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미슐랭 식당 (생 제르망) L'Atelier de Joël Robuchon Saint-Germain
첫 날 저녁에 "멋 모르고 실수로 들어간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 L'Atelier de Joël Robuchon Etoile 를 다녀오고 나니 입맛이 심하게 spoil 되어 둘째 날 먹은 제법 괜찮은 저녁 식사가 상대적으로 볼품 없게 느꼈던 것은 당연하지요. 특히 식도락을 즐기는 둘째 아이는 조엘 로부숑을 향한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래서 사람은 재정에 대한 고려 없이 함부로 오감에 관련된 것을 upgrade 하면 안됩니다. 😓
다음 날이 파리에서의 3박 4일을 마치는 마지막 날이고 그 다음날 새벽에 비행기가 있어서 오후에는 공항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긴급 가족 회의를 소집한 결과 파리에서의 마지막 점심 식사를 두번째 Joël Robuchon에서 먹기로 전격 합의를 했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당분간 저녁식사는 라면 뿐이다! 😤 )
이 식당은 파리 제 6구의 Saint Germain des Prés (생 제르망 데 프레)에 자리하고 있어서 이름이 L'Atelier de Joël Robuchon Saint-Germain 입니다. 루브르 궁에서 la Seine (센 강) 건너 남쪽에 있습니다.
레스토랑이 위치한 건물입니다.
[출처: Google Map]
Hôtel Pont Royal (로얄 다리 호텔) 1층에 있어요.
호텔 프론트 지날 필요 없이 찻길 쪽으로 난 자체 출입구가 있습니다.
이날은 미리 예약도 좀 하고, 여행중이라 잘 차려입을 옷은 없지만 이틀 전의 굴욕스러운(?) 복장은 좀 벗어나려고 노력했습니다. 😅
개선문 앞 Etoile (이뚜알) 점과 인테리어가 비슷한 concept입니다. 같은 사람이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식재료들이 여기저기 전시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채도 높은 빨간색과 검은 색을 많이 사용한 modern style도 같습니다.
Etoile (이뚜알) 점은 지하였던 것에 비해 이곳 Saint-Germain (생 제르망) 점은 일층이라 자연 채광이 좋네요. 덕분에 장식된 꽃들도 훨씬 화사하게 보이고.
화장실이 지하에 있는데, Etoile (이뚜알) 점 식당입구 내려가는 것과 비슷하게 거울로 벽을 만든 나선형 계단입니다.
이곳 역시 완전 open kitchen인데요, Etoile (이뚜알) 점보다 주방 안이 더 훤히 보이네요.
셰프들이 대체로 젊어 보였는데요
나중에 찾아보니 head chef가 벨기에 출신의 Axel Manes라는 사람인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세계 최연소 head chef중 한명이었다가 조엘 로부숑에게 스카웃 되었다고 하네요. 물론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 되었겠지만 재능을 무시할 수 없겠지요. (게다가 훈남이라니.... 이런 불공평할데가..... 😳)
정갈하게 셋팅된 식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작 스테이크용 칼인 주제에 돌에 꽂힌 Excalibur (엑스칼리버) 라도 된듯한 포스를... ㅎㅎㅎ
음식이 담겨지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접시들이 쌓여있고
그 뒤로는 음식을 준비하는 많은 chef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틀전 뻥튀기(?) 담겨 나왔던 접시가 눈에 들어오네요.
빵이 나왔습니다. 몇가지를 섞어 주었는데 저희 가족이 좋아하는 Pain d'épi (팡 드에피, Epi bread, 밀이삭 모양으로 만든 빵) 이 있네요.
이 빵은 바게트와 거의 같게 미세한 단맛이 있고, 모양 덕분에 바깥 바삭한 부분이 많아서 식감이 훨씬 좋습니다. 작은 덩어리로 쉽게 떨어져서 먹기도 좋고 보관하기도 좋지요.
누구냐!! 이렇게 멋대가리 없이 버터를 잘라온 인간은? (버럭!)
Etoile (이뚜알) 점과 이곳 Saint-Germain (생 제르망) 점의 메뉴를 비교해 보니 일단 해산물이 많습니다. 메뉴의 반 정도가 해산물이었어요. 그리고 이탈리안 스타일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첫번째 주문한 것은 carpaccio de daurade (카르파치오 드 두하드, 감성돔 카르파치오, 카르파치오는 이탈리아식 회/육회 요리). 일단 감성돔 회가 아주 신선했고 사용한 올리브 오일과 레몬즙, 파프리카 가루 같아 보이는 향신료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두번째 요리는 La Crevette (라 크벳, the shrimp, 새우 튀김). 이날 먹은 것 중에 저는 이게 제일 맛있었네요. 튀김 가루 대신에 vermicelli (버미첼리) 라고 베트남 쌀국수를 겉에 감아 튀기고 sumac (옻나무) 씨와 라임으로 살짝 맛을 내서 나왔는데, super crispy한 겉과 싱싱하고 탱글한 왕새우가 환상적으로 어울리더군요.
이건 저희 가족이 주문한 것은 아니고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 것을 웨이터가 가져가기 전에 찍은 겁니다. 굵은 돌소금 위에 조개 요리를 플레이팅한 센스가 돋보이네요.
조금이라도 식비를 줄여보겠다고 제일 싼 것으로 주문한 Les Spaghettis à Botre Façon (spaghetti in our own way).
Al dente (알덴테)로 삶아 약간 단단함이 느껴지네요. 저는 라면도 꼬들하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한국에 있는 식당에서 먹는 정도를 원하는 분이면 조금 더 익혀달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하지만 소스맛은 알덴테 상태가 가장 이상적으로 배어나온다고 하지요. 단맛을 절제하면서도 엄청 맛있는 소스에 뭔가 비법이 숨겨 있을법 한데 메뉴에 일체의 설명이 없어서 비밀의 식재료 (secret ingradient)는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건 "이 날의 요리"인데요 버섯과 흰 브로컬리를 볶아 나온거에요. 이것도 소스에 뭔가 비법이 있을법한 맛입니다. 상당히 맛있었어요.
이곳의 감자튀김은 굵네요. 가늘게 튀긴 Etoile (이뚜알) 점 것이 더 맛있었어요 😉
이틀전 Etoile (이뚜알) 점에서 먹었던, grilled pimientos (구운 스페인산 고추)를 얹은 환상의 갈비살 스테이크를 다시 먹고 싶어서 가장 비슷해 보이는 Le Bœuf La Noix d'Entrecôte (beef rib steak)를 시켰는데요..... 그 맛이 나지 않았어요 😩 (에잉~~ 다시 도로묵이라고 해라!! 😤)
재료를 보면 거의 비슷한데 왜 그 맛이 안날까를 곰곰히 분석해 봤는데, 일단 고기 자체가 이곳은 dry aging을 해서 육향과 씹는 맛은 좋은데 덜 부드러워서 녹아 내리는 듯한 식감은 아니었고요, 결정적으로 스테이크 위에 올린 감자와 고추의 배합이 달랐어요. Etoile (이뚜알) 점에서는 감자와 고추가 거의 1:1 정도로 사용해서 선명한 풋고추의 풍미를 내주면서도 매움과 청량감의 정확한 경계선까지 끌고 갔는데, 이곳 Saint-Germain (생 제르망) 점에서는 감자를 주로 하고 고추는 하나만 얹었더라고요. 같은 재료이지만 저희가 좋아 했던 맛의 핵심이 완전히 빠진거죠.
아 오해하지 마세요. 이틀전 맛과 같은 맛을 잔뜩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이 컸다는 것 뿐이지 아주 훌륭한 스테이크였어요.
어쨌거나, 감자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것은 흡사 유리장과 같게 튀겨낸 감자를 보니 알겠더군요. 씹을때도 정말 유리장 깨무는 느낌? ㅎㅎㅎ
불행(?) 중 다행히 potato purée (감자 퓌레, 음식을 으깨거나 갈아서 진하고 부드러운 액체처럼 만든 것) 의 맛은 여전했습니다. (아~ 또 먹고 싶어지네....)
메인 식사양을 조금 줄이는 대신 디저트 맛을 좀 보고 싶었습니다. Glaces et Sorbets (글라세스 엣 소르베, ice creams and sorbets). 4가지 맛의 아이스크림과 소르베에 초콜렛으로 머리를 얹어 나왔는데 이건 좀 평범하네요.
하나 더 시킨 디저트는 Le Chocolat Tentation (르 쇼콜라 통테숑, chocolate tempation, 초콜렛의 유혹).
일단 예쁜 자태로 유혹하네요 😅 원추형의 유리그릇 안에 크림처럼 치명적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초콜렛을 담고 그 위에 비행접시를 연상케 하는 얇은 초콜렛 판을 덮은 후에 부드럽지만 조금더 찐득한 느낌의 초콜렛 덩어리를 올린 뒤 그 위에 cocoa nib (코코아 닙)을 뿌렸습니다. Cocoa nib은 카카오 콩을 수확해서 로스팅을 한 뒤 부숴서 껍질을 제거한 것으로 우리가 먹는 초콜렛의 원재료로 커피빈 갈은 것과 비슷한 텍스쳐를 가집니다. 초콜렛의 원래 풍미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단 맛 없이 쓰지요.
오독 오독 씹히는 식감과 creamy하게 감겨오는 식감의 조화, 쌉싸름한 맛과 달콤한 맛의 조화. 사랑의 밀땅을 표현했다고 해야 할까요? 😜
서비스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한 잔 받았습니다. 크레마가 아주 좋네요.
향은 너무 좋은데 진해서 설탕을 투척합니다.
커피와 함께 나온 캐러멜
캐러멜 맛있다고 하니 마들렌과 함께 2개 더 주네요 ㅎㅎ
총평을 하자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Etoile (이뚜알) 점과 막상 막하입니다.
- 식당 분위기는 비슷한 인테리어지만 이곳 Saint-Germain (생 제르망) 점이 1층이라 더 식당다운 분위기고, Etoile (이뚜알) 점은 지하이고 어두워서 무슨 술 파는 바 같은 분위기 였어요. 어떤 분위기를 더 좋아하는가는 개인 취향에 달린건데 저희 가족에게는 Saint-Germain (생 제르망) 점이 더 좋았네요.
- 메뉴 구성 면에서 일본의 색채가 미세하게 섞인 퓨전이나 채식을 좋아하시면 Etoile (이뚜알), 해산물을 좋아하시면 Saint-Germain (생 제르망)이 좋을 듯 합니다.
- Etoile (이뚜알) 점은 tasting menu가 주력인듯 하여 골라 먹는 a la carte (단품 요리) 의 선택 폭이 좁고 Saint-Germain (생 제르망) 점은 a la carte (단품 요리) 위주라서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 플레이팅 기술은 Saint-Germain (생 제르망) 점이 더 우위인 듯 하고, Etoile (이뚜알) 점은 맛의 설계가 좀더 정교하게 느껴집니다.
- 그래서 어디가 더 낫냐고요? 😅 저희 가족은 Etoile (이뚜알) 점이 더 좋습니다. grilled pimientos (구운 스페인산 고추)를 얹은 환상의 갈비살 스테이크라는 필살기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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