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 뉴토 온센쿄 타에노유 (妙乃湯) 당황스러웠던 혼욕탕
아키타(秋田)현에서 가장 이름난 온천지는 단연코 뉴토 온센쿄 (乳頭温泉郷)입니다. 뉴토 온센쿄는 아오모리(青森)현, 아키타(秋田)현, 그리고 이와테(岩手)현에 걸쳐 이어지는 토와다 하치만타이 국립공원 (十和田八幡平国立公園) 안에 있습니다. 살짝 야한 이 온천지 이름은 이 온천지가 해발 1,478m로 봉긋하게 솟아 오른 뉴토산(乳頭山) 기슭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려 1688년에 문을 열어 장장 300년이 넘은 츠루노유(鶴の湯)를 위시해서 총 7개의 료칸이 모여 있습니다. 넓지 않은 지역인데도 무척 다양한 양질(良質)의 온천수가 있어서 좋네요.
- 츠루노유 (鶴の湯): 유황 나트륨천, 칼륨 염화물천, 탄화수소천. (예약 사이트) 구관과 현대식 건물 신관(山の宿 야마노야도)이 있음
- 타에노유 (妙乃湯): 마그네슘/칼슘 황산염천.
- 쿠로유 (黒湯): 유황천. 11월 중순 ~ 4월은 휴업.
- 큐카무라 (休暇村) 온센쿄: 나트륨 탄산수소염천, 유황천. 현대식 건물.
- 카니바 (蟹場): 유황천, 황화수소천
- 마고로쿠 (孫六): 라듐천, 유황천. 2024년 11월 현재 renovation으로 휴업중
- 오오카마 (大釜): 비소나트륨 염화물 황산염천. 무료 족탕
신칸센(新幹線) 타자와코역(田沢湖駅)에서 버스로 올 수 도 있고 (45분 소요), 온센쿄 내를 순회하는 「유메구리호」셔틀버스도 있습니다. 7개 개 료칸 중 한 곳에 숙박객들에게는 "탕 순회 첩"을 판매하는데 (2013년 12월에 ¥1,500 이던 것이 2024년 11월 현재 ¥2,500), 이 수첩이 있으면 뉴토 온천 순환 「유메구리호」 셔틀과 뉴토 온센쿄의 각 온천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각 온천마다 일일 이용객을 받고 있으며 2024년 11월 현재의 운영시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입욕비와 별도로 작은 수건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보통 ¥300)
- 츠루노유 (鶴の湯): 10:00am~3:00pm (매주 월요일 노천 혼욕탕 closed)
- 타에노유 (妙乃湯): 10:30am~3:00pm (매주 화요일 휴일)
- 쿠로유 (黒湯): 목~화 9:00am~4:30pm, 수 9:00am~11:00am
- 큐카무라 (休暇村): 11:00am~3:00pm
- 카니바 (蟹場): 9:00am~4:00pm (매주 수요일 휴일)
- 마고로쿠 (孫六): 9:00am~4:00pm
- 오오카마 (大釜): 9:00am~4:30pm
아래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츠루노유(鶴の湯)는 다른 료칸들과는 차도가 이어지지 않으며, 마고로쿠(孫六)는 차도가 나 있지 않아 쿠로유(黒湯)나 카니바(蟹場)에서 산길을 10분 가량 걸어가야만 합니다. (사람들이 적은 한적함을 원하면 이곳이 최선이겠습니다)
센보쿠(仙北)에서 뉴토 온센쿄 (乳頭温泉郷)로 가는 가을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멈춰섰습니다.
주어진 하루의 시간에 7개의 온천을 다 돌 수는 없는터라, 미리 두 곳을 정해서 갔습니다. 먼저 간 곳은 아담하면서도 깨끗한 건물의 타에노유(妙乃湯)였습니다. 료칸 옆으로 흐르는 작은 강에 만들어 놓은 인공 3단 폭포가 매력적인 곳입니다.
실내가 모두 깔끔한 것이 꾸준히 유지 보수를 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마그네슘/칼슘 황산염천으로 맑은 물의 은탕(銀の湯)과 불투명한 물의 금탕(金の湯)이 있습니다.
작은 크기의 옥외 남탕 옆으로는 작은 개울물이 앙증맞게 졸졸 흘러 내리고
온천수는 신기하게도 나무 밑둥 아래로 박아 넣은 목제 배관을 통해 흘러들어 오는군요.
복잡한 안내판들. 왼쪽 검은색은 "미끄럼 주의", 중앙의 윗 것은 "전세 욕탕(貸切風呂)" 그리고 그 아래의 안내판이 문제의 "혼욕노천욕탕"(混浴露天風呂)입니다.
먼저 일본의 혼욕(混浴)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해야겠군요. 일본에서는 과거 거의 모든 지방에 걸쳐 혼욕탕이 일반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19세기말 메이지 유신때부터 서양인들에게 미개하고 음탕하게 비춰지는 것을 의식해 혼욕탕을 공식적으로는 금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강제적인 것은 주로 대도시들에 국한 되었고, 지방에서는 새로 혼욕탕을 만드는 것이 금지 되었을 뿐 에도(江戸) 시대부터 있어온 전통 온천들은 규제를 하지 않아 지금도 큐슈, 토호쿠, 홋카이도 등 시골마을 곳곳에는 여전히 혼욕탕들이 남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곳 뉴토 온센쿄 (乳頭温泉郷)의 경우도 현대식 건물인 츠루노유(鶴の湯)의 신관인 야마노야도(山の宿)와 큐카무라 (休暇村)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은 오래된 온천들이라서 모두 혼욕탕이 있습니다. 이미 『아이리스』 덕에 이 지역에 혼욕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던 바지만, 읽었던 대부분의 소개 글들에서는 "실제로 혼욕탕에는 여자들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들어와도 다 동네 할머니들이다"라고 해서 뭐 그러려니 했습니다. 게다가 2015년 삿포로의 캡슐 호텔에서 화들짝 놀라 알게 되었듯 일본 대중탕에서 때 밀어주는 사람들은 남탕에서도 반소매 반바지 입은 젊은 여성들, 남탕 관리 직원들은 대체로 아주머니인지라 마음의 준비(?)와 경계도 대충 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노천욕탕(露天風呂 로텐부로)으로 나가 보니, 웬 20대 초반의 여자 한 명이 탕 안에 떡하니 앉아 있는 겁니다. 😱 상대방 여자는 커다란 목욕수건으로 중무장(?)하고 있었으니 흔한 수영장 옆의 자쿠지(jacuzzi)와 다를 바 없는 거지만, 남자들은 온천에서 구입한 ¥300 짜리 쬐~끄만 수건으로 대충 가릴 수 밖에 없는지라 참 난감하더군요. 노렌(のれん)을 살짝 걷어 올리고 눈치를 보니 남친하고 같이 와서 이야기 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것 같아서 시선을 피해 탕 안으로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경 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물이 뜨거운데도 물 밖으로 나가 쉬지도 못해서 참 불편했습니다.
게다가 노천욕탕에서 탈의실로 가는 간판이 한문으로만 적혀 있다 보니 한문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들어갔다가 후다닥 뛰어 나오기도 하고... 여성분이 이런 실수 저지르면 엄청 쪽(?) 팔리겠지만, 뭐 지나고 나면 회상하면서 웃게 되는 추억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요.
혼욕탕에 대해 조금 더 부연 설명을 드리자면
- 여성 전용 노천온천은 있는 반면, 남성이 사용할 수 있는 노천온천은 대체로 혼욕탕이 유일합니다. 남성 전용 노천온천이 혹 있다 해도 무척 작습니다.
- 남성 전용 실내온천은 있습니다. 하지만 크기도 작고, 노천온천의 정취를 느낄 수 없어 이용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입니다.
- 가장 좋은 수질과 자연 경관이 있는 곳이 혼욕 노천온천입니다.
- 혼욕탕은 대체로 탁한 온천수 종류라서 일단 탕 안에 들어가면 물에 잠긴 몸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성들을 위해 가리개가 있는 입수(入水) 장소를 마련한 곳도 있으나 이곳 타에노유처럼 없을 수도 있고, 있어도 엉성하게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원칙적으로 탕 내에 목욕 수건을 두르고 들어가는 것을 금기시하는 것이 일본 온천의 에티켓이지만, 엄격하게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 단, 많은 혼욕탕이 울타리가 없거나 부실해서 멀리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야에 그대로 노출되곤 합니다.
- 상대적으로 사고(?) 위험이 더 높아 없애는 추세라고는 하나, 실내 혼욕탕이 남아있는 곳이 있으며 이곳 뉴토 온센쿄 (乳頭温泉郷)에도 마고로쿠(孫六)는 실내 혼욕탕이 있습니다.
온천욕을 마치고 같은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데스크에 비치된 안내용 카드. 예쁘게 잘 만들었죠?
타에노유 (妙乃湯)에서 나츠세 온천(夏瀬温泉) 지역에 운영 하는 또 하나의 료칸 미야코와수레 (都わすれ) 소개 카드입니다. 남쪽으로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으로 좋은 평을 받는 곳 중 하나입니다.
식당 창을 통해 보는 바깥 경치
잘 먹으러 온 여행인지라 4가지 선택 중 ¥4,400 짜리 스페셜을 주문했습니다.
따뜻한 녹차 한잔으로 시작해서
한상이 차려 나왔습니다
아키타(秋田, 가을의 밭)의 햅쌀 밥. 아침에도 느꼈지만 먹을수록 참 맛있습니다.
아키타의 향토 음식인 이부리갓코 (いぶりがっこ, 훈제 절임)가 여기서도 나왔네요. 살짝 말린 무라서 단맛과 함께 씹는 식감이 좋습니다.
사시미(刺身) 몇 조각. 일본에서는 실패할리 없는 음식 중 하나지요.
그리고 민물 생선 같아 보이는 생선 구이 한마리.
끝으로 버섯 냄비 (なべ, 나베).
한 상 잘 먹고 난 후에 보니, 홋카이도(北海道) 우유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파네요. 이런것은 꼭 먹어줘야지요. 😁
식감(texture)도 괜찮고 맛도 괜찮고, 홋카이도에 온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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