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2일차-2 인생 피시앤칩스 Mia's Country Van, Rútshellir
다음 행선지로 가던 길에 길가에 몇대의 차들이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 저희도 차를 멈췄습니다. 루트쉣틀리르(Rútshellir) Caves이라는 곳입니다. 안내판의 내용에 의하면 아이슬란드 남부 목장 지대에에 사람이 만든 수십 미터 길이의 동굴들이 200여개 발견되었는데 그중 하나라고 합니다. 주로 건초를 보관하는 곳으로 사용되었고 대장간으로도 이용했다고 하는군요.
바이킹 문양이 새겨진 예쁜 나무 계단을 이용해 울타리를 넘어 갑니다. 그냥 그 부분을 열어놓지 왜 구태여 계단을 만들어놨나 했더니, 방목하는 양들이 나가지 않게하기위한 배려네요. 결국 사유지라는 것인데,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가 고맙습니다.
드라마 <Game of Thrones>에서도 이런 분위기의 장면들이 나오곤 했지요.
입구가 무척 낮아 모든 성인들은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네요.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집에 들어갈때마다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했나 봅니다. 이 낮은 지붕의 석조 건물이 아마도 사람들의 생활 공간이었을 것 같고,
뒤편으로 이어진 동굴이 창고였던 것 같습니다.
동굴은 위쪽을 완전히 막지 않고 나무판대기를 이용해 비바람만 대충 막을 정도만 처리를 해 놓았습니다. 보온이 필요한 공간도 아니고 절벽 자체가 처마 역할을 해주어 그렇게 한것으로 보입니다.
1pm이 지나서 스코하포스(Skógafoss, 스코가포스) 부근에 있는 Mia's Country Van (Sveitagrill Miu)에 점심을 먹으려고 들렀습니다 (매일 12pm-4pm 영업).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유쾌한 성격의 아주머니께서 어느 가정집 마당에서 푸드 트럭(food truck)을 혼자 운영하고 계십니다.
메뉴는 실질적으로 "fish & chips" 딱 한가지. 메뉴판에 적힌 것을 발 번역해보면
- 가격 2,000 ISK ($14.00)
- 155g 의 신선한 생선 + 바삭한 웨지 감자튀김 (wedge potato) + 소스 1개 선택
- 소스는 아이슬란드 타르타르, 매콤달콤 스윗칠리, 케첩 (소스 추가 200 ISK = $1.40)
- 음료수 300 ISK = $2.10
- 사진 찍지 않은 추가 내용 : 생선은 아이슬란드 남부의 지역 생선상에서 매번 공급 받음. 주로 대구(cod)를 쓰고 그 외에 해덕(haddock, 대구와 비슷. 조금 작음)이나 링(common ling)등 여러가지 중에서 그날 가장 신선한 것을 사용함.
주문하면 그때부터 튀기기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기다리며 이것 저것 물어보니, 영업 장소는 부모님의 집 마당이고, 자기 어릴때 애칭이 Mia라서 식당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합니다. 피크닉 테이블이 2개 있고, 의자 없는 간이 테이블도 있는데, 보슬비가 내리고 있어서 저희는 차 안에서 먹었습니다.
큼직하고 두꺼운 생선튀김 하나와 두툼한 웨지 감자튀김이 일회용 용기에 담겨 나왔습니다.
한입 베어 물었는데.... WOW!! OH! MY! GOD!!!! 많이 먹어본 음식은 아니지만, 감히 제 인생 피시 앤 칩스 (fish & chips)라고 칭하겠습니다. 소금 만으로 살짝한듯한 밑간(seasoning), 튀김 옷(beer battered), 튀긴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신선한 생선과 감자 자체. 제가 튀김 종류를 좋아해서 자주 사먹고, 집에서도 종종 해먹는데요 이건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족히 8~10cm는 되는 저 두꺼운 생선의 육즙을 딱 한번 튀긴 파삭~~한 튀김 옷 안에 완벽히 가두었고, 감자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 홋카이도 감자 맛에 비견할 정도로 맛 좋은 감자를 겉바속촉으로 튀겨내서 씹으면 감자 안이 녹아 내리네요. 처음 먹어보는 종류인 밑재료 생선은, 식감이나 맛이 마치 막 잡아서 찐 커다란 게(crab)의 몸통살을 먹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영국식으로 제대로 먹는 방법에 따르면 먼저 소금 꼼꼼히 치고, malt vinegar와 레몬즙과 타르타르 소스를 번갈아 찍어 먹어야 한다는데 이건 소스 찍어먹기에는(?) 아까운 생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먹었습니다. 다른 요소 다 제하고 맛으로만 평가한다면, 이번 9박 10일 여행에서 먹은 것 중 단연 베스트!! 이 정도면 혹 피시 앤 칩스의 본 고장인 영국과도 견줄만하지 않을까 싶네요.
[여담 하나 - 수정본] 현재 아이슬란드와 가장 사이가 나쁜 나라가 영국이고, 그 이유가 피시 앤 칩스때문이라 "카더라"는 일부 주장도 있네요. 경제 수역과 배타적 수역등이 생겨나는 과정에 상호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국인들이 피시 앤 칩스의 주 재료인 대구의 황금어장인 아이슬란드 부근까지 가서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바람에 1958~1961년, 1972~1973년, 1975~1976년 3번에 걸쳐 "대구 전쟁 (Cod War)"라고 부르는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NATO가 지정학적인 이유로 아이슬란드의 편을 들어줘 마무리되면서 영국에서는 북대서양 어업에 종사하던 1500명의 어부와 7500명의 어업 관계자가 실직했습니다. 어쨌거나 북대서양의 대구 어획량은 남획과 기후 변화로 인해 현저히 줄어들었고, 국가간의 관계는 회복되었으나 아이슬란드의 민심은 여전히 영국을 제1의 적으로 생각한다 "카더라." 😁
이날의 생선을 물어보니 링(ling)이라고 해서 검색해보니 Common ling (Molva molva)이라는 유럽쪽 대서양(주로 북 대서양)에서만 잡히는 생선으로 길이가 2m에 달하는 대구(cod)류인데요, 미대륙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lingcod(Ophiodon elongatus)와는 많이 다르고, 살이 대구처럼 결지지 않고 아주 부드럽네요. 다 먹고서 쓸데 없이 푸드 트럭으로 돌아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내 일생에 먹어본 피시 앤드 칩스 중 최고였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줬습니다. [구글평점 4.9/5.0. 제 평가로는 맛 9.5/10점, 익스테리어 6/10점, 가성비 9.5/10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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