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 제도: 4일차 Sandavágs 교회, Tórshavn
페로 제도를 떠나 아이슬란드로 가는 날입니다. 이날도 아침부터 계속 비가 내렸습니다. 9am쯤 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비행기 출발 시간이 10:30am에서 7:50pm으로 9시간 넘게 미뤄졌다는 문자가 와 있습니다. 렌탈카(rental car, rent-a-car)를 2시에 반납할 예정이라서, 숙소에서 더 쉬다가 공항으로 갈지, 2시까지 짧은 거리의 어딘가를 다녀올지, 렌탈카를 연장해서 멀리 다녀올지를 의논한 결과, 사소한 문제지만 범퍼와 타이어가 마찰을 종종 일으키는 문제도 있고 전날 배멀미 후유증도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 2시까지 수도 털샤흔(Tórshavn)에 다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산다박스 교회(Sandavágs kirkja) 교회를 들렀습니다. 교회가 위치한 산다바구르(Sandavágur)는 인구 985명의 작은 어촌으로 첫날 저녁에 갔던 트럴코누핑구어르(Trøllkonufingur, witch's finger)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산다박스 교회는 1차 세계대전 중에 지어진 교회로 2018년 덴마크 왕세자의 가족들이 페로 제도를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교회 입구입니다. 월요일이라 문은 역시 다 잠겨있네요.
인터넷에서 퍼 온 교회 내부 사진입니다. 1,000명이 채 되지 않는 마을 교회치고는 꽤 넓찍하지요? 인구의 85%가 기독교인이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 교회에 다니는 것이라 그런듯 합니다.
서양의 교회가 대부분 그렇듯 이곳도 교회 정원에 묘지가 있습니다. 흑요석(黑曜石, obsidian) 같아 보이는 비석들이 정갈하고, 묘지마다 심겨진 노란 수선화(daffodil)가 참 잘 어울립니다.
교회 뒤편으로 돌아가서 찍은 건물입니다. 시계가 사방으로 각각 하나씩 4개가 붙어 있는 탑에 70°는 족히 되보이는 급경사의 빨간 지붕, 그 위로 동그란 공이 두개 있고 꼭대기에 작고 슬림(slim)한 십자가가 살짝 얹혀 있네요.
교회 뒤편에 돌과 청동으로 만든 조형물이 있습니다. "Seyðamaðurin á Sondum (The Shephard of Sondum)"이라고 이 지방의 전설을 표현한 것입니다. 조형물에 제목도 설명도 없어서 검색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는데 대략 내용은 이렇군요.
한 양치기가 양들을 돌보러 말을 타고 나갔다가 프얄라바튼(Fjallavatn) 호수 부근의 커다란 바위에서 진주로 멋지게 장식한 커다란 드레스를 발견하고 가져옵니다. 그런데 그 드레스의 주인은 거인 여자 (트롤 같은 괴물을 말하는 듯) 였습니다. 거인 여자가 자신의 드레스를 가지고 들어오려고 나갔다가 들고 도망가는 양치기를 발견했으나 자신은 다리를 다쳐서 뛸 수 없었고, 대신 호수 건너편의 자매에게 “언니, 언니, 양치기가 내 드레스를 훔쳐갔어요. 난 다리를 다쳐서 뛸 수 없어요" (이 부분은 동판에 페로말로 적혀 있었습니다) 라고 외쳤습니다. 물을 마시려고 냇가에 멈춰섰던 양치기는 자신을 추격하는 거인 여자를 발견하고 도망치기 시작했고 거인 여자가 거의 따라와 말의 꼬리를 찢어버리자, 방향을 돌려 교회를 향했습니다. 거인은 성스러운 땅에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양치기는 말에서 뛰어내렸고 거인 여자는 드레스를 움켜잡았습니다. 거인 여자가 드레스를 계속 잡아당기는 바람에 찢어지고 소매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소매가 너무 커서 성직자의 망토를 만들기에 충분한 크기였고, 그것을 산다바구르(Sandavágur)의 교회 사제가 지금까지 입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지금 저 양치기가 거인 여자 추격을 피해 교회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묘사한 거군요. 말 탄 양치기의 크기로 미루어보건데, 거인 여자 키가 12m는 족히 될 법한데 저렇게 큰 벌거벗은 여자가 잡으려고 달려오면 정말 공포스럽기는 하겠습니다 😜
수도 털샤흔(Tórshavn)으로 가는 길에 구경할 곳 없나 찾아보다가 폭포가 하나 있길래 들렀습니다. 튀갸라 폭포(Týggjará Waterfall) 라는 곳인데, 별 기대 없이 갔고 예상한대로 그저 그랬습니다 😅.
털샤흔(Tórshavn)에 특별히 더 구경할 곳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제대로 된 점심 먹고 싶어 간 것이었습니다. 토요일에는 이미 닫아서 가지 못했던 Bitin이라는 샌드위치집에 갔습니다. (월~토 11:30am~5pm, 일 휴점)
깨끗한 오픈 주방에 미리 만들어 놓은 스뫼레브뢰드(Smørrebrød, Scandinavian open sandwich, 페로말로 Smyrjibreyð)와 디저트를 판매합니다. [Smørrebrød에 대한 엄청 자세한 소개] 주문받는 분이 아주 싹싹하고 친절하게 잘 대해주셨어요. 요청하니 사진 모델도 흔쾌히 오케이~!
메뉴에 영어로 설명이 있으나,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음식 사진들] 이럴 때는 뭘 추천하는지, 어떤 것이 가장 인기 있는지 물어보는게 현명하지요. 해산물 들어간 것 3가지 추천을 받아 주문했습니다.
나지막한 천장에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쏙 듭니다.
주문을 하고서 2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종업원들 다리가 아주 튼튼하시겠어요)
아~~~~~ 내가 좋아하는 다락방 스타일!! (여보게, 일어날 때 머리 조심허게)
쪽문을 열고 나가니 지붕에 멋진 테라스도 있습니다. 여름에 오면 이곳에 앉을 수 있겠지요?
지하층도 있어서 내려가 봤더니.... 엥?? 갑자기 생뚱맞게 펼쳐진 일본 풍경 😲
Suppugarðurin(The Soup Garden)이라는 라멘집인데요, 물어보니 위 샌드위치 가게와 같은 주인이 소유한 식당이라고 합니다. 중국인 같아 보이는 직원이 주방에 있고 김치도 파네요. (근데 이거 장사가 되려나?) 영업시간으로만 보면 (월~목: 11am~9pm, 금토: 11am~1am, 일: 2pm~9pm) 되려 라멘집이 주(主)이고 샌드위치집이 부(副) 같습니다.
화장실 벽화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Stjørnuskot (별똥별, shooting star). $16.20
해덕(haddock, 대구 비슷한 작은 생선) 튀김에 연어 무스, 그리고 삶은 새우. 새우 들어간 것들이 다들 가격이 높네요. 메뉴에 손으로 껍질 깠다고 강조하고 현지산인 것 같습니다. 북유럽 새우 달큰한 맛 정말 좋아요. 보통 새우도 이렇게 맛있는데 소문난 영국의 브라운 쉬림프 (brown shrimp, crangon crangon)는 얼마나 맛있을지...
가격대비 맛 인정!
Kips (감자튀김, chip). $5.70. 감자 튀김 추가 주문. (아니, 이 동네 감자는 도대체 왜 이리 다 맛있는겨?)
Toskur GF (대구, cod GF). $10.20
소금 뿌린 대구(cod), 레몬 마요네즈, 빨간 비트(beet, 사탕무)/블랙 커란트(black corrant, 까막까치밥나무 열매)에 절인 빨간 양파(onion), 맨 위에 콩순(pea shoot). 대구살과 위에 얹은 새콤달콤한 고명의 조화가 좋았습니다.
Fiskaflk Við Þurrum Fiski (마른 생선을 곁들인 생선살, fish fillet with dried fish). $13.20
해덕(haddock, 대구 비슷한 작은 생선) 튀김에 타르타르 소스(tartar sauce), 가늘게 튀긴 감자, 마른 생선 갈은 것. 맛 괜찮고 구상도 좋았는데, 마른 생선 맛이 너무 약해서 비주얼 외에 맛으로는 기여를 못한 것이 아쉬웠어요.
토핑 재료에 덮여 보이지 않는 호밀빵들도 정~~~말 맛있어요. 통곡물이나 견과류 들어간 빵을 제가 원래 좋아하기도 하지만, 페로 제도나 아이슬란드나 호밀빵들 텍스춰도 전혀 뻑뻑하지도 않게 부드럽고, 고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달짝지근함이 은근히 배어나오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5일씩이라 걸려 만드는 빵들이라니 맛이 없을 수가...
털샤흔(Tórshavn) 다운타운 식당들에 비하면 가격 정말 착하고, 보기에 좋고, 미리 만들어 놓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맛도 좋았습니다. 페로 제도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맛있었다는 것이 일행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어요. 구글평점으로 식당을 고르다보니 정작 페로 제도 음식다운 것보다는 관광객들에게 친숙하고 무난한 음식점들만 가게 된 것 같아 좀 아쉬웠던 차에, 마지막 식사를 장식하게 해준 이 식당에 감사를 드립니다. 구글평점 4.4/5.0. 제 평가로는 맛 8/10점, 인테리어 9/10점, 가성비 9/10점
털샤흔(Tórshavn) 시내 전경을 보고 싶어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일부러 산 위로 올라가는 도로를 이용했습니다. 산 중턱에서 멈춰 찍은 전경.
오후 2시에 예정대로 공항에 도착해서 렌탈카를 반납했습니다. 제일 가격이 저렴해서 Budget/Avis에서 차를 렌트했는데요, 여러가지로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21세기에 전산화도 제대로 되지 않아 수기로 전부 처리한 것도 미덥지 않고, 제일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 예약할 때 예상 비용에 25% 씩이나 하는 렌탈 부가가치세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그렇고, 차량 문제 생긴 것 보면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고... 페로 제도에서 유일하게 이용해 본 업체라서 비교는 어려우나 결과적으로 다른 업체와 비슷한 비용을 지불한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돈이 들더라도 구글 평점이 좋은 곳을 고르는 편이 안전할 것 같아요.
참고로 페로 제도에서는 사고 났을 경우를 위해 렌트할 때 미리 수리 비용을 보증금으로 떼어 놓는데요 (찾아보니 모든 렌탈카 업체 공통인듯), 사고 없으면 환불 받는 것이지만 파손보험(Collision Damage Waiver)를 들지 않으면 무려 수천불을 떼더라고요. 제 신용카드에서는 CDW를 제공하지만 떼어놓는 금액이 너무 엄청나서 3일간이라 그냥 CDW를 추가하고 $300만 떼어 놓았습니다.
이날 공항에서 5시간 이상을 보냈고 비행기는 그 후로 30분 더 연기되었습니다. 3시 쯤 항공사 카운터에 길게 줄 서서 호텔 숙박권을 받는 사람들이 생기길래 저희 비행기도 아예 취소되는 것 아닌가 염려했으나, 아이슬란드 방향은 날씨가 좋아져서 다행히 완전 취소되지는 않았네요.
제일 안쪽 구석으로 활주로가 보이는 높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그간 밀린 이메일도 확인하고 사진 찍은 것도 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명작 "Good Will Hunting"을 보지 않았다고 하길래 OTT (Over-The-Top media service)로 함께 봤습니다. Bourne 시리즈도 보지 않았다고 해서 (세상에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니 😵 )
"The Bourne Identity"도 연이어 시청. 영업을 중단한 카페 바로 앞이라 물도 마음대로 마실 수 있고 아주 명당이었어요.
보안 검색대 통과하기 전에 있는 카페테리아는 영업을 하지 않았고 (아마도 폐점), 안쪽의 카페테리아 Flogkaffi FAE Airside는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아이슬란드 공항(8:20pm 도착 예정)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비행기가 더 지연되어서 이곳에서 프렌치 핫도그로 간단하게 먹었습니다. 미키네스(Mykines) 섬에서 먹은 것과 모양새와 재료는 동일해 보였으나, 마이크로 웨이브 오븐이 아닌 그릴과 오븐으로 만들어서 빵도 파삭하고 더 맛 좋았네요. 구글평점 3.7/5.0. 제 평가로는 맛 7/10점, 인테리어 8/10점, 가성비 7/10점.
페로 제도 가는 계획을 세우며 읽었던 글 중 많은 수가 최소 1주일을 잡으라고 했으나, 저희 사정상 3박의 짧은 일정으로 다녀와야 했습니다. 다녀와서 느낀 것은 '역시 최소 1주일이 맞겠구나'였습니다. 1주일 내내 분주히 돌아다니며 볼만큼 좋은 곳들도 많지만, 구름 끼고 비 내리면 그 날은 가도 헛탕치게 되니 넉넉하게 기간을 잡지 않으면 극단적인 경우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페로 제도의 전통 음식을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여행 후 돌아와서 찾아보니, 있기는 한데 전부 course / tasting menu라 가격대는 착하지가 않군요. 저희가 구글 평점 좋고, 가격대가 적당한 곳만 가다보니 접할 수 없었나 봅니다. 혹 주머니 사정 넉넉하신 식도락가들이 궁금해하실까 싶어, 정보를 공유합니다. (퍼핀은 아이슬란드에 파는 식당이 하나 있고, 페로 제도에서는 주민들에게 수소문하면 조리하지 않은 고기 자체는 구할수 있으나 식당은 없는듯 합니다)
- Faroe Fish Dinner (999 DKK = $150) : 어부 남편이 잡아오는 생선을 preschool교사인 부인이 요리
- KOKS (2100 DKK = $315) : 미슐랭 2스타. 식당을 새로 건축 중이라 2022~2023년은 임시 휴업.
- Ræst (1200 DKK = $180) : KOKS와 자매 식당. 같은 셰프.
- ROKS (595/895 DKK = $89/134) : KOKS와 자매 식당. 셰프는 다름.
[페로 제도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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