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 3: 사중창 1라운드
팬텀싱어 3: 사중창 1라운드
금요일 밤에 있었던 9회 방송에서 트리오(3중창) 경연 나머지 2팀이 불렀습니다. 제가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길병민/고영열/황건하 팀은 살짝 부진해서 총 8팀중 4위에 머물러 팀이 해체되었습니다. 길병민은 솔로로는 발군인데, 중창에서는 역시 계속 아쉬운 점을 남기네요. 고영열이 끈질긴 구애 끝에 영입을 했는데 John Noh와 함께 할 때만큼의 케미를 끌어내지 못했네요. 소코/석인모/조환지 팀은 상대적으로 선전해 3위로 팀을 유지했습니다.
콰르텟(4중창) 팀들을 만드는데 트리오 경연 1~3위는 팀을 유지하면서 1명 씩을 추가 지명했고, 지명 받지 못한 8명은 자율적으로 2팀을 짰습니다. 뛰어난 프로듀싱 능력을 지속적으로 보인 고영열은 high risk high return이라서 지명을 받지 못했고, 과거 많은 이들에게 구애를 받았던 John Noh도 이번에는 지명을 받지 못했는데 아마도 목에 이상이 온 것 때문일 것으로 봅니다. 어쨌거나 이전에 쿠바 노래로 초호평을 받았던 이 둘은 콰르텟에 한번 더 함께 도전해 보기로 의기투합을 하였고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콰르텟 총 5팀 중에 4팀이 불렀고 점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유튜브 영상은 저작권 문제로 자꾸 없어져서, 클립 2개만 제 Google Drive에 올려서 아래에 공유합니다)
트리오 1위 팀 : 유채훈/구본수/박기훈 + 최성훈 (최고 97, 최저 92)
트리오 2위 팀 : 박현수/안동영/김성식 + 김민석 (최고 97, 최저 89)
트리오 3위 팀 : Soko/석인모/조환지 + 길병민 (다음 회에 부를 예정)
자체 결성 1 팀 : John Noh/고영열/정민성/김바울 (최고 100, 최저 96)
자체 결성 2팀 : 황건하/신재범/김동훈/최민우 (최고 92, 최저 85)
트리오 1위 팀에 카운터 테너 최성훈이 가담한 "불꽃미남은 성훈이" 팀은 유채훈의 탄탄한 리더십 하에 이변 없이 성공적으로 최성훈의 음역대를 추가함으로써 거의 4옥타브에 가까운 음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다른 3명의 요동 없는 탄탄한 소리에 비해 테너 박기훈의 소리가 다소 무리스러워 좀 튀는게 아쉽습니다만, 트리오 경연 때 1위를 차지한 멋진 하모니를 한층 더 격상 시킨 아주 좋은 무대였습니다. 이번에도 유채훈은 자신의 목소리 자랑보다는 새로 영입한 최성훈을 돋보이게, 그리고 전체적인 팀 하모니를 극대화할 수 있게 곡을 해석했습니다. 참 좋은 리더입니다.
이 팀 구성이면 여러번의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무대를 기대해볼만 합니다만, 1위는 확실하게 아닌지라, 아마도 구성원의 변동이 생길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기훈 대신 김민석이 들어오면 한결 더 좋은 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가장 주목을 받고 높은 점수를 받은 팀은 자체 결성한 "포송포송" 팀이었는데요, 윤동주 시인의 시 "무서운 시간"에 김주원이 곡을 붙인 비교적 새로운 창작가곡을 불렀습니다.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이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2위가 유력시 되는 "불꽃미남은 성훈이" 팀의 경우 "예상한대로" 훌륭한 무대를 선사했다면 "포송포송" 팀은 예상과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 충격적인 무대를 선사 했다고 할까요? 심사위원들의 표정에서 그 충격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소리꾼 고영열의 감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참신한 한국어 곡으로 곡 선정을 일단 너무 잘했고, 그 곡을 4명이 너무 완벽하게 소화해서 부르니 그냥 "노래 잘 한다"는 개념을 뛰어 넘는 충격과 감동을 준 것 같습니다. 트리오 대결에서 목 손상으로 고생을 했던 John Noh도 예전처럼 아주 편하게 부르지는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90% 정도의 performance는 내 주었네요. 음역대도 John Noh는 C5 (높은 도, 여성의 C6에 해당), 김바울은 C2 (낮은 도) 까지 full 3 octave를 완전히 썼습니다.
한 팀이 더 남아 있긴 하지만 이번 라운드 1위는 결정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다만, 이 정도의 무대를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봅니다.
여담으로 이번 팬텀싱어 경선에서 향후 한국 음악계에서 주목 받을 것 같은 사람 3명을 꼽아 봅니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 뮤지컬 전공으로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일단 키, 체격, 얼굴등 비주얼이 아주 훌륭하지요.
정식 데뷔는 하지 않았지만 PL엔터테인먼트라는 소속사가 이미 있습니다.
개인 경연부터 4중창까지 오면서 훌륭한 발성과 표현력으로, 한국 뮤지컬 노래부터 시작해서 칸초네, 그리스 노래까지 아주 다양한 곡들을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 내는 놀라움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냥 잘 소화해 내는 정도가 아니라 전혀 다른 발성과 스타일의 노래를 불러냅니다.
데뷔를 하면 국내 뮤지컬 부문의 대표 남자 배우로 단숨에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한 28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 음악인입니다. 피아노도 자유자재로 다루고 서양음악의 화성에 대한 이해도 탄탄한듯 보입니다.
노래를 부르면 완전한 국악풍의 음색이 또렷한데, 자신의 목소리를 어떻게 콘트롤해서 크로스 오버를 완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너무 돋보입니다. 트리오 경연에서 상대적으로 조금 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나왔던 무대마다 다른 어떤 사람들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녹아지게 만들면서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9회에서 고영열의 팀이 경이로운 점수를 받는 것도 50% 이상은 고영열의 영향력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10년 쯤 지났을 땐 한국 음악계에서 거목 중 한명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에 유일한 외국인 참여자인 Soko를 꼽아 봅니다. 남 태평양의 Fiji 섬에서 10년 전 부산 고신대학교로 성악 공부를 하러온 유학생인데, 풍부한 표정과 따뜻한 바리톤 음색이 돋보입니다. 현재 살고 있는 부산 사투리가 섞인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고, 영어는 원어민 수준입니다.
영어 노래는 물론이고 한국말로 노래를 부를때도 곡의 감정을 완벽하게 담아 부르는게 경이롭습니다. 개인 경연 때 "첫사랑"이라는 노래를 불러 심사위원 옥주현을 울렸고 심사위원 김이나에게서는 "우리나라 사람보다 우리 가사를 더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희소성을 가진 인물인지라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초청을 받을 것 같고, 노래 자체 만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을 인물이라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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