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빵 상각(nan-e sangak)
산호세 (San Jose 새너제이) 식당에서 지인과 만나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 가게에서 계속 빵 종류 같아 보이는 커다란 것을 종이에 둘둘말아 사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기심에 식사를 마치고 가보았지요. 가게 이름도 외관도 눈길을 끌만하지 않은 곳이라 몇번 이 앞을 지나치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입니다. 창문에 쓰인 것은 아마도 فارسی (fārsi) 혹은 비슷한 단어로 보입니다. 페르시아 제과점이에요.
디저트 종류를 팔길래 3가지를 한개씩 사가지고 왔습니다. 밍밍하고 눅적거리는게 맛 별로입니다 😅
사람들이 많이 사가던 것이 빵이 맞더군요. 벽에 박힌 못에 걸어두네요. 크기가 거의 멍석 수준인데 막 점심 식사를 마친 후라서 살 엄두는 못내고 빵 이름과 가격을 물어보았습니다. 계산 해주는 주인장에게 "맛이 무척 궁금한데 커서 못사겠고 다음에 다시 오겠다"니까 선뜻 맛 보라고 손바닥만한 크기를 잘라 주네요. 그런데 점심 먹은 직후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는거에요!!
"상각 (nan-o sangak, 혹은 nan-e-sangak)"이라는 빵인데 검색해보니 sangak은 '작은 돌'이라는 뜻이고 정확히 말하면 작은 돌에 구워낸 난(nan)입니다. 오븐 안에 저렇게 작은 돌이 가득 깔려 있고 그 위에 반죽을 얇게 펴서 재빨리 구워냅니다 [YouTube 동영상] 프랑스인들이 매일 바게트(baguette) 사다 먹듯 페르시아인(이란, 아제르바이잔)들은 상각을 매일 사다가 먹는다고 하네요. ["오동석의 인문여행" 블로그 테헤란 여행기]
2주 후에 다시 그 근처 갈 일이 있어서 하나 사왔습니다. 아래쪽 1/3 먹은 후에 찍은 거고 원래 크기는 윗쪽 폭이 약 30cm, 아래쪽이 약 25cm, 길이가 약 80cm 쯤 됩니다. (앵글을 위에서 잡았더니 손가락이 짜리몽땅하니 돼지족발처럼 나왔다는.... 😜)
오리지널은 맨빵이고, 저는 깨 올린 것으로 샀습니다 ($5.75). 미리 주문하면 다른 곡물을 추가한 것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크기는 엄청나지만 무척 얇아서 생각보다 포만감은 많이 들지 않습니다.
겉이 부드럽고, 글루텐 함량이 높은듯 쫄깃쫄깃한데다, 짭짤한 소금간으로 끌어올려진 자연스러운 단맛에 고소한 깨맛이 어우러져 상당히 중독성이 있는 맛입니다. (♩♪♫♬ 손이 가요 손이가 ♩♪♫♬)
한국인들 밥에 반찬 먹듯, 페르시아인들은 이 빵에 케밥을 비롯한 여러가지 음식들을 올려 먹는다고 합니다. 치즈, 햄 등도 올려먹어 봤는데, 음식들 간의 궁합은 역시 그 나라에서 오랜 세월을 걸쳐 문화로 정착된 것이 최고인듯 합니다. 나쁘지는 않은데 좀 따로 놀아요. 훔무스(hunmus, 허머스, 후머스)나 케밥(kebab)은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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