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풍경
산책로 풍경
요즘 재택 근무를 하면서 오후에 회의 일정이 다 끝나면 짧게 뒷산 산책을 갑니다. 저희 회사 지사들이 독일과 New York주에 있어서 금요일 오후가 되면 한가해 집니다. (일요일 저녁부터 다시 바빠지는 것은 함정 😞)
한가한 금요일 백만년 만에 DSLR들고 산책을 나가 산책로 풍경을 몇장 담아봤습니다. Rancho San Antonio Open Space Preserve라는 개활지역을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는 곳입니다. 겨울에만 비가 오는 California의 야산은 평소 누런 건초로 덮여 있다가 겨울과 이른 봄에만 푸른 동산으로 잠시 변신합니다. 요즘은 기후 변화로 계절이 조금 shift해서 4월 초에도 약간의 비가 내렸네요.
멀리 한계절만 먹을 수 있는 싱싱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사슴들이 있고
해바라기 비슷하게 생긴 난장이 꽃이 여기 저기 옹기 종기 모여 있고
허리까지 자란 들풀 사이로 poppy (개양귀비) 와 이름 모를 보라색 꽃들이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습니다.
한달 쯤 지나면 새끼 메추라기들이 알 까고 나올 시기인데 탁구공만한 녀석들이 우다다다~ 달리며 몰려 다니는 것을 보면 엄청 귀엽습니다 (츄릅~~~? 😜)
지금 철에는 칠면조들이 꽤 많습니다. "♪ ♫ ♩ ♬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 ♫ ♩ ♬"
들풀도 다 이름이 있을텐데 이름을 모르겠네요. 들여다 보면 다 예쁜데 너무 꽃이 작다보니 존재감이 약해서 그냥 들풀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봄에는 들꽃 보는 재미가 있지만 평소에는 숲 자체가 휴식을 주지요.
길게 잡으면 3~4시간 이상 걸을 수도 있고 최단 코스로 잡으면 30분내로 돌 수 있습니다. 오가는 길의 코스를 달리 잡으면 돌아오는 길에는 15분 정도 거리의 주택가를 통과하게 되는데 주택가 쪽으로 나가는 gate입니다. 이 gate의 존재가 예전에는 인근 주민들만 아는 것이라서 거의 사람들이 없었지만 중국인들 인도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많이 나서 5년 정도 전부터는 이쪽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꽤 늘었습니다. 뭐 그래봤자 주말에도 북적거리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한산하여 혼자 사색하며 걷는데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이름에 "Hills"가 붙은 동네라 도로가 흙길이 아닌 포장도로라는 것과 주택들이 있다는 것 말고는 숲 속과 큰 차이는 나지 않습니다. 보통 인도는 차도에서 한계단을 높여 보도블록을 만들어 놓는데 이 동네는 그게 없어서 주택가의 느낌이 훨씬 덜 듭니다.
이 집은 7~8년 정도 전까지 할머니 한 분이 늙은 말을 키우며 혼자 살고 계셨습니다. "말"이라고 하면 멋진 뒷태의 근육질 엉덩이와 짙은 쌍꺼풀에 까만 눈동자의 커다란 눈망울이 연상되시지 않나요? 말도 늙으니 그 외모가 늘 사진이나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더라구요. 잘 걷지도 못하고 실명 했는지 백내장 낀 것 처럼 허여멀건 눈동자에 쌍꺼풀은 쪼글 쪼글 주름진... 엄청 장수한 듯한 그런 말이 있었어요. 지금은 마굿간도 목초지도 주인을 잃고 빈터로 남아 있네요. (쌍꺼풀에 주름진 것 쓰다보니 요즘 한참 시청률 올리고 있는 "부부의 세계" 주연 김희애 생각이 갑자기... 인정 받은 연기력과 흥행 보증 능력으로 50대 아주머니께서 40대 역을 맡으셨는데 연기는 여전히 잘하시고 얼굴 피부는 관리를 잘 받으셔서 깨끗하신데 close up scene이 나올때마다 쌍꺼풀위에 잡힌 노인급의 주름살을 보니, 제 얼굴을 거울로 보는 것 같아 좀 서글퍼 지더라는... 😟 )
나무는 참 신비스러워요. 오래 된 고목인데도 돋아나는 새 이파리들은 어린 나무들과도 같이 파릇파릇한 젊음을 보여주지요.
산책 코스에서 만나는 집 중에서는 제일 큰 집입니다. Villa Maria라고 패를 붙여 놨어요.
대문 사이로 살며시 들여다 보는 안쪽의 풍경... 너무 화려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잘 정돈된 차분한 느낌의 정원입니다.
집의 길가에 핀 꽃 들...
아까 그 집만큼 크지는 않지만 집에 작은 포도원(vineyard)이 있어요.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 먹을 맥주나 와인을 만든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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