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via Estiatorio" in Palo Alto
미국은 가을에 학기가 시작되고 11월 초 ~12월 말에 대학 입학 원서가 마감이 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가장 학업에 쫓기는 시기가 11학년 (한국 고2) 입니다. 고등학교 다니면서 대학 수준의 과목을 미리 수강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를 AP (Advanced Placement) class라고 부르는데, 당연히 일반 과목보다 어려워서 스트레스를 꽤 받습니다. 작은 아이가 5월 말에 5과목의 AP 시험을 잘 마쳤을때, 마침 올초에 쓴 논문에 대한 상여금이 회사에서 조금 나와서 제가 한턱을 쏘기로 했습니다.
작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지중해 음식 (Mediterranean) 이고 특히 그리스 식당 (Greek restaurant)을 좋아합니다. (마눌님과 큰 아이는 이 음식을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저와 작은 아이만 갔습니다) 북가주에서 괜찮은 그리스 식당으로 San Francisco에 있는 Kokkari Estiatorio와 스탠퍼드 대학 앞 Palo Alto에 있는 Evvia Estiatorio 가 있는데요 Yelp.com에서 리뷰수가 무려 각각 4,580개와 2,460개이고 별점이 5점 만점에 4.5점 입니다. 두 식당은 같은 매니저와 셰프를 공유하는 자매관계라서 메뉴도 비슷하기에, 멀리 갈 필요 없이 20분 거리의 Evvia Estiatorio로 갔습니다. 예약이 그리 쉽지 않은데 1주일 후 저녁 시간에 빈 자리가 다행히 있었네요.
식당 오픈 시간인 5시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3월 초 이후로 식당에 가서 먹는 것을 완전 중단했으니 무려 15개월 만의 외식입니다.

예약 확인하고 기다리면서 메뉴를 미리 보고 있습니다. 인기와 비례해 가격은 다른 곳보다 30~50%정도 더 비쌉니다. 메뉴 보더니 비싼 것 주문해도 되냐고 묻네요. (철렁~~~ 😜) 모처럼 한턱 쏘는 날이니 먹고 싶은것 다 먹으라고 말해줬습니다.

인기 있는 식당이라 원래 실내 테이블 배치 간격이 상당히 좁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널널하게 재배치 했습니다. 예전의 북적 거리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네요. 식당 이름인 Evvia는 아테네 (Athens) 북쪽에 위치한 그리스에서 2번째 큰 섬 이름인데, 식당 분위기를 격조 차리지 않고 편하게 먹을수 있는 깨끗한 지중해 동네의 느낌으로 꾸민것이라 합니다.

오프닝 시간이 임박해서 막바지 준비로 종업원들이 모두 분주합니다.

주방쪽 사진을 들어가서 찍고 싶었는데 분주한 종업원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 같아 퍼온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바깥 도로변에 나무 덱 (deck)을 설치하고 바람막이와 히터를 설치했는데 유럽 분위기 나서 실내보다 더 마음에 드네요.



고기 먹어야 하니 음료수 한잔씩 주문했습니다. 작은 아이는 아놀드 파마 (Arnold Palmer), 저는 루트비어 (root beer)를 마시고 싶었는데 없어 그냥 콜라. 콜라는 기계에서 뽑아낸 맛이라 감흥이 전혀 없지만, 같은 값의 아놀드 파마는 추천합니다. 레모네이드 (lemonade) 에 아이스티 (iced tea)를 섞는 음료인데요, 맛을 보면 진짜 레몬즙에 약간의 꿀을 넣고 제대로 우려낸 좋은 홍차로 만든것 같아요,

식전 빵으로 천연 효모 빵이 나옵니다. 발효를 오래할수록 식감은 좋아지고, 대신 신맛이 강해지는데 적당한 선에서 발효를 멈춰서 약간의 신맛 뒤에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은은히 배어나네요. 신선한 효모 빵 특유의 얇은 돌과 같은 껍질와 아기 솜살과 같은 속의 쫀득함이 아주 좋습니다.

지중해 빵에는 역시 버터보다는 올리브유가 찰떡 궁합이지요.

제가 주문한 아르니시오 수블라키 (αρνίσιο σουβλάκι, 어린양 꼬치) 입니다. 양념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양고기 캐밥 (lamb kebab) 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튀긴 웨지감자, 호박/양파/토마토 볶은 것, 그리고 그리스식 요거트가 함께 나왔습니다.

육즙 완벽하게 보존한 것은 물론이고 양념이 정말 절묘합니다. 처음 입에 넣으면 복잡한 허브 맛과 함께 살짝 짠듯한 느낌이 스치고 지나가는데, 몇번 씹으면 짠 맛은 아련하게 사라지고 좋은 육향과 허브 맛이 기분좋게 혀를 감싸고 넘어갑니다. 여기에 곁들여 나온 요거트를 발라 먹으면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고소한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네요.
San Francisco Bay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중해 음식점 중 하나로 꼽히는 중동 음식점 Dishdash의 양꼬치와 비교할때 가격은 약 30% 더 비싼데, 맛으로 보면 그 차이를 상쇄하고도 충분히 남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Dishdash 2번 먹는 것보다 여기 것 1번 먹기를 주저하지 않고 선택하고 싶습니다.

작은 아이가 주문한 아르니시오 파이다키아 (αρνίσιο παιδάκια, 어린양 갈비) 입니다. 달랑 3대인 것이 좀 아쉽기는 합니다만, 정말 잘 구워서 나왔네요.

웨지 감자 튀김은 제것과 같습니다. 안은 포실하고 겉은 바삭하게 튀겼는데, 작은 아이도 저도 이 감자 한쪽을 끝에 남겨서 먹었습니다. 둘 다 제일 맛있는 것을 끝까지 남겼다가 제일 마지막에 먹는 성격입니다. 😁

이것도 완벽한 굽기에 절묘한 양념을 했습니다. 꼬치에 비해 갈비살이라 훨씬 부드럽고 육즙과 지방이 풍부합니다. 3대만 나온게 조금 적다 싶을 수 있는데 기름기가 더 많은 부위라서 너무 많이 먹으면 물릴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소고기도 1++ 급의 마블링은 많이 먹기 힘들잖아요.
그래도 2대를 먹은 작은 아이가 마지막 남은 1대를 바라보며 너무 많이 아쉬워 하네요. 😅 같은 돈이면 한국 양념갈비를 2배쯤 먹을 수 있는데, 아이에게 어느 쪽을 선택하고 싶냐고 하니 주저 없이 양갈비라고 합니다.

마지막 한점에 요거트를 발라서..... 얌~~~!

한 턱 쏘기로 했으니 디저트도 먹어야지요. 이곳은 디저트를 공예품처럼 예쁘게는 만들지 않는데 전부 맛있습니다. 예전 메뉴 거의 다 없애고 새로운 것을 많이 개발했더군요.
웨이터가 메뉴에 없는 오늘의 특별 그리스 요거트 치즈 케익 (Greek Yogurt Cheese Cake)을 알려줘서 주문했습니다. 미국식 진한 맛 치즈 케익 스타일로 만들었는데 요거트가 많이 들어가서 훨씬 덜 무겁고 풍미가 좋습니다. 위에 얹은 블루베리 잼도 설탕을 거의 넣지 않아서 자체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은은하게 어우러져 좋고요. 하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는 것은 아니고 꽤 괜찮았다 정도입니다.

작은 아이가 고른 소콜라티나 (σοκολατίνα, 초콜렛). 초콜렛 케익과 제철 생체리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함께 나왔습니다.

씁쓸하고 찐득한 다크 초콜렛이 따뜻하게 케익 안에 채워져 있는 퐁당 오 쇼콜라 (Fondant Au Chocolat)인데, 절제된 단맛에 새콤한 아이스크림과의 궁합이 너무도 훌륭했습니다. 치즈케익에 80점 정도를 준다면 이건 90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메인 요리 맛있게 먹고 디저트에서 망치면 그날 기분 참 그런죠. 이 녀석이 오늘의 저녁 마무리를 훌륭하게 해주었네요.

부른 배를 두들기고 만족한 미소로 나서면서도 아쉬워하는 눈치길래, 7월 생일에 오고 싶으면 한번 더 와도 된다고 했더니 엄청 행복해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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