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관점에서 보는 인류 역사 (5) : 홍수 그 이후
노아의 가족 8명만이 홍수에서 살아남았고 그로부터 현세까지 전 세계에 인간들이 퍼져나갔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10~11장은 노아로부터 시작된 가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야벳 집안은 그다지 특이할 만한 사람이 없고, 셈 집안에서는 창세기 12~24장의 주인공인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람(아브라함)과 부인 사래(사라)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지요. 그리고 함 집안은 구약시대 내내에 걸쳐 그리고 21세기 지금까지도 이스라엘과 적대관계를 이루고 있는 가나안 족속들의 이름이 나옵니다.
홍수 이후에 특이할만한 변화가 몇가지 있었습니다.
- 계절의 시작 "땅이 남아 있는 한 심고 추수하는 때가 있을 것이며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창 8:22)
- 인간 수명의 급격한 감소
홍수 그 후에 인구는 급격히 늘어나며 동쪽으로 퍼져나갔고, 열국(nations)으로 나뉘었다고 합니다. 세계 4대 문명지의 대략적 발생 추정 연대들을 보면 홍수가 발생했던 (BC 2,400년?) 시기와 얼추 비슷합니다.
지난 글에 언급했듯이 대 홍수(The Great Flood)는 성경에만 기록된 것이 아니고 전 세계, 전 대륙에 걸쳐 300개 이상의 곳에 전설로 내려옵니다. 그럼 홍수보다 더 중요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성경 외에 내려오는 기록들이 없을까요? 1970년대 병리학자로 태국에서 파견을 갔던 에델 넬슨(Ethel R. Nelson)은 당시 중국 선교서로 사역하던 C. H. Kang 목사를 통해 고대 한자에 담겨진 창세기의 내용을 접하고 <창세기의 발견 (The Discovery of Genesis)>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창세기의 기록을 함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많은 한자들을 발견했는데, 아래 글자들은 그 중 대표적인 예입니다.
중국의 상형문자는 BC 2,400~2,200 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홍수가 일어났던 시기와 일치하지요. 몇 개의 한자가 전부라면 '꿈보다 좋은 해몽'식으로 갖다 붙인 것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으나, 공자(孔子)가 편집한 ‘서경(書經)’에서 에델이 찾아낸 바에 의하면 순(舜)황제(기원전 2256-2205)는 ‘샹다이’(上帝, 상제)께 매년 희생제물을 드리며 제사를 드렸다고 합니다. 다음은 명나라 시대(기원후 14세기)의 대명회전(大明會典)에 기록된 국경제사문(國境祭祀文)입니다.
”전능자시여, 신비로운 일들을 하시는 주재자시여, 내가 생각으로 당신을 바라보나이다.... 이 큰 의식을 통해 당신을 경배하며 높여드립니다. 당신의 종인 나는 단지 한 줄기의 갈대요 버드나무입니다. 나의 마음은 한 마리 개미의 마음입니다. 그러나 나는 제국을 다스리라는 당신의 은총의 명령을 받았나이다. 나의 무지함과 몽매함을 잘 알고 있음으로, 내가 당신에게 받은 위대한 은총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까봐 심히 두렵고 떨리나이다. 그러므로 나의 거룩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나 자신을 무가치한 것으로 생각하며 모든 법도와 율례를 준수하려고 하나이다. 이곳에서는 멀지만, 나는 천상에 계시는 당신을 바라보나이다. 당신의 천상의 병거를 타고 이 제단으로 오시옵소서. 당신의 종인 내가 나의 머리를 땅에 대고 공손하게 당신께 절하나이다. 영광스런 은총을 풍성하게 내려주시옵소서...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저희들처럼 축복내려 주시옵소서. 우리가 당신을 경배하나이다. 당신의 선하심은 끝이 없으시나이다.”
”옛적 태초에 커다란 혼돈과 공허와 흑암이 있었다. 다섯 개의 원소들(행성들)은 회전을 시작하지 않았으며, 태양도 달도 빛나지 않았다. 영이시며 전능자이신 당신께서 처음에 순전한 것들에서 거친 부분들을 나누셨다. 전능자께서 하늘을 만드셨다. 땅을 만드셨다. 사람을 만드셨다. 번식하는 힘을 가진 모든 것들을 각기 모양대로 만드셨다.”
이 내용을 보면 제사의 대상인 ‘샹다이’가 천지를 창조한 조물주인 것을 알 수 있으며, 또한 ‘샹다이’라는 명칭은 히브리어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이름 엘 ‘샤다이’와 무척 흡사합니다. 두번째의 국경제사문(國境祭祀文)은 성경의 창세기 1장의 기록과 무척 비슷합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리라... 하나님이 두 큰 광명을 만드사 큰 광명으로 낮을 주관하게 하시고 작은 광명으로 밤을 주관하게 하시며 또 별들을 만드시고... 하나님이 자기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창세기 1장 1~27절)
창조주에 대한 중국 유교의 국경제사는 기원전 5세기경 도교(道敎)의 영향으로 조상신 숭배의 제사로 변질되었고, 그후 기원전 2세기경 자신을 신격화하고 절대적 중앙집권을 추진하기 위해 유일신(唯一神), 즉 상제(上帝)하나님을 없애려고한 진시황(秦始皇)의 '분서갱유(焚書坑儒)'를 기점으로 그 모습이 말살되다시피 하게 되었다고 알려집니다. 그러나 공자의 저서 '중용(中庸)'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제사(祭祀)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들에게 그는 "하늘과 땅에 드리는 모든 제사 의식들을 통해 사람이 샹다이(上帝)를 섬기느니라."라고 대답한 바 있습니다.
한민족의 조상인 단군께서 고조선을 건립하신 시기(기원전 2300년경)도 홍수시기와 잘 일치합니다. 단군(壇君)이라는 이름의 문자적 의미는 “제단을 맡은 제사장”입니다. 당시에 있던 고조선 8조금법(八條禁法) 이란 것이 규원사화(揆園史話)라는 책에 소개가 되어 있는데, 이 책은 단군조선의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숙종 1년인 1675년에 북애노인(北崖老人)이란 사람이 저술한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당시의 고기(古記)를 자료로 삼아 쓴 것인데,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 그리고 삼국시대의 왕들의 관한 이야기와 종교행사에 대한 설화가 수록되어 있으며, 세조가 동국통감을 편찬하면서 근 20여종의 고서를 어명으로 수집해서 궁중에 보관할 때 이 책의 권위를 인정하여 이 규원사화를 포함시킨바 있습니다. 흥미있는 사실은, 이 8조금법(八條禁法)이 성경의 십계명중 8개과 무척 비슷하며 하늘에 계신 유일신을 섬기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동예의 무천, 고구려의 동맹, 삼한의 수릿날등은 '하늘'에 감사드리는 제천행사(祭天行事)였습니다.
국사 시간에 배웠듯이 고조선에는 약 450~850년 후에야 성경에 기록된 계명에 있는 도피성 제도나 형사취수제의 규범이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하와이 빅 아일랜드의 푸호누아(Puʻuhonua)도 도피성의 하나였습니다.
'These six cities shall be for refuge for the sons of Israel, and for the alien and for the sojourner among them; that anyone who kills a person unintentionally may flee there.” (Numbers 35:15) 이 여섯 성읍은 이스라엘 자손과 타국인과 이스라엘 중에 우거하는 자의 도피성이 되리니 무릇 그릇 살인한 자가 그리로 도피할 수 있으리라 (민 35:15)
"When brothers live together and one of them dies and has no son, the wife of the deceased shall not be married outside the family to a strange man. Her husband's brother shall go in to her and take her to himself as wife and perform the duty of a husband's brother to her.” (Deuteronomy 25:5) 형제들이 함께 사는데 그 중 하나가 죽고 아들이 없거든 그 죽은 자의 아내는 나가서 타인에게 시집 가지 말 것이요 그의 남편의 형제가 그에게로 들어가서 그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아 그의 남편의 형제 된 의무를 그에게 다 행할 것이요 (신 25:5) ~BC1450
"Go in to your brother's wife, and perform your duty as a brother-in-law to her, and raise up offspring for your brother.” (Genesis 38:8) 네 형수에게로 들어가서 남편의 아우 된 본분을 행하여 네 형을 위하여 씨가 있게 하라 (창 38:8) ~BC1850
2018년 타계한 국제 YWAM 소속 캐나다인 선교사 돈 리차드슨(Don Richardson)은 1962년 파푸아 뉴기니아의 식인종 사위(Sawi)족에게 복음을 전하러 갔다가, '우정을 통해 적을 안심시킨 후 살해하는 배신자'를 영웅시하는 그들의 가치관을 알게 되자 절망하여 완전히 포기하고 떠나기를 결심하였습니다. 그의 결심은 사위족들을 동요시켰고 그를 만류하기 위해 족장 한명이 자신의 아이를 다른 족속에게 볼모로 주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그의 적에게 주는 사람은 신뢰할 수 있다"는 관습 때문이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돈은 사위족에게 유일하신 독생자를 인간에게 내어주신 하나님을 설명할 수 있었고 이 이야기를 <화해의 아이(Peace Child)>라는 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돈은 파푸아 뉴기니아에서 돌아온 후로 전 세계에 사위족과 유사하게 성경의 핵심인 구속적(redemptive)인 내용을 담고 있는 전설들을 연구하였는데, 아래의 내용은 그 중 몇 가지 예입니다.
100년이 채 안되는 최근까지도 이리안자야(지금의 파푸아)의 다말족은 석기 시대를 살고 있었다. 다말족에게는 하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하이’란 오랫동안 기다리던 황금시대, 곧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은 이제 서로 억압하지 않으며, 질병도 거의 없는 유토피아를 가리키는 다말족 용어였다. 다말족 지도자인 무구멘데이는 하이의 도래를 간절히 기다렸다. 죽기 전에 그는 자기 아들 뎀을 옆에 불러 놓고 이렇게 말했다. “얘야, 내 생전에는 하이가 오지 않았구나. 이제 네가 하이가 오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네가 죽기 전에는 하이가 올 것 같구나.”
1828년 미국 침례교 선교사 조지와 사라보드먼 부부는 남부 미얀마 카렌족이 야훼와 유사한 야와(Y’wa)라는 위대한 신이 자기 조상들에게 오래전에 신성한 책 한 권을 주었다고 믿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악하고 무지한 조상들은 그 책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져 온 카렌 전통에 따르면, 어느 날 하얀 형제가 그 잃어버린 책을 다시 찾아주고 야와와 다시 친교를 누리게 해줄 것이었다. 이 오래된 이야기는 그 형제가 팔에 검은 물체를 끼고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었다. (히말라야의 산간지방과 하와이 부족에도 비슷한 전설이 있음)
파차큐텍은 주후 1400~1448년 사이에 살았던 잉카 왕이었다. 그는 또 신세계 최초 고산 휴양지였을 ‘마추픽추’를 설계하고 건설한 사업가였다. 파차큐텍과 그 동족들은 해를 숭배했는데, 그것을 잉티(Inti)라고 불렀다. 하지만 파차큐텍 잉티가 과연 숭배할 대상이 될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잉티가 하나님이 아니라면 파차큐텍은 누구를 의지할 수 있을까? 그러고 나서 그는 자기 아버지가 언젠가 찬양한 적이 있는 한 이름을 기억해 냈다. 비라코차! 그의 아버지에 따르면 비라코차는 모든 만물을 창조한 바로 그 신이었다.
1940년에 수단 내지 선교회 앨버트 브란트는 에디오피아의 수많은 게데오(Gedeo) 족 사람들이 창조주 ‘마가노’ (Magano)가 언젠가 특정한 무화과 나무 아래에 기지를 만들 메신저를 보낼 것이라고 믿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전세계의 다신교(多神敎, polytheism) 대부분은 여러신들의 배후에 있는 최고 권력 (전능한 힘, 단 하나의 원리)을 인정합니다. 일신교(一神敎, monotheism)와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세상을 지배하는 최고 권력은 관심이나 편견을 지니고 있지 않아, 인간의 평범한 삶에 개의치 않는다고 믿어, 부분적 권력을 가진 신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전 세계의 대륙에 걸쳐 뿌리를 같이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창조주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그렇게 창조주로부터 조금씩 멀어져온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다시 창세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창세기 11~12장에는 이스라엘 민족과 이슬람 민족들의 조상인 아브람(Abram,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자신의 고향을 떠나 팔레스타인 지역의 가나안 땅으로 떠나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의 가족이 원래 살았던 곳은 지금의 이라크(Iraq) 지역이자 유프라테스 강 하구 지역인 우르(Ur)라는 곳으로 수메르 문명의 중심에 가까운 도시였습니다. 여호수아가 각 지파의 장로들과 두령들에게 전한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면 "아브람의 아버지 데라(Terah)가 당시 다른 신들을 섬겼으며, 그의 아들 아브람을 이끌어 내었다"고 합니다. (수 24:2~3) 창세기에는 애초에 아브람의 아버지 데라(Terah)가 가나안 땅으로 가려던 것인데 유프라테스 강 상류의 하란(Charan)에서 멈춰 거주하다가 죽었으며 (창 11:31~32), 그 후 하나님께서 아브람을 부르시자 그가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갔다고 (창 12:1~5) 합니다. 반면 사도행전에서 스데반(Stephen)에 따르면 하나님께서 아브람을 부르신 것은 하란에 있기 전 메소포타미아에 있을 때였다고 합니다 (행 7:2~4).
교회 다닌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믿음의 조상 아브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알지도 못하는 초월적 존재의 말을 어떻게 신뢰하고 고향을 떠났는지 저로서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창세기 기록을 정리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브람이 태어날 때까지도 노아는 생존해 있었고, 함께 홍수를 겪었던 셈은 아브람보다 더 늦게 죽었습니다. 들어본 적도 없는 존재가 아닌 노아와 셈 할아버지의 하나님께서 찾아와 말씀하셨던 것이니 순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노아와 셈이 생존해 있던 그 시기에 이미 다른 신들을 섬기며 창조주 하나님을 잊어가기 시작한 인류를 돌이키기 위해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것은 한 사람을 부르시고, 그 가족과 자손들을 통해 자신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작업을 시작하신 것이었습니다. 아브람과, 그 아들 이삭과, 그 아들 야곱과, 그 아들 12명에 이르러 지금의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가 생겨난 이야기는 창세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과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으로 아브람이 인류 최초인지, 아브람만이 유일하게 부르심을 받은 자였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아주 단편적이나마 아브람과 이스라엘 민족 외에도 하나님의 말씀과 명령을 간직하며 '오실 분'을 기다려온 민족들은 여기저기 있는듯 합니다.
'내 생각에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독교에서 사라져 가는 것: 자발적 금식 (0) | 2024.02.29 |
---|---|
기독교 예배에서 사라져 가는 것: 무릎 꿇음 (11) | 2024.02.23 |
K-푸드 : 맛은 거들 뿐 (3) | 2023.04.18 |
"다윈의 사도들" (1) | 2023.02.23 |
성경의 관점에서 보는 인류 역사 (4) : 노아의 방주 (2) | 2023.01.25 |
성경의 관점에서 보는 인류 역사 (3) : 성경과 유전공학 (6) | 2023.01.16 |
성경의 관점에서 보는 인류 역사 (2) : 과학적 시간 (9) | 2023.01.12 |
성경의 관점에서 보는 인류 역사 (1) : 성경과 과학 (10) | 2023.01.09 |
고구마"형" 과자 (14) | 2022.12.05 |
Accept(포용) vs. Affirm(긍정) (4) | 2022.02.03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기독교 예배에서 사라져 가는 것: 무릎 꿇음
기독교 예배에서 사라져 가는 것: 무릎 꿇음
2024.02.23 -
K-푸드 : 맛은 거들 뿐
K-푸드 : 맛은 거들 뿐
2023.04.18 -
"다윈의 사도들"
"다윈의 사도들"
2023.02.23 -
성경의 관점에서 보는 인류 역사 (4) : 노아의 방주
성경의 관점에서 보는 인류 역사 (4) : 노아의 방주
202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