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도쿄) : 수리올라(Zurriola 주리올라), 2023년 봄
이번 맛집 기행의 마지막 저녁 식사는 39개의 미슐랭 2스타 식당 중 하나인 Zurriola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주리올라, 원어로 발음하면 수리올라)에서 했습니다. 식당 이름인 수리올라는 스페인과 프랑스에 걸쳐 있는 바스크(Basque) 자치주의 한 해변 이름이고 이 식당은 바스크 음식점입니다.
긴자(銀座)의 쇼핑센터 코준(交詢) 빌딩 4층 식당가에 있습니다. 월요일은 쉬고 점심 (¥9,800~25,000)과 저녁 (¥19,800~25,000)에 엽니다.
테이블 세팅. 실내 공간이 좁아서 테이블 수도 몇개 되어 보이지 않고, 테이블 간격도 좀 작았습니다.
메뉴. (그늘지지 않게 찍으려고 기울였더니 위쪽은 초점이 맞지 않았네요. 쯧~)
한입 크기의 소박한 작은 조각들(amuse bouche). 토마토 소스 맛이 두드러진 작은 핏짜(pizza, 피자)와 엠파나디야(empanadilla, 엠파나다)네요.
첫 음식은 번철(pan)에서 튀겨낸 듯한 죽순(竹筍, bamboo shoot).
죽순은 신기한게, 중국요리나 일본 라멘 같은것에 들어가는 통조림 죽순은 아삭한 식감 외에는 맛도 향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데 갓 딴 것을 굽거나 튀겨내면 식감부터 맛까지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문제는 제철이라도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
해산물 타파스(tapas, 작은 접시 음식들) 3가지입니다.
붕장어(Conger Eel) 새끼를 소스에 담아왔습니다. 이건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네요.
투명하고 미끈 미끈한 이 음식을 먹으면서 지은 작은 아이의 표정이... ㅎㅎ
조개. 익힌 거라서 작은 아이도 다행히 거부감이 훨씬 덜했어요. 조개 좋아하는 저는 새콤하게 조리된 쫄깃쫄깃한 식감의 조갯살을 즐기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건 머핀(muffin) 비스므레한 빵입니다. 설명으로는 홋카이도 특산 털게(毛がに 케가니)로 만들었다는데 게살은 조금 들어갔는지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네요.
문어를 쫍쪼름한 진한 소스에 버무리고 위에 뭔지 모를 채소를 튀겨서 올렸습니다.
설명에 의하면 소스가 스페인산 판체타(pancetta, 염장 삼겹살로 만드는 숙성 생햄)로 만든 무스(mousse)라네요. 신기해라~
문어를 대표요리로 꼽는 스페인이라 문어 익힘 정도는 당연히 완벽했고, 진한 지방맛이 느껴지는 소스와의 궁합도 좋았습니다.
흰 아스파라거스(white asparagus)를 스페인 백포도주를 오래 숙성한 단맛의 와인(Pedro Ximénez)와 푸아그라(foie gras)로 만든 젤(gel) 소스에 담았습니다.
흰 아스파라거스는 햇빛을 받지 않도록 재배한 것으로 독일/벨기에 등에서 사랑 받는 식재료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서도 한때 재배를 많이 했다고 하는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대부분 그만 두었다고 합니다.
뉴욕이나 시카고등 동부쪽 대도시의 식료품점에서는 종종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제가 사는 곳에서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저렇게 두툼한데도 확실히 식감이 훨씬 부드럽고 부드러운 단맛이 참 좋네요.
에조(蝦夷 홋카이도의 다른 이름) 전복과 훈제 캐비어(caviar, 철갑상어 알)를 바스크(Basque)산 차콜리(Txakoli, 매우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 소스에 담아내었습니다. 쫍쪼름하고 크리미(creamy)한 캐비어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전복이 와인의 상큼한 신맛에 잘 어우러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캐비어가 맛 있기는 하지만 왜 3대 진미중 하나라고까지 불리우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 (Beluga산 최고급품을 먹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일까요? 저렇게 왕창 준 것 보면 이것도 Beluga산은 아니겠죠?)
이 식당에서는 원래 빵이 생선 요리와 함께 나오는데 미리 달라고 부탁 했습니다.
깍지콩(snap pea) 삶은 것에 꼴뚜기 두마리.
비늘 붙은 껍질째 구운 옥돔(tilefish)를 카레맛과 과일향이 풍기는 소스와 함께 내어 왔습니다.
저 생선 껍질은 잘 먹지 않는데, 바삭하고 고소하고 감칠맛이 강한게 맛있네요. 일본 옥돔은 제주산과 좀 달라보여요. 비늘도 훨씬 커 보이고.
쿠마모토현(熊本縣) 산 와규(和牛)입니다. 검은색 소가 아니라 갈색 소 품종으로 마블링(marbling)이 과하지 않는 소고기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굵직한 소금이 흩뿌려져 있고 파슬리로 만든 소스에 고명으로 버섯과 감자칩이 나왔습니다. 씹는 맛이 조금 있고 고기가 감칠 맛이 나는 것이 한우와 비슷한 느낌이 나네요.
커다란 얼룩꽈리(physalis 또는 cape gooseberry)를 얹어 만든 바스크 케익(gateau Basque, 갸토 바스크).
얼룩꽈리는 2015년에 홋카이도 료칸에서 후식으로 나온 것을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비슷하게 생긴 것을 볼때마다 사서 먹어봤지만 그 때의 산도+당도와 견줄수 있는 맛을 그 후로 보지 못했던 차에 오랜만에 같은 맛을 봐서 참 좋았습니다. 맛이 뭐랄까... 낑깡+파인애플+비파(loquat) 섞은 것 같은 상쾌하면서 단맛이랄까요?
염소젖 아이스크림. 많이 달거나 진한 맛 아니고 개운하고 깨끗한 맛.
마지막으로 캐러멜(caramel)과 초콜렛(chocolate) 모음.
처음 나온 해물 타파스(tapas)에서 조금 호불호가 갈렸으나 전체적으로는 흡족한 식사였습니다. 이곳에서도 저희는 와인 페어링(wine pairing)을 하지 않아서 이곳의 진정한 가치를 맛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저희 음식을 서빙한 사람은 시니어 소믈리에(senior sommelier) 였고, 이 식당은 800개 이상의 빈티지 와인 보유를 자랑한다고 하니 스페인 와인 애호가라면 가볼만한 곳이라 생각됩니다.
[아쉬웠던 점 2가지]
- 원래 2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음식 나오는게 생각보다 느려서 총 3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 웃음소리와 큰소리로 떠드는 소리가 들려 좀 거슬렸습니다. 물어 보니 오픈 키친으로 카운터 석에 앉으면 셰프가 직접 요리 설명을 해준다고 하네요. 손님 중 수다스러운 여성이 마침 그 자리에 앉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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