 1시간 20분 예상거리인데, 저질 체력으로 사진 찍으면서 천천히 올라와서 2시간 걸렸습니다.

바람이 없는 호수가 거울처럼 반영을 만들어 줍니다.

인적 없이 조용한 호수를 둘러보며 브런치 (brunch) 로 먹으려고 전날 저녁에서 남겨 두었던 콘 브레드 (corn bread) 를 먹었습니다. 이것도 초코볼 못지 않게 별로네요 😂 소위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인 제가 처음으로 따뜻한 커피를 그리워 했던 순간입니다.

조금 쉬다가 하산길에 나섭니다. 같은 길이지만 방향이 반대면 보이는 풍경도 많이 다르네요.


출발하던 날 아침 편한 조깅화 신고 짐 옮긴 후에 트래킹화 (trekking shoes) 로 바꿔 신고 출발한다는 것이 그만 또!! 깜빡해서 조깅화 신고 등반을 했습니다. 올라갈 때는 괜찮았는데 내려오면서 앞꿈치가 아파오기 시작해서 아주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나중에 보니 결국 엄지 발톱에 멍이 들었네요 😟








마지막 뒤를 돌아 보게 되는 휘트니산의 위용입니다.

아래는 하이킹 과정을 동영상으로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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