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실패 2탄: 동북 아시아의 불화합

전에 "퓨전 삼겸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가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삼겹살+쌈장+김치를 베이글 빵 안에 넣었던 것인데 밥이랑 먹는게 훨씬 낫다고 결론 내렸지요.

 

동서양의 화합(?)은 그렇게 실패했기에 이번에는 아시아의 화합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중국 안남미 (장립종 쌀, Indica rice, 인티카) 밥에, 일본식 카레에, 한국 된장찌개의 조합은 과연?

 

왜 자꾸 희한한 조합을 시도해보냐고요?  아, 말씀 드렸잖아요.  아시아의 화합..............은 개뿔.  냉장고에 있는 남은 음식 처리하려고 그런거죠 뭐 😜.  카레의 본고장 인도에서 먹는 쌀도 장립종이라서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던건데....  전~~~혀 아니올시다네요.  3가지가 다 따로 놀아요 ㅋㅋㅋ 😅

 

전 인도 음식을 꽤 좋아합니다.  북가주에는 인도/파키스탄 출신 기술자들 (engineers) 인구 유입이 꾸준히 늘어서 잘 하는 인도 음식점들도 많고요.  인도 음식에서는 장립종(長粒種, long-grain, Indica rice) 인 Basmati 라는 쌀을 사용합니다.  그냥 먹으면 별로인데 인도 카레 (통칭으로 masala 라고 부릅니다)와는 참 잘 어울립니다.  중국 음식에서는 또 다른 장립종 Jasmin (안남미) 이라는 쌀을 사용하지요.  이것도 그냥 먹으면 별로인데 중국 음식끼리는 또 잘 어울립니다.  볶음밥에도 이 쌀이 더 좋고요.  장립종 (인디카) 쌀들은 원래 끈기가 없는데다 밥 짓는 것도 한번 푹 끓인 후에 물을 다 버리고 물기를 날리는 방식으로 해서 밥알들이 뭉치지 않고 굴러다닙니다.

 

한국과 일본은 단립종(短粒種, short-grain, Japonica rice, 야포니카 혹은 자포니카)을 먹지요.  한식/일식에는 단연 찰지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이어야 합니다.  불고기, 비빔밥, 초밥, 생선구이 같은 것을 장립종 쌀과 같이 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요.

 

[출처: https://globalinsightjournal.com/what-makes-japanese-rice-different/]

 

그래도 막연히 카레는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뿌리는 인도음식이니까요.  그런데 실제 같이 먹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안 어울리더라고요.  왜 그런지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려운데, 혹시 일본 스타일에 들어가는 roux (루, 밀가루를 버터에 볶은 것) 그리고 단맛이 만드는 부드러움이 다소 딱딱한 식감의 장립종 쌀과 괴리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인도 음식에 비해 기름기가 현저히 적고 가벼운 맛도 쌀의 식감을 덮어주지 못한 것 같고요.

 

[출처: https://www.amazon.com/House-Foods-Vermont-Curry-8-1-Ounce/dp/B003V3E6XU]

 

그럼 한국의 된장찌개는 과연?  된장찌개 형이 거기서 왜 나오느냐고요?  아~ 거 참~~ 말씀 드렸잖아요 (버럭 😡 )  냉장고에 있는 남은 음식 처리하려고 그러는거라고!!  (괜히 신경질이야, 흥!!)

 

된장찌개 이 친구는 아예 왕따 신세네요. ㅋㅋ   카레에 가려서 된장찌개의 담백한 감칠맛이 전혀 느껴지지를 않아요.  들어간 재료가 좋은 것들이라 그래도 끝까지 다 먹었습니다.  제가 원래 퓨전(fusion)으로 만든 음식들에서 맛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무척 드문데, 그게 특별히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원래 국가간의 음식 궁합 맞추는게 이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출처: https://www.chungjungone.com/knowhow/table/tableViewNew.do?table_seq=277489]

 

된장 찌개에는 역시 단립종 쌀이 최고!!  꽁보리밥도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