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 제도: 3일차 Mykines
셋째날은 숙소 바로 옆의 항구에서 배를 타고 서쪽의 미키네스(Mykines)라는 섬에 갔습니다. 동서 장축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최대 거리가 5Km 정도 되는 작은 섬으로 물새들이 엄청 많은 곳입니다. (♪ ♫ ♩ ♬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 ♫ ♩ ♬ 하와이는 미국땅, 미키네스는 덴마크 땅 ♪ ♫ ♩ ♬ 독도는 우리 땅 ♪ ♫ ♩ ♬)
5월~8월에는 설바구르(Sørvágur) 항구에서 배를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이 가능합니다.
- Shuttle Boat 9:30am 출항 ⇒ 1:30pm 귀항 (왕복 $98/인)
- Ferry 10:45am 출항 ⇒ 5:05pm 귀항 (왕복 $18/인)
연중내내 운행하는 헬리콥터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는 있으나 (편도 $24/인) 하루나 이틀에 한번씩만 운행하기 때문에 섬에서 1~2박을 해야만 합니다.
저희는 가장 저렴한 페리를 이용했습니다. 아침에 늦잠 자고 일어나 전날 아마란트(Amarant)에서 사두었던 빵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항구에 출발 15분 전인 10:30am 도착했는데요, 안내판을 보니 출발 시간이 10:20am으로 적혀 있는거에요 😱 제가 시간을 착각해서 배를 놓친건가 놀라서 허겁지겁 물어보니 안내판이 update되지 않았답니다. (놀래라 😓)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배를 타고 갑니다.
선실이 깨끗하고 좋습니다. (친구야, 왜 너만 이리 동안이냐? 기분 나쁘게 😠 )
테이블마다 중국음식점 포장주문 박스가 하나씩 놓여있습니다. 멀미 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인듯 합니다.
배가 생각보다 속도가 꽤 빠르더군요. 구름이 잔뜩 껴 찌푸린 날씨에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 섬을 가려던 이유중 하나가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돌섬 옆으로 항로가 지나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날은 내내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제대로 구경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년에 300일간 날씨가 좋지 않는 섬에서, 만 3일간 지내는 동안 2일간 날씨가 너무도 좋았던 것만도 기적적인 일이긴 했으니, 어쩔수 없는 일이지요.
가운데 구멍 뚫린 바위섬은 드랑가르느리(Drangarnir), 오른쪽의 조금 더 높은 바위섬은 틴두헐무르(Tindhólmur)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해안까지 육로로 걸어갈 수는 있지만, 사유지라서 가이드를 동행해서만 갈 수 있고 ($78/인) 왕복 6시간 동안 걸어야 하는 꽤 힘든 코스입니다. 가까이 가면 상당히 멋진 경치이기는 합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1시간짜리 보트 투어 ($98/인, 연중내내)와 3시간짜리 보트+하이크 투어 ($360/인, 4~9월)가 있습니다.
짙은 안개가 많이 아쉽기는 하나 흔들리는 배 위에서 몇장 담아 봅니다. 강풍 속에 한손에는 우산을, 한손에는 무거운 DSLR을!! (이번 여행 후 아직도 손목이 시큰 거리는 이유)
비도 내리고 바람도 꽤 심해서 파도가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선실에서 보니 파고가 1m는 족히 되더군요. 이 지역이 페로 제도에서 가장 조류가 빠른 곳이라고 합니다. 토하지는 않았으나 배멀미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45분 걸려 미키네스(Mykines)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은 마을에서 부두로 짐을 오르내릴때 쓰는 일종의 화물 에스컬레이터입니다.
항구에 내리자 마자 약 10층 높이의 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승객들을 내려놓은 페리는 빈 배로 곧장 설바구르(Sørvágur) 항구로 돌아갑니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페리가 하루에 2번 왕복을 하는 것인데, 승객 대부분은 저희처럼 당일치기 관광객들이라서 실질적으로는 한번 왕복 페리처럼 이용을 하게 되는거지요.
항구 왼쪽으로는 절벽과 그 위 개울을 중심으로 풀머 갈매기 (fulmar)들의 대규모 서식지가 있습니다.
반대편으로 더 좁은 또 하나의 협곡이 있고 이곳도 풀머 갈매기 (fulmar)의 서식지입니다.
집이 여러채 있으나, 공식 통계에 의하면 실제 거주민은 10명 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의 집은 별장이라고 합니다.
1879년에 건축된 교회도 있습니다. 상주하는 목사는 없고, 날씨 때문에 교구 목사가 부정기적으로 배를 타고 와서 예배를 집전하곤 했다고 합니다.
마을 중간에 공중 화장실이 있는데, 허름한 겉보기와 달리 내부는 무척 깔끔하고 난방도 잘 되어 있으며 (카페는 문 열어놔서 썰렁한 반면 여기는 무척 따뜻했음 😜 ) 동전을 넣고 샤워할 수 있는 시설도 있습니다.
화장실 외벽에 이 섬에 서식하는 수많은 종류의 새 중 대표적인 5종와 그들의 서식지가 색깔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새 사진들 모음] 가장 큰 새는 펼친 날개 길이가 1.8m에 달하는 가넷(gannet, 부비새), 가장 개체수가 많은 것은 풀머 갈매기(fulmar), 방문객들에게 인기 있는 새는 단연 퍼핀(puffin, 코뿔 바다오리)이라는 펭귄 닮은 새입니다.
안개가 너무 짙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문이 열려있는 집에 들어가 어디로 가야할지 물으니 울타리(fence) 쳐 놓은 곳을 따라 북서쪽 해안을 향해 올라 가라고 합니다. 알려준 이 곳은 원래 등대까지 이어지는 대표적인 산책로의 일부입니다. [왕복 5.4Km = 2시간, 오르막 고도 약 166m = 아파트 66층. 난이도 4/10] 하지만 중간에 건너야 하는 목교가 수리중이라 건너갈 수 없었고, 혹 수리중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시거리가 10m가 채 되지 않는 날씨라서 산능선을 타고 가기에는 적합한 때가 아니었습니다.
알려준 울타리를 찾아 언덕을 올라갔습니다. 경사는 꽤 되네요. 안개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다행히 구글 맵을 이용해서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안개 속을 더듬어 15분쯤 가니 갑자기 새떼들이 몰려있는 초원이 눈에 들어옵니다.
찾던 퍼핀(puffin)들입니다.
어딘가 좀 어리버리해 보이기도 하고 우수에 젖은 듯 슬퍼보이기도 하는 눈매와 (억울해 하는 눈초리라고도 합니다 😜 ) 빨간 부리가 매력적이지요. 친구가 가져온 150-600mm 대포 렌즈 빌려서 몇장 담아 봅니다. 안개 덕에 색이 다 뿌옇네요.
아이슬란드 북부 섬에도 많이 서식하며, 주민들은 뜰채로 잡아서 먹기도 한답니다. [고든 램지의 퍼핀 사냥과 요리, 혐 주의]
산 능선까지 올라가니 양 가족이 가파른 비탈에서 풀을 뜯고 있습니다.
이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계속 가면 등대 방향인데, 가파른 비탈 위의 능선을 따라가는 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불안해서 그냥 내려왔습니다.
시간이 벌써 12:50pm라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식사할 수 있는 곳이 딱 2곳으로, Mykines Ecosse라는 식당 (구글 평점 4.0/5) 과 The Locals라는 카페 (구글 평점 4.0/5, 매일 8am-11pm)가 있습니다. 식당에서 먹고 싶어 구글 맵으로 Mykines Ecosse를 찾아 한참을 헤멨는데 아무리 봐도 식당처럼 보이는 곳이 없어, 결국 쉽게 눈에 띄는 The Locals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물어보니 식당은 그날 닫는 날이라고 합니다. (아, 그래도 보이기는 해야하는거 아닙니꽈~?)
테이블 3개가 있는 작고 아담한 곳입니다. 음료수와 비프 샌드위치, 생선 수프, 프렌치 핫도그, 빵&소세지,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팝니다.
이건 생선 수프 ($7.00 이던가??). 토마토와 야채를 기본으로 직접 만든 것인데 추운 날씨에 따뜻한 국물이 있어 좋았습니다. 호밀빵도 맛있었고요.
바게트 빵에 소세지를 끼워주는 프렌치 핫도그 $4.50. 빵&소세지는 같은 가격, 같은 재료에 빵만 작으니 그냥 핫도그를 드세요.
3가지 맛 젤라토 아이스크림 $6.00. 고립된 지역 특성상 식재료는 냉동, 조리법은 거의 마이크로 웨이브 오븐으로 데운 것이라 음식 맛은 무척 평이한데, 거의 독점에 가까운 장사이고 식재료를 모두 헬리콥터로 공수 받아 만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가격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구글평점 4.0/5.0. 제 평가로는 맛 6/10점, 인테리어 6/10점, 가성비 8/10점.
카페에서 안개가 걷히기를 좀 기다렸더니 완전히 걷히지는 않으나 가시거리도 좀 늘어나고 비가 그쳐서 다시 나왔습니다. 이곳에 숙박하고 있는듯 짐 없이 걸어오는 커플을 만나 갈 곳을 추천을 해달라고 했더니 퍼핀 서식지 반대편의 절벽 위를 가보라고 알려주어 그쪽으로 향합니다. 안개 때문에 다른 곳은 가봤자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하네요. 위트쉬니 전망대(Útsýni viewpoint) 라는 곳입니다.
마을이 끝나는 곳에 목초지를 향해 있는 문을 열고
사유 목초지를 지나 다시 문을 하나 통과합니다.
여기도 관광객들을 위해 쌍안경을 설치해 놓았네요. 보슬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두개에 $10 하길래 카메라 가방에 씌울 방수포를 사왔는데 이날 유용하게 잘 써먹었습니다.
이야~~~ 해안선과 파도가 너무 멋집니다.
해안선에 거세게 치는 파도와 대조적으로 웅덩이의 물은 바람에도 불구하고 잔물결 조차 없군요.
암석 위를 하얀 점들이 모두 풀머 갈매기들입니다.
드론을 날려 해안선과 파도를 찍어 보았습니다.
바다쪽에서 본 미키네스(Mykines) 항구입니다.
항구 쪽으로 가는 길가에 풀머 갈매기들이 가까이 앉아 있는데, 다가가도 날아가지를 않는군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celebrity 성향의 갈매기인가 봅니다.
새들도 diversity & inclusion을 추구하는지, 갈매기 서식지에 더부살이하는 퍼핀.
섬의 식물들을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섬 전체가 잔디로 덮여 있어 안개가 없다면 골프장을 연상케 할 목초지입니다. 물이 고인 웅덩이에는 크기가 5mm 정도 되는 작은 꽃들이 피어 있고
바위 곳곳에는 이끼들이
파도가 치는 바위에는 해조류들이...
인구 10명의 섬에 양 개체수는 수백마리가 넘을 듯 합니다.
안개때문에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5시간 어떻게 보내나 걱정했지만 사진 찍다보니 시간 금방 가네요. 저희를 태우고 갈 페리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배에 파도가 더 심해지자 오전에 배멀미를 하던 일행중 한명이 몸이 완전 녹초가 되어 버렸습니다. 저녁 먹으러 다시 나가지 않고 숙소에서 쉬기로 하고 첫날 남았던 피자를 프라이팬에 데우고,
부근의 주유소(Effo Petrol Station)에 있는 카페에서 햄버거 하나와 피시 앤 칩스를 포장 주문해와서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음식 만드는 속도가 느려서 좀 오래 기다려야 했으나 맛은 좋네요. (성의 없는 사진 죄송합니다 😔 ) 실패 없는 선택 피시 앤 칩스!! 카페에 대한 별도 구글평점 없음. 제 평가로는 맛 8/10점, 가성비 8/10점.
[to be continued]
'여행스케치 > Iceland & Faroe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슬란드: 2일차-1 셀야란드스포스 (Seljalandsfoss) (6) | 2022.06.16 |
---|---|
아이슬란드: 1일차-2 골든서클 (The Golden Circle) (12) | 2022.06.14 |
아이슬란드: 1일차-1 스나이펠스요쿨 (Snæfellsjökull) (10) | 2022.06.12 |
페로 제도: 드론 4K 동영상 (8) | 2022.06.09 |
페로 제도: 4일차 Sandavágs 교회, Tórshavn (2) | 2022.06.08 |
페로 제도: 2일차-3 Saksun, Torshavn, Múlafossur (11) | 2022.06.02 |
페로 제도: 2일차-2 Gjógv (4) | 2022.05.31 |
페로 제도: 2일차-1 Kallur Lighthouse (7) | 2022.05.27 |
페로 제도: 1일차 Trælanípan & Trøllkonufingur (8) | 2022.05.25 |
양의 섬, 페로 제도 가는 길 (7) | 2022.05.23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페로 제도: 드론 4K 동영상
페로 제도: 드론 4K 동영상
2022.06.09 -
페로 제도: 4일차 Sandavágs 교회, Tórshavn
페로 제도: 4일차 Sandavágs 교회, Tórshavn
2022.06.08 -
페로 제도: 2일차-3 Saksun, Torshavn, Múlafossur
페로 제도: 2일차-3 Saksun, Torshavn, Múlafossur
2022.06.02 -
페로 제도: 2일차-2 Gjógv
페로 제도: 2일차-2 Gjógv
2022.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