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왕서방
용감한 왕서방
대학원 시절 같은 연구실에 중국 칭화대학 (清华大学) 정교수이면서 일년에 반년은 미국에 와서 Senior Research Associate으로 있는 Z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가 있을 시절에 이미 20년째 그렇게 지낸 사람이라서 교수님 다음으로 고참(?)이었지요. 반도체 연구실이다보니 한국 학생들이 매년 한 두명씩은 늘 들어왔는데 Z 말로는 "20년간 본 한국 유학생들은 Daisy 한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 shy (부끄럼을 많이 탄다는 뜻) 하더라" 고 했습니다. Daisy는 Z 와 같은 시기에 공부 했던 한국의 전 정보통신부 장관 C님을 말합니다. 능력이 일단 뒷받침되시기도 하지만 남다른 성격도 한몫 한 듯 싶습니다.
제가 아는 한국인들의 보편적(?) 성격이 그렇지는 않은지라 왜 그렇게 말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성향이 아마도 외국인들의 눈에 shy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단은 암기, 쪽집게 과외, 주입 등의 교육에 길 들여진 한국 토종 유학생들은 원래 질문을 던지거나 토론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세미나 혹은 그룹 회의때도 한국인들은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버버하는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질문이 있어도 입 밖으로 내지를 않고, 혹시 이 질문이 덜 떨어진 질문은 혹시 아닌지 등등 자신을 제한하는 생각들을 많이 가지는 것이지요.
미국 사람들은 어릴때부터 학교에서 발표를 많이 시키기 때문에 정말 말이 많습니다. 세미나를 하면 1시간 발표한 것을 두고 1~2시간씩 토론하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그러니 말을 거의 하지 않는 한국 유학생들을 shy하다고 보는 것은 한편 이해가 가더군요. 유학생 수가 적어서 많이 볼 수는 없지만 일본인 유학생들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같은 북동 아시아 지역에서 왔지만 한국/일본 유학생들과 사뭇 다른 것이 중국 유학생들입니다. 매사가 무척 적극적이고 뒤로 빼는 경우가 없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무대뽀 (むてっぽう)고 좋게 말하면 진취적입니다. 이런 태도가 좋은것만은 아니지만, 나름 배울점도 있는 것 같아요.
중국인들과 교류하고 살면서 있었던 몇가지 일화를 소개 하자면...
서두에 말한 칭화대학 정교수 Z 는 가끔 회의 중에 방귀를 뀌는데, 너무 떳떳하게 뀌는 거에요. 보통 참던가, 도저히 못 참겠으면 소리를 죽이려고 최대한 노력을 하던가, 참다 못해 나와 버리면 죄송하다고 말하거나 시침 떼거나... 뭐 이런게 일반적일텐데... 아예 끙~하고 힘을 줘서 뿌웅~ 하고 소리를 내고, 그리고서도 마치 하품이나 한듯이 그냥 넘어가더라구요 😅
제가 살던 기혼자 아파트는 여러 동의 타운 하우스가 빙 둘러 지어져 있고 건물간을 울타리로 막아 만든 빈터 (court) 에 공동 놀이터가 있었어요. 이 구조 덕에 아이들 키우기가 무척 수월했지요. 아무래도 부모가 같은 나라인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주 만나게 되다보니 아이들도 부모 출신 나라에 따라 그룹이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었습니다. 같은 court 에 한국에서 온 집 아이들 3명이 비슷한 나이라 매일 어울려 지내면서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놀고 했는데... 중국 아이가 또 한 명 있었어요.
한국말도 당연히 할 줄 모르고 나이도 2살 위라서 한국 아이들과는 쉽게 친해지지 않았지만, 그나마 비슷한 또래가 없으니까 그 주변에 자주 있었지요. 하루는 한국 아이들 3명이 저희 집에서 놀려고 들어오는데, 중국 아이가 따라서 들어왔어요. 예전에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그 전에 자기들끼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들이 이 중국 아이에게 들어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이런 일이 생기면 아마도 머쓱해서 가버리거나, 울거나, 사정을 하거나 뭐 그럴것 같은데... 이 중국 아이는 저~~~~~ㄴ혀 개의치 않고 밀고 들어오더라구요 😳
가끔 San Francisco나 San Jose 시내에서 중국인 노인들을 마주치면 많은 경우 다짜고짜 중국말로 제게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제가 좀 중국인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 꼭 제 외모 뿐만은 아닌것 같아요. 일반 중국 음식점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대체로 영어를 할 줄 아는데, 주문을 따로 받지 않는 딤섬 (點心) 집에서 음식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영어를 할 줄 모릅니다. 손님이 알아듣던 말던 그냥 중국말로 해요. 그런데 제가 못 알아들어도 당황하거나 미안해하거나 창피해하는 중국 사람들을 전혀 보지 못했어요. 😅
그래서 아래 screen capture한 내용이 많이 공감이 가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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