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 3: 내가 고른 베스트 싱어
팬텀싱어 3: 내가 고른 베스트 싱어
같은 교회에 예일대에서 바이올린 대학원을 마치고 온 젊은 친구가 있습니다. 같은 학교 형인 John Noh 라는 사람이 "팬텀싱어 3"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해서 호기심에 보기 시작했다가 완전히 매료 되었습니다.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결성 프로젝트" 라는 취지로 시작해서 시즌 1, 2를 이미 마치고 3년만인 이번에 시즌 3를 하는거라고 하는데요, 출연자들의 엄청난 프로필과 실력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소수의 아마추어가 섞여는 있지만, 한국, 유럽, 미국등에서 치른 예선을 통과한 36인 중 대다수가 성악 혹은 뮤지컬 프로들입니다. 그냥 프로들이 아니라 정말 주목 받는 프로들이요.
다들 너무 잘하는데 그 중에 제가 생각하는 어벤져스 (Avengers) 5인을 꼽아 봅니다. 방송 영상을 공유했으면 좋겠는데 다른 프로그램과는 달리 제작사인 JTBC 가 YouTube에 영상 공개를 하지 않아 올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네요. 미주에 계신 분들은 OnDemandKorea 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이름은 노종윤. 제 생각에 "크로스오버(cross over)"라는 프로그램 취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입니다. 음악을 뒤늦게 20세에 시작한 성악 전공 유학생입니다. 해맑은 표정으로 약간 nerdy한 느낌입니다 😁. (밑창이 엄청 두꺼운 신발을 즐겨 신는것 같아요. 복장도 상당히 독창적이고요.)
미국의 3대 클래식 음악 학교는 줄리어드(Juilliard), 피바디(Peabody Institute - Johns Hopkins University), 예일(Yale)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세 학교를 다 거쳤네요. 학부를 피바디에서, 석사를 줄리어드에서, 그리고 지금은 예일 뮤지컬 아트 전공 졸업반입니다.
아주 깨끗한 미성의 lyric tenor로 오페라보다는 독일 가곡 같은 것이 잘 어울릴 듯합니다. (카네기 홀에서 레슨 받는 동영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래를 가장 익숙한 한가지 방법으로 밖에 하지 못합니다. 입모양부터 시작해서 진성/가성/흉성/두성/비성, 발음 방법등이 오랜 시간을 거쳐 연습해오는 동안 굳어지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존 노는 다양한 발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것이 놀라왔습니다. 개인별 경쟁할때 (E02 45m 47s) The Prayer를 부르면서 위에 나열한 모든 종류의 발성을 다 쓰더군요. 앞 부분 Céline Dion이 시작하는 부분은 팝 싱어 처럼 부르다가 중간 부분 Andrea Bocelli 가 높은 음 넣는 부분은 성악가 처럼 부르고 다시 오가기를 반복하면서 마치 전혀 다른 2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부르는 듯한 착각을 자아 냅니다. 같은 조에 있던 경쟁자들도 다들 경이로운 눈초리로 입을 반쯤 벌리고 쳐다 보네요.
C5 (높은 도, 여성의 C6에 해당) 정도의 엄청 높은 소리도 자유자재로 넘나듭니다. 이 곡을 부를때 음역이 A2 ~ Bb4 (낮은 라 ~ 높은 시b, 여성 음역대로 보면 A3 ~ Bb5) 이었는데 제일 저음 낼 때와 제일 고음을 낼 때를 비슷한 편안함으로 부릅니다. 그래서 실제로 들으면 반 옥타브쯤 낮은 음으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다양한 리듬의 그루브(groove)도 너무 자연스럽게 탑니다. 1:1 로 소리꾼 고영열과 경쟁할때는 (E04 1h 34m 20s) 라틴 음악의 까다로운 리듬을 마치 surfing board 타듯 자유자재로 타면서 부르는데, 이 사람이 과연 클래식 성악 전공하는 사람이 맞나 싶더군요. 악보는 산수책과 같지요. 그 악보대로 틀리지 않게 부르는 것 만으로는 절대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산수책에 적을 수 없는 깨알 같은 표현의 디테일, 특히 리듬 면에서 그 디테일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기억에 남을 연주와 평범한 연주의 차이가 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John Noh의 감각은 정말 대단하다고 봅니다.
한국인 중에 이렇게 노래를 쉽게 편하게 부르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하지만 쉬운듯 보일뿐 실상은 많은 공을 들여 부르나 봅니다. 과거에 성대결절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고 트리오 대결시에 (E07 1h 12m 53s, 이 글 맨 아래 YouTube 동영상 참조) 는 성대에 피가 맺혀서 다행히 노래는 잘 마쳤지만 노래 후 말을 할때 소리가 갈라져 쉰 소리가 나더라고요. 부디 목이 잘 회복되어서 끝까지 갔으면 좋겠네요.
정확한 나이는 알려진 바 없는데 20세에 음악을 시작해서 중간에 군대를 다녀오고 학부를 2016년에 마친것을 토대로 유추해보면 만 30~31세 정도 될것으로 보입니다.
한양대학교 성악과 학부를 졸업했고 현재 33세입니다. 대학시절에는 고성현 교수에게 사사했네요. 졸업 후 일찌감치 팝페라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존 노에 못지 않게 노래를 쉽고 편하게 부르고 우수에 찬듯한 감미로운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아주 안정된 호흡과 음정으로 감정을 담아내는게 탁월하군요. 한 소절 노래만으로 여심을 녹여내는 꿀같은 목소리의 소유자입니다.
첫 방송에서 (E01 28m 04s)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을 노래 한 곡으로 사로잡아 강력한 우승후보인 것을 각인시켰습니다. 일찍부터 재능은 인정 받았지만 하는 일마다 잘 안되었고 이미 2017년에 크로스오버 그룹 어썸(AWESOME)으로 앨범도 만들었는데 그나마도 계약문제, 사기 등으로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낙심하여 노래를 완전히 그만 둘 생각도 하다가 팬텀싱어를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나왔다고 하네요. 서정적인 곡, 로맨틱한 곡은 유채훈 만큼 잘 소화해내는 사람을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담으로 사진 찍는 것으로 좋아해 Leica M3 필카를 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Il Mondo (일몬도)가 애창곡인 듯 합니다. 첫 방송 개인 경쟁에서 부른 곡이기도 하고, 지인들과 돌아다니다가 즉흥적으로 부른 것도 있네요. 무반주인데 잘 울리는 장소라서 그의 깨끗한 목소리가 잘 드러나는군요.
1994년 2월 생, 현재 27살로 이번 참가자들 중 가장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고 개인적으로 가장 호감이 가는 인물입니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2016년 프랑스 툴루즈 콩쿠르 최연소 베이스 우승을 시작으로, 2017년 모나코 몬테카를로 콩쿠르와 빈 옷토 에델만 콩쿠르를 우승했으며, 2018년 오페라 크라운 콩쿠르 우승 등 수 많은 국제 콩쿠르를 휩쓴 세계 정상급의 성악가입니다.
세계 유수의 오페라단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지금은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 소속을 두고 있습니다. 참가자들 다수가 그를 이미 알고 있어, 그가 대기실에 나타났을때 다들 놀랐습니다.
위에 적은 테너 유채훈과 2017년에 크로스오버 그룹 어썸(AWESOME)을 했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을 향한 음악의 방향성과 갈망이 있는 듯 합니다.
아주 묵직하고 꽉 찼으면서도 감미롭고 부드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의 화려한 이력이 이해가 됩니다. 정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첫 소절에서 그 매력이 벌써 드러나지요. 길병민도 딱 한 소절로 이미 심사위원들에게 감탄을 주었습니다. "노래를 잘한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정말로 잘하는 사람은 관중들로 숨소리를 죽여가며 몰입해서 듣게 하는 것이 최고의 경지라고 보는데, 길병민이 노래를 시작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듣네요.
참가자들 중에 가장 다양한 표정을 가진 듯 합니다. 꽃 미남 스타일은 아닌데 인상이 아주 좋습니다. 적을 절대 만들지 않을 것 같은 소탈함과 밝은 웃음이 돋보이네요. 정과 눈물이 많아 보이고, 다른 참가자들을 경쟁 상대가 아닌 동료로 생각하며 정말 몰입해서 듣고, 웃고 울고 기뻐하는 인성이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실력에서 우러나는 자신감이 늘 충만한데도 절대 거만하게 보이지 않네요. (제가 팬이 된것 이 맞죠?) 노래할 때 각 소절마다 가사의 내용과 감정을 아주 절제되게 그러나 아주 뚜렷하게 표정으로 표현합니다.
솔로를 뽑는 거라면 다른 사람들도 너무 잘하지만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고 할 정도로 발군이네요. 다만 4중창으로 맞추기에는 큰 비브라토가 아주 조금 아쉽습니다. 오페라 솔로에서는 장점일 수 있는데 중창에서는 없는 편이 좋지요.
원래 테너에서 시작해서 바리톤 다시 베이스로 바꾼 케이스라고 합니다. 4중창이라면 1st bass 로 가장 이상적인 가수라고 보여지네요.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현재 독일 바이마르 국립음대에 유학중입니다. 훌륭한 성악가의 상당수는 두상이 남 다른데, 구본수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큰 바위 얼굴을 연상케하는 얼굴 자체가 울림 좋은 베이스라는 강한 인상을 풍기고 말할때도 노래할 때처럼 공명이 있는 목소리입니다.
입상 경력은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세일 한국가곡 콩쿠르에서 3위 입상을 한 적이 있고, 2019년에는 성정 전국 음악콩쿠르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상과 수원 시장상을 동시 수상했다고 합니다. 위에 적은 베이스 길병민과는 여러 콩쿠르에서 마주쳤던 것 같은데, 늘 길병민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고 씁쓸해 하면서도 길병민이 노래하는 것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잘한다고 깨끗이 인정을 하더군요. 😅
길병민은 구본수가 아주 좋은 음역대와 다양한 색깔을 내는 훌륭한 베이스라고 평가했습니다. 길병민보다 훨씬 두꺼운 톤의 정통 베이스인데 비브라토가 없는 저음의 성량이 엄청 풍부하고 G4 (높은 솔, 여성으로 치면 G5)까지 상당히 높은 고음도 무리 없이 두꺼운 소리로 불러, 화음을 넣어 받쳐줄때건 솔로로 치고 나올때건 마치 대리석 암반(巖盤)과도 같이 너무나도 solid한 느낌을 주네요. 심사위원중 한명인 베이스 손혜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투포환" 같은 묵직함으로 여심을 박살내는 너무 멋진 베이스입니다.
위에서 길병민에게 유일하게 조금 아쉬운 점으로 비브라토라고 썼는데 구본수의 경우는 비브라토의 조절이 너무 좋습니다. 대개 큰 소리로 드라마틱하게 부르다보면 비브라토가 심해지지요. 한국의 정서상 우렁차게(?) 부르는 것을 청중들이 선호하는 편이라서, 거의 음을 알아들을 수 없게 부르는 테너 엄정행 같은 분이 오랫동안 유명세를 떨치셨고, 바리톤 고성현같은 경우 원래 섬세한 음색이었지만 귀국한 뒤로 드라마틱한 노래들을 많이 하면서 비브라토가 무척 심해졌습니다. 구본수의 경우 비브라토를 거의 넣지 않은 상태로 최대 음량을 내는 것을 해내네요.
1라운드 개인별 경쟁때 The Phantom of the Opera에서 나오는 "The Music of the Night" 을 부르는 것을 보고 반했습니다. (YouTube에는 없고, JTBC의 Facebook에 맛보기 동영상이 있네요)
정통 성악 발성을 유지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과도 소리가 아주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5인조 어벤져스 구성에서는 2nd bass와 beatboxing 에 최상일것 같고, 4중창을 위한 베이스를 한명만 골라야 한다면 오히려 길병민보다 구본수를 고르고 싶네요.
최성훈 (카운터 테너)
1989년 생으로 현재 32세입니다.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스위스 제네바 국립고등음악원에서 석사를 마쳤습니다. 2015년 프랑스 레오폴드 벨랑 국제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프랑스 플람 국제성악 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했으며 그 외 여러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1~3위에 입상한 바 있습니다. (Lauréat du Concours International de Chant de Marmande 출전 영상)
한국에서는 팝페라하시는 분 들 외에 정규 성악부문에서 카운터 테너 (가성으로 여자 음역대를 노래하는 성인 남성 가수)는 무척 희귀하지요. Blind test로 듣는다면 여자 coloratura soprano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나도 깨끗한 음색으로 첫 소절에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듣게 되는 흡인력이 있네요. 남성 4중창이면 위에 다른 사람들이 너무 훌륭하고 존재감이 있어 꼭 집어넣어야 할지 고민하겠지만 5중창이라면 반드시 넣고 싶은 멤버입니다.
[PS]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최종 결과에 덜 부합되는 것 같아 위에 꼽지는 않았지만 판소리 하는 고영열은 정말로 주목할만한 음악인이었습니다. 남태평양 피지섬 출신의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 소코의 노래도 자주 다시 듣고 싶네요.
현재 Trio 경연을 하고 있는 중으로 지금까지 총 8팀중 6팀이 불렀지요. 최고/최저 득점만 공개했는데, 그 차가 별로 없어서 거의 순위가 보이네요.
최고 득점은 유채훈/박기훈/구본수 팀이 부른 Angel이 받았습니다 (최고 98, 최저 95). 완성도가 아주 높은 역대급 연주라고 봅니다. (흠을 잡자면, 영어 발음이 3명 다 별로네요. 독일이나 이탈리아어 발음은 좋던데... 😜 ) 아주 절제되고 섬세한 표현으로 중창의 하모니는 이렇게 내는 것이라는 교본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 하모니를 끌어낸 것은 유채훈의 리더십이라고 말해도 될것 같네요.
2등은 박현수/김성식/안동영 팀으로 최고 98, 최저 94를 받았습니다. 사람들을 다 뽑아가고 남은 3명으로 결성한 trio인데 절치부심으로 노력을 해서 예상외로 아주 좋은 하모니를 보여줬습니다. 다만 다양한 곡을 소화해 내기에는 멤버들이 역부족이라고 생각됩니다.
John Noh/최성훈/김바울 팀이 최고 94, 최저 92로 3위 처럼 보입니다. 이날 목 상태가 심히 좋지 않은 John Noh가 평소답지 않게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만 최고음 C5 (높고 높은 도) 를 소화해 냈네요. 개인적으로 베이스 김바울이 많이 아쉬웠습니다만, 2등인 박현수/김성식/안동영 팀 보다는 이 팀 연주가 더 맘에 듭니다.
아직 방영되지 않은 2팀 중 이변이 없는 한 길병민/고영열/황건하 팀이 3위권 안에 들고 John Noh/최성훈/김바울 팀은 해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영열이 duo 결성때 길병민과 하려고 적극 대쉬했다가 정중히 거절당했는데, duo 1위 하면서 드래프트 지명권으로 결국 길병민을 끌여들였지요. 고영열의 프로듀싱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1위 넘볼 수도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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