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급 당도의 홋카이도 감자 맛
고구마급 당도의 홋카이도 감자 맛
2017년 2월에 홋카이도의 겨울을 처음 만났습니다. 농산물, 축산물, 해산물 할 것 없이 좋은 식재료나 넘쳐나는 곳이라 입이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먹은 여러가지 맛있는 음식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감자였습니다. 분명 감자맛인데 고구마처럼 단맛이 도는 그 맛에 폭 빠져 여행 내내 매일 아침마다 감자만 한 사발씩 먹었지요. 찌거나 구운 감자에 butter 한 조각을 얹어 먹으면 단 맛이 극대화 되면서 엄청난 감칠 맛이 납니다.
어떻게 감자가 단 맛이 나는 것인지 궁금해하다가 홋카이도 현지 사진작가 Kent Shiraishi의 사진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이 분이 찍은 Blue Pond (青い池, あおい いけ, 아오이이케)가 Mac OS X 10.8 Mountain Lion의 배경화면으로 유명합니다.
아래 사진의 설명에 따르면, 감자를 쌓아 놓고 사진처럼 굴뚝을 만들어 놓으면 겨울내내 눈이 덮인 상태에서 숙성이 되면서 고당도가 된다고 하네요. 미국에 살면서 홋카이도에 자주 갈 수는 없다보니 이 달짝지근한 감자가 제게 그리움의 음식이 되었습니다.
[출처: Kent Shiraishi Photography]
그..런..데.... 얼마전 우연히 집에서 그 맛을 다시 보았습니다. 집에서 steak를 구우면서 감자 몇개를 구웠는데 홋카이도의 감자 맛이 나는 겁니다!!! 품종은 미국에서 가장 흔한 Idaho산 Russet Potato였습니다. 유일한 차이는 냉장고에 두고 2~3달 잊고 있던 묵은 감자라는 점이었습니다. 지름 5cm 이하의 동글동글한 알감자는 구우니 겉이 카라멜처럼 되면서 (caramelized) 완전 군고구마 수준의 당도가 나옵니다.
검색을 해보니 "저온에서, 효소가 감자의 자당을 분해시켜 포도당과 과당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당도가 올라간다" 는 내용을 찾을수 있었습니다. 달콤한 감자는 홋카이도 감자 만의 특성이 아니었던 거지요.
그런데 이런 글들의 제목은 대체로 "왜 감자를 절대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 되는가"입니다. 그 이유는 이 당분이 굽거나 튀길 때 아크릴아미드(acrylamide)라는 발암 우려물질을 생성하게 되므로 냉장고에 보관하면 올라간 당도가 발암 우려물질 생성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저는 좋은 맛을 위해서 저온 보관을 하기로 했습니다.
- 일단 사람에게도 발암이 되는지 확인된 바는 아직 없습니다. 동물 실험의 경우 발암 물질이라는 연구 결과에 근거해 아마도 같은 영향이 있을거라고 추측하는 거지요. 그래서 발암 "우려"물질이라고 분류한 것입니다.
- 아크릴아미드는 어차피 상온 보관된 감자나 고구마를 포함한 모든 녹말 종류를 요리할 때 생성됩니다. 탕수육, 감자 튀김, 군고구마,토스트 등 즐겨 먹는 많은 음식에서 생성되는 것이지요. 커피 로스팅 할 때도 발생합니다. 그래서 감자를 저온 보관할때 양이 얼마만큼 늘어나는지 모르겠지만 "훨씬" 맛있어지는 음식을 멀리하고 싶지 않네요. 그냥 먹는 양을 제어하려고 합니다 (뚱뚱한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합리화 하지요 😜) 아크릴아미드 발생의 최대 원인인 흡연을 하지 않으니 먹을 자격 있지 않을까요? ㅎㅎ
- 아크릴아미드는 120°C 이상의 높은 온도 조리할 때만 생성됩니다. 굽거나 튀기는 대신 데치거나 찌거나 삶으면 발암 우려물질 걱정하지 않고도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2022년 6월 Update]
아이슬란드와 페로 제도를 여행하면서 내내 감자 맛에 감탄을 했습니다. 홋카이도 감자맛에 가깝게 달짝지근하더군요. 우연인지 배운건지 모르겠지만, 북유럽에서 겨울에 냉해를 입지 않게 감자를 저장하는 방식이 홋카이도에서 저장하는 방식과 유사점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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