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 산호세에서 산을 넘어 동쪽으로
온 세계가 함께 신음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행을 거의 가지 못했습니다. 직장에서의 근무 연차가 높아 통상 일년에 4~5주 정도의 휴가를 쓰는 편인데, 올해는 9월말까지 단 3일 썼네요 😅 아이들 방학 동안 어디 함께 갈까 생각도 했었는데, 다들 백신접종은 했지만 비행기 타기는 아직도 찜찜하고 장거리 운전해서 가는 것은 다들 싫다고 해서 결국 못 갔습니다. 2년 전부터 적치 휴가가 이월 되지 않고 소멸되어서 unlimited vacation이라고 자조하고 있는데, 이러다가 연말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주일간 휴가를 내고 2박 3일짜리 짧은 나홀로 사진 출사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예전부터 늘 가보고 싶지만 한번도 가지 못해본 곳이 캘리포니아 동쪽편의 시에라 네바다 (Sierra Nevada)라 불리는 산맥을 넘어 있는 곳의 가을 풍경이었습니다. 한국이나 동부처럼 붉은 단풍 (maple)은 아니고 호수가에 자생하는 노란색으로 물든 나무들이 멋진 곳이라고 들어만 보았는데 절정인 10월이 아이들 방학과는 겹치지 않아 한번도 가볼 기회가 없었지요. 올해가 가기 전에 혼자라도 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심을 하고 이곳으로 행선지를 정했습니다.
10월 18일 월요일 새벽 출발하여 요세미티 (Yosemite) 의 CA-120 티오가 로드 (Tioga Road, 혹은 타이오가 로드)를 통해 갈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내린 눈으로 전날 오후 4시부터 티오가 로드 통행이 금지되어 버렸습니다. 경로를 변경해서 북쪽 CA-88 도로로 우회해야 했습니다. 북가주는 동쪽으로 넘어가는 고속도로가 4개나 되지만 눈이 오면 그중 3개는 통행 금지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 중 티오가 로드는 일년에 최소 4개월 ~ 최대 9개월간 전면 폐쇄가 되어 버리는데 올해는 10월에 벌써 통행이 금지되니 많이 이른 편입니다.
평야 지대를 지나 산악 지역이 가까와지자 먹구름이 많이 끼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이대로 계속 된다면 CA-88 도로도 눈이 내려 고생을 하게 될 판인데 다행히 비는 잠시 내리다 그쳤습니다
밤새 내렸던 눈으로 10월에 때 아닌 설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눈을 너무도 좋아하는 저에게는 생각지도 않은 횡재입니다. 2년 반째 가보지 못한 홋카이도 설경에 대한 그리움을 이렇게 달래보게 됩니다.
가는 길 도로변에도 호수가 몇개 있습니다. 그 중 큰 편에 속하는 실버 레이크 (Silver Lake)를 지나며 둘러 보니 대부분 침엽수라 가을 분위기는 많이 나지는 않지만 인적 하나 없는 조용한 호수가의 풍경이 참 좋습니다.
실버 레이크를 지나 조금 더 가다보니 사시나무 (aspen) 들이 예쁘게 물들어, 눈 덮인 소나무 (pine) 숲속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10월인데 눈이 와서 체인이 필요하다는 표시가 있습니다. 다행히 온도가 영상이고 밤새 눈을 잘 치워서 체인을 실제 장착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CA-88 도로의 최정상 부근입니다. 해발 8,290 피트 (2,527 미터) 니까 높이가 꽤 되지요.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입니다. 캐이플스 레이크 (Caples Lake)라고 상당히 큰 호수가 있습니다. 이곳은 주변이 완전 침엽수림이라 한겨울 분위기네요 😜
경사도가 낮아지는 것을 보니 산악 지역은 거의 벗어난 듯 합니다. Red Lake Creek이란 곳을 지나는데 색깔이 무르익은 사시나무 (apen) 들이 멋드러지게 눈을 유혹하네요.
침엽수들과 사시나무의 조화로움이 한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날씨로 갑작스레 경로는 변경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눈 내린 늦가을 풍경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래는 CA-88 을 따라 운전해 오면서 찍은 풍경을 동영상으로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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