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식당 "el ALTO" in Los Altos
올해 3월 말에 저희 동네 다운타운에 새로 열은 멕시코 식당이 있어 저녁시간에 가보았습니다.
제국주의로 전세계가 식민지화 되어갈 때 영국과 러시아도 캘리포니아에 탐험대를 보내고 요새도 짓고 하였으나, 캘리포니아는 실질적으로 16세기부터 멕시코의 일부분으로 스페인의 식민지였습니다. 소설 <쾌걸 조로 (The Curse of Capistrano)>와 영화 <마스크 오브 조로 (The Mask of Zorro)>는 멕시코가 독립하기 얼마 전인 1810년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에서 20Km 남쪽에 위치한 산 마테오 (San Mateo)를 배경으로 쓰여진 작품들입니다. 캘리포니아는 1822년 멕시코가 독립할 때 멕시코의 주가 되었으나 멕시코와 그 총독들의 통치를 달가와하지 않아 반군들이 계속 일어 났고, 결국 멕시코가 총독을 철수 시키면서 멕시코의 속령 개념이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1841년 미국이 멕시코에게 캘리포니아의 매각을 제안하였다가 거부되자 1846년 전쟁이 일어났고, 1848년 미국이 승리하면서 미국의 주가 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가 300년 가까이 스페인/멕시코의 영토였던 곳이라 예쁜 스페인 풍 건물들을 캘리포니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저희가 간 식당이 위치한 건물이 그런 스페인 풍입니다. 식당 이름은 "el ALTO (The Tall라는 뜻)"
건물 도로변에 파라솔 (parasol)과 테이블이 많이 놓여 있습니다. 이 야외 테이블들은 주로 건물 안 푸드 코트 (food court)에서 음식을 주문한 사람들이 사용합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전형적인 스페인풍의 높찍한 아치 (arch) 모양이지요. 1층의 통로도 지붕을 하지 않고 개방형으로 만들어 건물로 둘러싸인 스페인풍의 안뜰 (courtyard) 분위기를 살짝 냈습니다.
들어가서 왼쪽으로는 푸드 코트 (food court)인 State Street Market (State Street은 이 건물이 위치한 도로명)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저희 가족이 간 식당 el ALTO가 있습니다.
안에서 들어온 입구를 뒤돌아 본 풍경.
푸드 코트에 입점한 가게 중에 술을 파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걸맞는 아늑한 소파가 있네요.
멕시코 식당 el ALTO로 들아갔습니다. 전면에 커다란 칵테일 바 (cocktail bar)가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 중에 새로 개점한 곳이라 그런지, 일/월/화는 휴업하고 수~토요일까지 주 4일 저녁에만 영업을 합니다. 영업시작 시작 시간에 가서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예약은 1주일 넘게 늘 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넓찍하고 실용적이고 아늑한 분위기입니다. 대충했다던가 하다가 만 느낌은 전혀 들지 않되, 주인이 설정한 식당의 수준 선에 딱 맞춘듯한 인상이네요. 격조 있는 식당, 그러나 미슐랭 별 같은 것은 지향할 의향이 전혀 없는? 뭐 그런...
실내에 앉았으나 식당 한쪽이 코트야드 쪽으로 전면 개방되어 있어서 옥외와 별 차이 없었습니다. 해 지기 전이었지만, 실내 테이블에는 자연광이 잘 들어오지 않아 노르스름한 백열 실내등과 푸르스름한 그늘 자연광이 섞이다보니 음식 사진 찍기에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테이블에 놓인 플레이크 소금 (flaky salt). 저희 가족들은 싱겁게 먹는 편이라 쓰지는 않았습니다.
아직도 설탕으로 만드는 (요즘은 거의 대부분 콘시럽으로 만듭니다) 멕시코 병 콜라. 쥬스를 물로 살짝 희석한 후 라임으로 신맛을 더한 음료, 수박 아구아 프레스카 (watermelon agua fresca).
전채 (appetizer)로 주문한 녹인 치즈 (queso fundido 퀘소 푼디도). 말 그대로 치즈를 무쇠 팬에 녹인 것으로 위에 녹색 소시지(chorizo verde 초릿쏘 베르데), 썰은 고추 (rajas 라하스)가 뿌려져 있습니다.
전채라서 양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무쇠 팬 지름이 약 10cm. 사용한 치즈는 반연성 (semi-soft)으로 보이고, 맛은 몬트레이 잭(Monterey Jack) 비슷했습니다.
녹인 치즈를 싸 먹으라고 직접 만든 보라색 옥수수 토르티야 (tortilla)를 준것까지는 좋았는데요, 쬐끄만 것 2개만 줬지 뭡니까. 3명인데 최소한 3개는 줘야지요. 쩨쩨하게스리... 애피타이저라서 일부러 강하지 않게 만든것인지 처음 먹어보는 초릿쏘 (chorizo)는 기대보다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치즈 자체와 토르티야의 맛이 좋아서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붉돔 구이 (grilled red snapper). 붉돔 한쪽 면에 친텍슬 (chintexle 구운 고추에 건새우를 섞어 만드는 살사 소스)을 듬뿍 발라 팬에 굽고, 치차로네스 (chicharrones, 삼겹살을 작게 잘라 튀겨질때까지 볶은 것), 작은 알감자 (potato), 양파 (onion), 케이퍼 (capers), 오이 피클 (gherkins 거킨스)등을 깔은 위에 올려 나왔습니다. 도미 종류는 맛이 담백하고 섬세해서 한국/일본에서는 간을 세게하지 않는 편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향신료 왕창 해서 먹는 것도 괜찮더군요. 아까 녹인 치즈에 함께 2개 나왔던 토르티야를 이번에는 왕창 줬네요 (한국말 다 알아듣나봐요 😜 )
오리 다리 콩피 (confit duck leg, 자체 기름에 천천히 익힌 음식). 맨 아래에 살구 소스 (apricot mole)를 깔고, 그 위에 삶아 으깬후 지방을 섞은 콩 (refritos 레프리토스)을 다시 깔고, 오리 콩피를 올린 후, 아몬드/과히요 고추 조각 (almond-guajillo crumble)을 뿌려 마무리했습니다.
멕시코 요리에서 기본 단백질 재료로는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생선/새우등이 골고루 많이 쓰이고, 거기에 거의 공통적으로 추가되는 향신료와 고명 맛의 요소를 보면 매콤한 맛, 새콤한 맛, 상큼한 맛, 짭짤한 맛, 그리고 드물게 단 맛이나 쌉싸름한 맛등이 복잡하게 치고 받는 묘미가 있습니다. 마치 북경 오리 (Peking duck)처럼 껍질째로 파삭하게 잘 튀겨진, 멕시코 식당에서는 처음 보는 오리 다리도 흥미로웠고, 새콤 달콤한 살구 몰레 (mole, 걸쭉한 소스)가 기름진 오리 고기와 잘 어울렸고, 과히요 (guajillo) 고추의 매콤한으로 마무리 되어 멕시코 음식 맛의 모든 요소를 잘 어우러지게 마무리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숯불구이 문어 (charcoal grilled octopus). 아래에 스쿼시 호박 (chayote 차요테)을 섞은 옥수수 가루 죽 (masa polenta 마사 폴렌타)을 깔고 구운 문어를 올린 후, 옆에 멕시코 순무 (jicama 히카마), 고수 (cilantro), 소회향 (dill) 등을 샐러드처럼 곁들여 냈습니다. 일단 거대한(?, 미국 음식점에서 먹어본 문어 중 가장 크게 나왔음) 문어 다리 크기가 마음에 들었고, 전혀 질기지 않게 익힌 부드러운 식감에 놀랐고, 새콤 달콤 상큼하면서 아삭한 샐러드와 문어의 조합이 감탄스러웠습니다.
디저트도 먹어 봐야죠. 눌은 올리브 기름 케익 (caramelized olive oil cake). 버터 대신 식용유 넣은 케익은 먹어 봤지만, 올리브 기름 왕창 넣은 스폰지 케익은 처음 먹어봤습니다. 기름 자체 맛이 깔끔하니 케익 맛도 엄청 깔끔하네요. 졸인 제철 살구 (apricots)와 살구잼과 살구 아이스크림이 함께 나왔습니다. 적당한 새콤함과 달콤함이 고소하고 가볍게 감칠맛 나는 올리브 기름 케익과 잘 어울립니다. 캐모마일(chamomile 차모밀레, 일종의 국화 꽃)도 들어갔다는데 존재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칼로리는 높겠지만 왠지 건강음식 디저트 먹은듯한 착각이... 😜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남부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멕시코 음식과는 상당히 다른 음식들입니다. 맛의 구성은 분명 멕시코 음식들인데, 기본 단백질 재료 선택이 전부 다 독창적이면서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양이 엄청 많지는 않으나 가격도 비슷한 수준의 다른 식당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20% 이상 저렴해서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시 방문할 의향 있습니다.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스트리아 식당 "Naschmarkt" in Palo Alto (12) | 2022.08.24 |
---|---|
미슐랭 식당 "Protégé" in Palo Alto (9) | 2022.08.08 |
하카타 스타일 "Marufuku Ramen" in Redwood City (11) | 2022.04.25 |
"Little Star Pizza" in San Francisco (14) | 2022.03.20 |
"Artisan" in Paso Robles (중가주) (4) | 2022.01.21 |
"Osha Thai" in San Francisco (17) | 2022.01.16 |
"Causwells" in San Francisco (11) | 2022.01.07 |
"Gusto Pinsa Romana" in San Francisco (2) | 2021.10.11 |
"HiroNori Craft Ramen" in Santa Clara (8) | 2021.09.22 |
미슐랭 식당 "Auberge du Soleil" in Napa Valley (12) | 2021.07.04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오스트리아 식당 "Naschmarkt" in Palo Alto
오스트리아 식당 "Naschmarkt" in Palo Alto
2022.08.24 -
미슐랭 식당 "Protégé" in Palo Alto
미슐랭 식당 "Protégé" in Palo Alto
2022.08.08 -
하카타 스타일 "Marufuku Ramen" in Redwood City
하카타 스타일 "Marufuku Ramen" in Redwood City
2022.04.25 -
"Little Star Pizza" in San Francisco
"Little Star Pizza" in San Francisco
2022.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