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 인요 카운티의 호수들
이번 여행에서 애초에 가장 기대했던 곳은 인요 카운티 (Inyo County) 비숍 (Bishop) 에서 20분 산쪽으로 들어가 있는 아스펜델 (Aspendell) 부근의 호수들이었습니다.
원래 10월 4일에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올해는 늦더위가 10월이 되도록 이어졌고 시에라 네바다 지역도 10월 첫째주까지 30도가 넘는통에 나무의 가을색이 지연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2주를 연기했는데 결과적으로 미루지 말거나 1주만 미루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한국 날씨도 그랬듯이 캘리포니아도 기온이 급강하 하면서 초가을을 건너뛰고 늦가을이 갑자기 되고 말았습니다. California Fall Color Map이라는 곳에서 가을이 되면 단풍 변화를 매일 구글 지도에 업데이트 해주는데, 인요 카운티의 상황이 매일 급변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휴가 일정을 갑자기 바꾸기가 뭐해서 2주를 기다리면서 "You missed it"의 지역이 넓어져가는 상황을 지켜 보기만 해야 했지요.
비숍에서 아스펜델 골짜기까지의 도로는 많이 굽이치지 않고 운전하기 쉬운 도로입니다.
선택지가 크게 둘로 나뉘는데, 남쪽으로 깊게 들어가 하나 있는 사우스 레이크 (South Lake)를 가는 선택, 다른 하나는 북쪽으로 3개의 호수가 있는 선택이 있습니다. 비숍에 도착한 시간이 거의 5시가 가까왔는데 산속이라 해가 일찍 지는 것을 생각하면 두 방향을 다 가볼 수는 없고 사우스 레이크 (South Lake)의 고도가 9,750 ft (2,972m) 로 가장 높기 때문에 잎이 이미 다 졌을거로 생각해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처음 있는 호수는 인테이크 투 (Intake II). 해발 8,000 ft (2,438m) 로 이 지역 호수 중 가장 낮은 고도에 있습니다. 이 고도는 사시나무들이 자생하는 최저 높이라서 (8,000~10,000ft 에서 자생), 이보다 낮은 곳에서는 사시나무를 볼 수 없고, 가장 늦은 시기까지 사시나무잎을 볼 수 있는 지역이 되겠습니다.
다행히 예상대로 이곳은 사시나무 (aspen) 잎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녁때가 가까와 햇빛도 적당히 약하고 바람도 심하지 않아 사진 한두장은 건질 수 있었네요.
아스펜델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작은 다리를 건너 옆으로 빠지는 길이 나옵니다. 표지판은 없어 보이는데 꼬불꼬불하고 좁은 도로를 통해 노스 레이크 (North Lake)로 올라 가는 길입니다. 노스 레이크는 해발 9,350ft (2,850m) 로 사우스 레이크 다음으로 높아 가을색이 먼저 드는 곳 중 하나입니다.
예상한 대로 사시나무들 잎이 이미 거의 졌네요. 2주만 일찍 왔더라면 너무도 호젓하고 고즈넉한 숲길을 산책하며 구경할 수 있었겠다라는 아쉬움을 가졌습니다.
비교적 작은 호수인데, 작은 산책로들이 호수 주변을 돌아가면서 있어 산보하기에 너무 좋아보이는 곳입니다. 정말 조용하고 평화로와서, 제가 만약 Bishop에 산다면 저녁 식사 마치고 산책하러 무척 자주 오고 싶을 것 같아요. 가을색이 절정일 때라면 사진 찍기에는 정말 최고일것으로 예상됩니다.
건너편 호수변에 이미 갈색이 되어버린 사시나무 숲이 보입니다.
집에 돌아와 위 사진을 보는데 장소가 눈에 익어 찾아보니 2017년 발매된 Apple Mac OS X 10.13 "High Sierra" 바탕화면 (아래 사진) 구도와 거의 같군요. 장소와 구도가 같아도 때와 시간에 따라 결과물은 천지차이네요. (사실은 실력 차이 😜 )
오후 5:30. 해가 지기 전에 마지막 하나 남은 사브리나 레이크 (Sabrina Lake)로 향했습니다. 해발 9,128ft (2,782m) 에 있는 꽤 큰 호수이고 유원지로 개발된 곳이라 포장도로 끝나는 곳까지 올라가면 꽤 넓은 주차장이 나옵니다.
산능선이 금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헐벗은 흰색 사시나무 숲이 정취있네요.
만약 저게 다 금덩어리라면?? ㅎㅎㅎ
사브리나 레이크 바로 아래 계곡이 조금 따뜻한 편인지 마침 짙은 가을색으로 물든 사시나무들이 모여 있네요. 해 지기 전이었다면 색깔이 훨씬 멋졌을것 같아요.
사브리나 레이크는 댐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호수 면적을 넓힌 곳이더군요. 최근 몇년간 계속된 가뭄의 흔적이 이곳에서 여실히 보입니다. 물이 없으면 없는대로 정취가 있고 호수를 둘러싼 거친 산세가 매력을 더해주기는 하니, 물이 많았으면 얼마나 더 멋있었을까 싶은 아쉬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방문객이라고는 거의 없는 한적함 속에 저물어져 가는 산을 바라보면서 한참을 서 있다가 내려왔습니다.
호수 반대편으로 산 아래 비숍 시내 방향은 지금이 골든 아워 (golden hour)네요.
조금 더 있다보니 바람이 잦아 들어 거울과 같이 산을 비춰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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