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서 사라져 가는 것: 자발적 금식
사순절(四旬節, Lent) 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순(旬)은 숫자 10을 뜻해서 부활절 이전 40일간을 말하는데 시대마다 혹은 종파마다 조금씩 다르게 주 5일 혹은 6일을 세서 실제로는 총 7~8주의 기간이 됩니다. 이 기간에 예수께서 광야에서 40일간 금식 하셨던 의미를 더하기도 해서, 중세 유럽에서는 이 기간을 엄격하게 금육(禁肉) 기간으로 정해 생선과 채소만을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금식은 기독교 뿐 아니라 불교, 힌두교, 유대교, 이슬람 등 거의 모든 종교에서 영성을 추구하는 극단적인 수행 방법으로 존재 합니다. 구약 성경의 율법에는 금식을 명령하는 구절이 나오지 않지만 유대교에서는 일년에 한번 있는 속죄일의 규정 "그 달 십일에 너희는 스스로 괴롭게 하고" (레위기 16:29) 를 금식함으로 실행합니다.
대부분의 금식은 비자발적으로 종교의 규정에 따라 행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슬람이 매년 1달간 낮시간에 금식하는 라마단(رمضان)이며 카톨릭에서도 사순절 기간 시작인 재의 수요일과 끝인 수난 성금요일에 금식을 합니다. 이런 종교적이고 규칙적인 금식도 유익이 있다고는 보지만 성경적인 금식은 자발적 금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신교에서는 비자발적 금식 조차도 정해놓은 것이 없는 영향인지 모르겠으나 확실히 시간이 갈수록 자발적 금식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성경에서 금식을 하는 경우들을 찾아보면
- 죄의 회개 (삼상 7:6 미스바 금식, 삼하 12:16 다윗의 금식, 왕상 21:27 아합의 금식, 욘 3:5 니느웨 성의 금식, 욜 2:12 시온 성의 금식)
- 민족/국가의 위기 (에 4:16 수산성 유다인의 금식),
- 애통 (느 1:3 느헤미야의 금식)
- 간절함 (눅 2:36 선지자 안나의 금식, 행 13:2 안디옥 교회의 바나바/바울 파송, 행 14:22 각 교회의 장로 피택)
등이 있습니다.
종교적으로 금식을 자주 할 필요는 없겠으나 현대인의 삶 속에서는 더 이상 깊은 회개, 공동체의 위기, 애통, 간절한 기도의 제목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겠지요. 그저 현대 크리스찬들에게서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간절함이 없어진 결과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저도 금식을 자주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분명하게 금식을 해야할 절박함이 몰려오는 경우가 아주 가끔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하는 금식은 며칠 간에 걸쳐 하더라도 허기나 피로에 시달린 적이 없습니다.
금식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가 "삶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까지도 포기한채 하나님께만 매달린다는 표현인 것을 생각할 때 단순히 음식을 먹지 않는 종교적 행위 자체를 넘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기도에 할애하는 것이 올바른 금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금식을 하면서 오락을 즐기고, 논쟁하고, 다투고, 주먹질 하는 것을 질타했듯 (사 58:3~4) 현대 생활에서도 금식을 하면서 그에 걸맞는 절제와 금욕과 간절한 기도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저 스스로 몸을 괴롭게 하는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초장기 금식으로 성경에서 40일간 금식한 사례들이 드물게 있기는 합니다. 모세가 계명을 받으러 산으로 가서 40일씩 두번 있었던 것. 그리고 예수께서 사역 시작 전에 홀로 광야에 나가 40일간 계셨던 것. 그리고 리우전잉(劉振營)이라는 중국 지하교회 지도자가 감옥에서 74일간 식음을 전폐하고 금식한 사례가 있습니다. 요즘도 아주 드물게 40일 금식을 하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라는 확신이 없이 섣불리 할 것을 절대로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로 40일 금식 하다가 결국 사망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금식 기간에 물을 포함한 모든 것을 끊고 생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통상 말하는 333 생존 법칙 -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음식 없이 3주 - 을 고려할 때 하루나 이틀 정도라면 물을 포함한 모든 것을 중단한 금식이 가능하겠으나 그 이상이라면 물은 반드시 마셔야 하겠습니다. 요한 웨슬리를 포함한 많은 믿음의 선진들은 장기 금식할 때 고형 음식 (solid food) 만을 먹지 않았을 뿐 물과 음료수는 마셨습니다. 다니엘의 경우도 좋은 빵과 고기와 포도주만을 3주간 중단했던 (단 10:2~3) 제한적 금식이었습니다.
동성애와 자유주의와 마약이 만연한 샌프란시스코에 하나님께서 기도의 집 (House of Prayer)을 세울 것이라는 분명한 약속과 비전을 받고 샌프란시스코에 부어주실 부흥을 기다리고 있는 부부 선교사가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두 분 다 상당한 비만형 체구입니다.
남편 선교사가 올해 첫날부터 40일간 금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금식이 끝난 후 그의 뒷모습은 아래 사진과 같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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