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 3: 사중창 2라운드
팬텀싱어 3: 사중창 2라운드
금요일 밤에 있었던 10회 방송에서 트리오(3중창) 경연 1라운드의 마지막 팀이 불렀고, 연이어 2라운드가 완료되었습니다.
1라운드 마지막 팀은 Soko/석인모/조환지가 길병민을 영입해서 만든 로드모지코였는데요, 열심히 해서 5팀 중 3위를 차지 했습니다. 못해서 3위가 아니라 1위/2위가 너무 잘해서 3위라고 봐야겠고 흠을 잡자면 석인모/조환지의 역량 한계라고 봅니다. 예상한 대로 이 둘은 1라운드를 마지막으로 탈락합니다. 칭찬할만한 것은 이 팀에서 가장 튀는 소리를 내는 뮤지컬 배우 조환지가 불과 몇 주 만에 다른 멤버들 목소리에 잘 어울리는 발성을 해냈다는 점입니다. 뛰어난 성악가 길병민의 눈높이 레슨도 좋았지만 본인이 그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지요. Soko/석인모/조환지에게는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었을 것 같네요.
1라운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위 : 포송포송 (자체 결성 1 팀) = John Noh/고영열/정민성/김바울 592점
2위 : 불꽃미남의 전설은 성훈이 (트리오 1위 팀) = 유채훈/구본수/박기훈 + 최성훈 ? (총점 미공개)
3위 : 로드 모지코 (트리오 3위 팀) = Soko/석인모/조환지 + 길병민 566점
4위 : 박동민식 (트리오 2위 팀) = 박현수/안동영/김성식 + 김민석 558점
5위 : 새벽공기 (자체 결성 2팀) = 황건하/신재범/김동훈/최민우 536점
탈락자 : 최민우, 석인모, 신재범, 조환지
이어진 2라운드는 1라운드 순위에 관계 없이 남은 16명이 자유조합으로 4팀을 만들었습니다. 유채훈/박기훈 만이 세번째 같이 하기를 고집했고, 나머지들은 거의 해본적이 없는 멤버들과 하는 것을 시도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완성도 면에서는 1라운드보다 덜했다고 느꼈습니다. 총점을 보면 심사위원들도 저와 비슷하게 느낀듯 합니다.
제가 베스트 싱어를 뽑으면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고 표현했던 길병민. 개인 실력은 누가 봐도 최고인데, 정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최민우와 계속 하기를 고집하다가 2번의 고배를 마시고, 그 다음번 3중창에서는 고영열에게, 4중창에서는 Soko에게 강제 징용(?) 을 당해 부진했습니다.
이번 자유조합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멤버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쉬해서 1위를 차지했네요. 멤버 찾기가 시작되자마자 John Noh에게 구애를 해서 쉽게 성사를 시키고 이어서 테리톤(테너 음역을 내는 바리톤) 박현수를, 마지막으로 테너 김민석을 영입했습니다. 테너 김민석을 고른 것은 상당히 현명했다고 봅니다. 아주 감성적인 소리는 아니지만 출전 테너 중에 가장 고급스러운(?) 고음을 내는 사람이라고 보거든요. 시종일관 최고음부를 깔끔하게 받쳐주어 트리오 경연때부터 목에 무리가 온 John Noh의 부담을 덜어 주었고, 마지막에는 시원한 소리로 D5 (높고 높은 레, 여성 D6에 해당) 를 내며 화려하게 곡을 마무리 했습니다. 길병민도 이번에는 비브라토 조절에 아주 조심하면서 좋은 화음을 들려주었네요.
원곡이 영어인 "A Whiter Shade of Pale"을 굳이 이탈리아어 버전으로 찾아 부른 것도 멤버 4명 다 성악을 전공한 팀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2위팀보다 3위팀 연주가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 총점 1점 차이니 박빙의 승부였다고 볼 수 있겠지요. Ireland의 Dublin을 배경으로 street musician의 사랑을 그린 2006년 영화 Once 중에서 "Falling Slowly"라는 잔잔한 남녀 주인공 duet 곡을 4부 중창으로 편곡해 웅장하게 불렀습니다.
이번 팬텀싱어에서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 모두에게 원픽 (one pick)은 단연 테너 유채훈인듯 합니다. 막연한 추측이지만 합격자를 호명할 때 점수 높은 사람부터 부르는 것 같은데 2라운드 끝나고 부를 때를 포함해서 늘 제일 먼저 호명되고, 그가 낀 팀은 늘 일등 아니면 상위권이고, 참가자들 대다수가 그 앞에 줄을 서고는 합니다. 타고난 좋은 목에 꿀이 뚝뚝 떨어지는 감미로운 소리로 감정을 담아 부르는 능력이 압권이고 팀의 소리를 다듬어 내는 프로듀싱 능력을 포함한 훌륭한 리더십까지 빠질 것 없는 존재니 당연하다고 봅니다. 한가지 궁금한 것이 2017년 길병민과 함께 크로스오버 그룹 어썸(AWESOME)을 결성해 짧게나마 함께 했던 기간이 있는데 둘이 함께 절대 뭉치지 않는 것을 보면 당시 계약 사기를 겪으면서 트라우마가 꽤 큰 듯 합니다.
1라운드에서 팀을 결성했던 사람 중 공개적으로 자신의 one pick이라고 밝히면서 테너 박기훈을 다시 붙들었습니다. 저는 박기훈의 감정 표현 방법이 거슬리는데 유채훈은 역으로 그게 좋은가 봅니다. 카운터 테너 최성훈과 베이스 구본수를 다른 팀으로 보내고 대신 바리톤 정민성과 베이스 김바울을 불러 들였습니다. 곡 선정도 1라운드 때 고른 곡이 더 좋았다고 봅니다만, 멤버들도 1라운드 멤버가 제겐 "훨씬" 좋았네요. C2 (낮은 도) 까지 부드럽게 내는 베이스 김바울의 소리도 무척 매력적이긴한데, 제 취향으로는 구본수의 단단한 베이스가 더 좋거든요. 심사위원인 성악가 손현수가 계속해서 김바울의 소리를 일컬어 "첼로 같은 소리", "에코 조절이 가능한 스피커를 몸에 달고 있는 듯한 저음"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극찬을 많이 했던 것으로 보아, 직접 들어야만 알 수 있는 김바울만의 매력이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은 해봅니다.
이전에 유채훈에게 유일한 아쉬운 부분이 영어 노래 부를때의 발음이었는데 이번 곡은 훨씬 좋아진 것도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나라마다 특성이 있는데 서양 노래는 자음(consonant) 발음이 확실해야 맛이 납니다. 독일 가곡이나 스페인 노래들은 굴리는 r 발음이 엄청 중요하지요. 예를 들어 "Im Herzen" 는 "임 헤ㄹㄹㄹ르쩬" 이라고, "La cucaracha, la cucaracha" 는 "라 쿠카ㄹㄹㄹㄹㄹㄹㄹ라짜, 라 쿠카ㄹㄹㄹㄹㄹㄹㄹ라짜" 라고 해야 제 맛이 납니다. 영어의 경우 모음이 없이 자음만으로 끝내는 단어들이 많이 있는데 한국사람들이 그 끝부분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고 넘어가고는 하지요. 아직 f 발음, th 발음 같은 것이 부정확하기는 하지만 끝 처리는 이전 곡 노래할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and I can't reac~~~~~~~~~~t" 같은 부분을 아주 깔끔하게 처리하더군요.
2라운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위 : 일 냈다 = 길병민/JohnNoh/박현수/김민석 576점
2위 : 최강황소 = 최성훈/Soko/황건하/강동훈 569점
3위 : 자기야 유채꽃바 = 유채훈/박기훈/김바울/정민성 568점
4위 : 영열식구 = 구본수/고영열/안동영/김성식 565점
탈락자 : 안동영, 구본수, 강동훈, Soko
12명이 남은 지금 출신을 보면 클래식 성악가가 9명, 뮤지컬 배우가 2명, 소리꾼이 1명이네요. 역시 제대로 하는 클래식 전공자들의 수준은 넘사벽인 면이 있는듯 합니다. 이번 회에서 제게 가장 충격적이고 슬픈 부분은 제 드림팀 멤버중 하나인 베이스 구본수의 탈락입니다. 유채훈 없는 팀을 결성해서 부진했던 2라운드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 대체 불가인 사람들은 테너 유채훈, 테너 John Noh, 베이스 길병민, 카운터 테너 최성훈, 소리꾼 고영열이라고 봅니다. 11회부터는 신청을 받아 심사위원들이 팀을 만들어 준다고 하는데, 대체 불가인 사람들을 몰아 드림팀 하나를 만들지 아니면 분산을 시킬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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