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넓어지고 깊어지는 라비던스의 음악세계
시즌 3때 알게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시청했던 "팬텀싱어"에서 시즌 1~3의 상위 3개팀들을 모아 공연하는 "팬텀싱어 올스타전"을 방영하고 있습니다. 제일 잘했던 팀들 대다수가 그 뒤로 계속된 공연과 음반 활동을 통해서 더 다듬어진 모습들을 보여주어서, 매회가 정말로 기다려지네요. 레때아모르(Letteamor, 시즌 3의 3위팀)도 발군의 솔로인 길병민이 정작 블렌딩에서는 방해가 되면서 거슬렸던 것이 힘을 빼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고, 깨끗한 음색의 탁월한 고음의 소유자 김민석이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몰입하지 못했던 것도 없어진데다, 박현수는 탁월한 감성표현까지 더해줘서 너무나도 좋은 조화로움을 보여주더군요.
모두들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기 때문에 누가 더 잘하는가를 따질 필요 없이 편한 감상의 자세로 반복해서 보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시즌 3때 2위를 했던 라비던스(RabidAnce) 팀이 눈에 많이 들어오네요. 이 팀 멤버들은 전혀 다른 서로의 음악 세계 속에서 서로 교류하면서 갈수록 깊은 장맛을 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국악 전공자인 고영열과 팔색조 성악 전공자 존노(John Noh)의 우연한 조우는 이들에게는 음악 인생의 큰 교차로에서의 운명적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의 첫 공동 무대는 Duo 대결에서 "한국어만 있으면 될 것 같아요"고 말하고서는 "월드뮤직"에 당첨되어 절망했던 고영열이 전혀 다른 색채의 존노를 파트너로 지명하여 함께 부른 쿠바 노래 (‘Tú eresla música que tengo que cantar’)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봇물이 터진듯 그리스 노래 (‘Ti páthos’), 스페인 노래 (‘Te Quiero, Te Quiero’), 한국 민요 (‘흥타령’)에 이스라엘 노래 (‘Millim Yaffot Me'Eleh’) 까지 전세계의 노래들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소화해 보여주었지요. 두사람이 4중창팀으로 늘리면서 나중에 추가된 뮤지컬계의 신성 황건하와 성악전공 김바울이 나름 잘 어우러지면서 심사위원 점수로는 1위 였지만 , 시청자 인기점수로 조금 뒤지면서 2위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번 올스타전에 나온 라비던스는 지난 6개월간 정말로 제대로 한팀이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정제되고 어우러지는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몽금포 타령"에서 소리꾼 고영열은 탁하면서도 짙은 한이 서린 호소력 있는 소리로, 오페라 전공 테너 존노는 맑고 청아하면서 감성을 담은 소리로, 뮤지컬 배우 황건하는 바리톤과 하이테너의 음역을 넘나들면서 트럼펫 같은 강력한 소리로, 성악 전공 바리톤 김바울은 첼로와 같은 부드러운 소리로, 4명이 모두 각자의 분명하게 구별되는 발성과 음색과 표현력을 high-C까지의 최대 음역에 걸쳐 마음껏 발산하는데도 서로 거슬리지 않고 너무나 잘 블렌딩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국악은 사실 제가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음악인데, 이들이 부른 노래는 퓨젼이면서도 국악의 특성이 너무 잘 드러나고 국악에 깊인 배인 한(恨)을 너무도 훌륭하게 표현하였네요. 특히 후반 클라이맥스인 "배 띄워라~~~" 하고 부르는 부분부터 터져 나오는 가슴절절한 사연이 담긴듯한 호소력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아리게 하고, 눈시울을 절로 적시게 합니다.
두번째 무대에서 부른 디스코 곡 "Ai No Corrida"에서는 또 180도 다른 경쾌함을 보여주었는데요, 특히 황건하와 존노는 제 물 만난 물고기마냥 뛰놀며 정말로 즐기고, 그 와중에 팔색조 존노는 아카펠라 그룹들이 하는 비트박스 소리까지 내면서 특유의 리드미컬한 춤과 노래를 보여 줍니다. 존노는 정말 이 길로 들어선 것이 체질에 딱인 잘한 결정 같아요 🤪 다른 팀들도 정말 잘하는데, 이 팀이라면 정말 세계 무대에서 먹힐것 같은 생각이 이젠 본격적으로 드네요. 앞으로의 활동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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