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 밸리 산불: 불 타버린 추억들

나파 밸리 산불: 불 타버린 추억들

보통 시간 될때 몇개의 글을 미리 써서 공개날 예약을 해 두는데요, 하필이면 나파 밸리 맛집 글을 써 놓은 사이에 큰 불이 또 나파 밸리를 덮쳤어요 😭   저희 가족들의 소중한 추억이 쌓인 많은 장소들이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변한 사진들을 보니 충격적입니다.

[사진 출처 : LA Times]

2017년과 2019년에도 큰 산불이 나서 100,000 에이커와 75,000 에이커 넓이에 달하는 숲과 와이너리들이 불에 탔었습니다.   올해도 1달 전 불이 나서 큰 호수 주변을 다 태우고 간신히 다 껐는데, 부근에서 일요일에 추가로 난 산불이 시속 100Km에 육박한 강풍을 타고 급격히 번졌네요.

이 지도가 월요일 아침 화재 지역이고

하루 지난 화요일은 이렇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강풍은 더 불지 않는데 불은 북쪽 지역으로 계속 퍼지면서 피해를 늘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산불이 야산을 태우곤 했는데 이번에는 세인트 헬레나 (St Helena)라는 도시의 시가지와 그 주변을 하룻밤 사이에 홀라당 다 태워 버렸습니다.

St Helena 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드물게 돌담, 석조건물 들이 많은 고풍나면서 아주 격조있게 아름다운 도시에요.  미국에서 가장 명성있는 요리학교인 CIA (Culinary Institue of America) 의 분교가 있습니다.  신문에 따로 보도 되지는 않았는데 월요일에 불 탄 지역 중간에 있어서 필시 다 탔을 것 같아요.

St Helena 시내 북쪽 끝에 있는 Berlinger Winery 도 불탄 지역에 포함 되었어요.

나파 밸리에 있는 골프 리조트 (golf resort) 중 제일 유명한 곳이 Meadowood입니다.  

산자락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이 리조트는 숙박 시설, 각종 레져 및 골프 코스, 식당의 3 박자가 모두 최상급으로 갖추어진 곳으로 유명한 곳인데요

직접 먹어보지는 못했으나 미슐랭 3스타 The Restaurant는 당연히 잘 할테고, 일반인들을 위한 The Grill의 음식도 아주 정갈하고 맛있습니다. 

여기도 다 타 버렸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 Wine Spectator]

미슐랭 3스타를 계속 받은 이 식당이

하루 아침에 이렇게 폐허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진 출처 : CNN]

불이 계속 북쪽으로 번지면서 칼리스토가 (Calistoga) 라는 와이너리/온천 지역까지 덮쳤습니다.  그 부근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Sterling Vineyards 도 상당한 피해를 이미 입었다고 합니다.  아직 대피 중이라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해요.

Sterling Vineyards 맞은 편에는 Castello di Amorosa 라고 13세기 이탈리아 토스카나 (Tuscan) 풍의 성을 가진 예쁜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너무 아름다운 곳이지요.

그런데 이곳이 월요일 밤에 큰 화재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 The Mercury News]

천만다행으로 본채는 타지 않았는데 와인 발효, 병입하는 시설과 병에 담아 판매를 기다리던 와인 창고가 전소 되었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 Napa Valley Register]

[사진 출처 : CNN]

한달 정도 후면 포도 나무들이 예쁘게 단풍색을 내기 시작할 때라 매년 가을이면 거의 빠짐 없이 다녀오면서 저희 가족들의 소중한 추억이 쌓인 곳들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타 버렸다니, 차마 가서 그 처참한 광경을 볼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 마음이 꿀꿀해 지네요.  아무쪼록 더 이상의 불이 번지지 않고 하루속히 진화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