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3일차-7 요쿨살론 다이아몬드 비치
여쿨살룬(Jökulsárlón, 요쿨살론)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동쪽 메인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9:20pm. 해가 지기 시작하는군요.
빙하에서 떨어져나온 얼음조각들은 이 석호(lagoon)에서 작은 다리 밑을 거쳐 대서양 바다로 떠내려 갑니다.
다리 건너 해변으로 갔습니다. 이곳의 주차장은 프레이다메르쿠르산투르(Breiðamerkursandur)라고 부르고, 해변은 에이스트리 펫틀스퍄라(Eystri-Fellsfjara, 일명 Diamond Beach)라고 부릅니다. 아이슬란드어로 프레이다메르쿠르(Breiðamerkur)는 넓이 표시(width marks), 산투르(-sandur)는 모래(sand), 펫틀(-fell)은 산(mountain), 피야라(-fjara)는 해변(beach).
이런 풍경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아이슬란드 여행 오면서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이었지요.
100m가 넘는 두께의 얼음층이 생기면서 자체 무게가 엄청나다보니, 얼음 안의 공기층이 다 쥐어짜내져서 보통 얼음보다 평균적으로 투명도가 높고, 그 얼음 조각들이 파도에 휩쓸려 해변 가득히 널려있습니다. 5월인데도 사람 키만한 것들이 즐비하고, 겨울에 오면 훨씬 큰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얼음들이 다 투명한 것은 아닙니다. 이날 장화 신고 나왔는데,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바닷물 안으로 조금은 걸어들어가야 이것 저것 찍기 좋더군요.
돌아다니면서 잘 찾아야지요.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광고인지 비디오 촬영팀이 하나 와서는 관광객들보고 비켜 달라고 합니다.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니 10~20분 정도 더 필요하다고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뻥을 칩니다. 😡 프로들이 비디오 찍는 것 보신 적있는지 모르겠는데, 1~2분 정도 분량 만드려고 1~2시간 촬영은 예사입니다. 완전 민폐지요. 대다수가 인생에 딱 한번 여기 1시간 구경하려고 다들 비행기 타고, 몇시간 운전해서 왔을테니까요. 하지만 저 사람들로서는 지금 민폐 끼치나, 내일 민폐 끼치나 어차피 일을 벌여야 할테니 뭐 어쩌겠습니까. 비켜 줘야지.
다행히 해변이 충분히 길어서 100m 쯤 떨어진 곳으로 가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사진들이 장노출 같아 보여서 8~30초로 시간을 바꿔가면서 찍어봤는데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더군요. 파도의 흐름이 너무 과해요.
ND 필터 빼고 다시 찍기 시작했습니다. 투명한 얼음 찾아 돌아다닌 결과 역시 큰 얼음은 완전 투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렌즈를 광각(14-24mm)으로 바꾸고 파도 안으로 첨벙 첨벙 걸어 들어가 바짝 들이댔습니다.
이제 좀 감 잡고 찍어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벌써 11pm가 되어 촬영을 마무리를 해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비디오 촬영팀도 그 시간까지 계속 찍고 있었음) 아주 만족스러운 사진은 건지지 못했고, 이날 배운 점 요약하면:
- 목 아주 긴 장화 필수. 얼음물 좋아하면 맨발로 들어가던가.
- 초광각 렌즈가 제일 좋음. 핸드폰 good.
- 삼각대는 가급적 무거운 것으로. 여행용 삼각대는 파도 들어오면 흔들렸음.
- 해변이 서쪽이라서, 일몰 시간보다는 일출 시간이 더 좋을 것 같음.
- 거대하고 투명한 얼음은 없다고 생각하고, 작아도 깨끗하고 투명한 얼음을 찾아라!
- (갔던 지점에서는 보지 못했으나) 자갈이 아닌 모래가 있는 곳이면 파도의 궤적이 더 깨끗하고 예쁘게 남을것 같음. 자갈 위쪽으로는 모래사장이었는데 혹 만조(滿潮)때가 아니라 물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았을 수도?
- (성공하지 못해서 순전히 추측이지만) 파도의 흐름을 묘사하고 싶다면 너무 길게는 말고 1초 전후가 적당할 듯.
다음날 새벽에 혼자 다시 올까 한참 망설였으나, 그 다음날이 체력을 많이 요구하는 일정이라서 포기했습니다. 아침에 멋진 구름부터 시작해서 하루 사이에 눈 내리는 협곡도 보고, 폭포도 보고, 빙하호수도 보고 다이아몬드 같은 얼음 조각들도 본, 정말 기분 째지는(?) 날이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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